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프랑스로 돌아와 역사경제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

A : 프랑스에선 역사학자·사회학자와 더 가깝게 작업할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나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 등을 거쳐 면면히 이어진 프랑스 사회과학계의 전통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개인적 이유도 있었다. 미국에서 계속 살 정도로 미국을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은 파리에서 기르고 싶었다.

Q : 바로 그런 의도로 소설을 많이 인용했는데, 평소에도 소설을 많이 읽나.

A : 그렇다. 소설 읽는 걸 좋아한다. 문학·영화는 사회 계급 간 경쟁과 관계가 부와 소득을 둘러싼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19세기 소설을 봐도 상속이란 것은 단지 돈이 아니라 그 사회 구성원이 무도회에서 누구에게 말을 걸고 누구와 춤을 추는지, 누구와 결혼하는지 등 다양한 사회계급적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돈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람들의 인생에 매우 구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Q : 발자크가 리얼리즘 작가로서 19세기의 현상을 상세히, 심지어 월급 수준까지 그려냈기 때문에 충분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보면 앞으로 21세기의 자본주의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리는 듯한데, 왜 그런가.

A : 사실 난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다. 내 책을 읽고 비관주의적 전망을 갖게 된다면 슬픈 일이다(웃음). 책을 쓰며 알게 된 것은 경제성장률이 5% 수준으로 영구히 지속되지 않으며, 1%대로 떨어질 경우 과거에 축적한 부가 더 큰 힘을 갖게 되고 결국엔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가 새로운 규범(norm)으로 도래한다는 것이다. 세습자본주의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 과제로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Q : 세습자본주의가 영향력을 확대하면 청년세대에게 미래는 없다. 당신은 이를 발자크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라스티냐크 딜레마’로 논하는데, 한국의 현재 청년실업과 고령 빈곤층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A : 발자크 시대보다는 소득 수준이나 계급 간 이동의 용이성에 있어서 상황이 개선됐다고 본다. 그러나 과거 고성장 시대와는 달리 부의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지금 조세정책을 펴야 할 때가 도래했다. 노동소득 세율을 축적된 부에 대한 세율보다 낮추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때다.

* 피케티 : 과거 300년 간 자본수익률은 경제성장률 보다 컸다. 규제 완화로 r > g 현상이 심화되었다. 부의 편중은 사회 역동성을 저해한다. 경기침체와 계급세습이 고착된다. 통제되지 않는 시장자유주의는 미래를 잠식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가 경제를 어거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글로벌 부유세 책정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