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가는 교육의 목적을 국가의 번영과 함께 경쟁을 통한 개인의 사회이동에 두었다. 국익 중심의 국가주의와 이기적인 개인경쟁은 동아시아형 교육의 압축된 근대화의 양축이었다. 이 구조 속에서 탈락해 버리는 것이 교육의 공공성이다. 왜냐하면 공공권은 본래 국가와 개인의 중간지대인 사회권(society), 그 중에서도 자립한 개개인이 서로 원조-협력하는 협동사회(association)를 기반으로하여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佐藤 學, 2001[2003]): 43~44)
‘교육이 삶의 원형상(Urphänomen)’이라는 명제를 수용한다면, 교육과 사회의 접점인 학습의 원형은 association이다. 인간의 학습은 사회의 근간인 공공성 속에서 전개되며, 그 공공성을 일컬어 윤리(sittlichkeit)라 할 수 있다. ‘어떤 윤리인가’는 ‘어떤 공공성인가’에 의해 규정된다. 사토 마나부가 지적한, 국가와 개인 가운데 사상된 공공성은 - 공공성 그 자체가 아니라 - 전체주의(모래알의 시멘트화)에 의해 소실된 연대와 유대의 덕이다. 승패와 우열의 위계로 구축된 공공성은 공생과 공락의 경계를 배제한다. 차이가 곧 이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