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올더스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이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에 독일 신학이란 책에 나와 있는 문장이 인용되어 있더라고요. ‘지옥은 자아를 불태우는 곳이다.’라는 문장이었어요.”

“소설을 쓸 때 가장 직면하게 되는 게 뭐냐 하면 제 자신의 경험이에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 세계관, 가치관 이런 것들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때 방해가 돼요. 그래서 뭐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10대 소녀가 된다. 이렇게 하면 저는 40대 중반의 남자이기 때문에 이 선입견을 가지고 자꾸 접근을 하려고 한다는 말이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어떤 자아예요. 이거는 제 습관도 있고 배운 것도 있고 지식도 있고 그래서 여기에서 탈피하는 게 이제 첫 번째 과제가 되는 거지요.”

“방법은 뭐냐 하면 이제 다른 사람이 쓴 책을 보는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감정 이입을 점점 하는 거죠. 독자로서.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전혀 몰랐구나. 이런 부분들을 알아가면서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러면서 차츰 쌓아왔던 그런 습관이나 가치관이나 세계관들이 점점 없어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소설을 계속 읽는다는 거죠.”

_ 김연수, 201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