“마을공동체라고 하면 긴밀하고 친화력이 있는 집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래 전에 기다 미노루라는 필명으로 <미치광이 부락 주유 기행>(1948)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프랑스에서 공부한 인류학자였다. 이 책은 차별적인 단어를 쓴 제목 때문에 한때 배척되기도 했지만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그저 평범한 일본의 농촌을 우주인이 처음으로 보는 것처럼 관찰한 것이다. 그 중에서 인상에 남는 것은 농민 사이에 우정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정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자기’가 없는 것이다. 중심은 ‘사회’고, 그들은 그것을 무서워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고립을 두려워해 사이좋게 지내지만 그것은 겉으로만 그럴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이기주의적인데도 ‘자기(에고)’는 없다(柄谷行人, 2000[2001]: 29).
* 키르케고르는 ‘차별적 사랑’의 어두운 면에 주목하였다. 차이는 사랑의 이유이다. “서로 달라서, 서로 필요하다.” 이것이 자기가 있되, 자기가 없는 우정의 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