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의 그림 ‘새로운 천사(Angelus Novus)’에서 천사는 폭풍에 떠밀리듯 뒤쪽으로 날아가고 있지만 거기에 저항하듯 앞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그림에서 벤야민은 진보라는 신화를 맹신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천사가 아니라, 파국에 파국을 거듭하는 중인 역사를 우울하게 ‘돌아보는’ 천사를 봤다. 그리고 그 천사에게 ‘역사의 천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신형철)
“이 그림의 천사는 마치 자기가 응시하고 있는 어떤 것으로부터 금방이라도 멀어지려고 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 천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고, 입은 벌어져 있으며 또 날개는 펼쳐져 있다. 역사의 천사도 바로 이렇게 보일 것임이 틀림없다. 천사의 얼굴은 과거를 향해 있는 것이다. 우리 앞의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의 현장에서 그는 잔해 위에 쌓아 올려진, 그리고 그의 발치에 내팽개쳐진 단 하나의 파국만을 바라본다. 천사는 머물고 싶어 하고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고 싶어 하며, 또 산산이 부서진 것을 모아서 다시 결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천국에서 폭풍이 불어오기 때문에 천사는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이 폭풍은, 그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 쪽을 향하여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그를 떠밀고 있으며, 한편 그의 앞에 쌓이는 잔해 더미는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 이 폭풍이 바로 우리가 진보라 부르는 것이다.” _ Walter Benjamin, 「These on the Philosophy of History」(『Illuminations』, 1968)
* 1998년, 2018년. 20년 만에 벤야민의 <역사철학 테제>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