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두 등장인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은 어떤 일이 생기면 직관적이고 빠르게 생각을 뽑아내 힘을 안 들이고 자동적으로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실수가 많은 사람이다. 또 한 사람은 신중하고 느리게 생각한다. 대신 게으르고 우물쭈물 주저하기 일쑤다. 당연히 두 사람의 자아도 전혀 다르다. 빨리빨리 생각하는 앞사람은 경험에 의존하는 자아를 지녔고, 느릿느릿 생각하는 뒷사람은 기억에 의존하는 자아로 세상을 살아간다. 실은 이 둘은 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이 상반된 두 사람이 공존한다. 카너먼은 앞사람을 ‘시스템1’, 뒷사람을 ‘시스템2’라고 이름붙인다. 시스템1은 직관 사고틀로 일상에서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지만 종종 연상작용에 크게 휘둘리는 ‘편향’이란 치명적 약점을 지녔다. 반면 시스템2는 판단 사고틀로 각자 기억을 토대로 논리적인 작업을 맡는데 복잡한 계산이나 관심이 요구되는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을 담당하면서 시스템1의 오류를 감시하고 통제한다. 카너먼은 우리가 살아가며 문제를 파악하고 분석하고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을 이 두 가지 생각 시스템의 상호관계로 파악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파고든다. 우리는 스스로를 나름 합리적이고 냉철한 시스템2로 살아간다고 믿지만 카너먼은 우리는 시스템1에 더 휘둘리는 멍청이임을 밝혀낸다. 우리는 살면서 닥치는 다양한 상황에서 먼저 시스템1로 생각하다가 안 풀리면 시스템2를 가동시키는데, 문제는 이 시스템2가 게으르고 겁이 많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