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존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이중세뇌’(二重洗腦)라고 할 수 있는 구조가 잠재돼 있다. 의존에는 ‘신체적 의존’과 ‘정신적 의존’ 두 가지가 있다. 한 예로, 몇 개월 혹은 몇 년이나 잘 지켜오다가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은 신체적 의존이 원인이 아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몸에서 이미 니코틴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니코틴이 부족해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담배를 피우는 것은 ‘심리적 의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면 뇌내의 보수계가 자극받아 안식과 평온을 느끼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런데 흡연자는 식사를 해도 도파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니코틴의 만성적인 영향으로 뇌의 감수성이 둔해져 있어, 니코틴 없이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는데도 왠지 허전하다. 그래서 식사가 끝나면 도파민을 강제로 분비시키는 담배부터 찾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마음의 함정’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러한 무자각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게 하는 커다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체적 의존은 의외로 빨리 낫는다. 문제는 심리적 의존이다. 심리적 의존은 방치하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손을 대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심리적 의존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2.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과식해서일까. ‘식후땡’을 하지 않으면 도파민 분비가 지연된다 하니 일리가 있다. 정신적 욕구가 후천적으로 형성된 신체의 필요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신체적 의존과 정신적 의존을 구분하는 저자의 접근은 재고할 여지가 있고, 의존 극복의 관건 역시 ‘절제의 습관’이지 ‘오인의 교정’은 아니라 하겠다. 이래저래 ‘생체정치’를 다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