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성화'


November 24, 2020: 1:14 pm: bluemosesErudition

죄는 지체 없이 끊지 않으면 끊지 못한다. 마음의 간사함을 버리고, 하나님께서 하라 하시면 하되 말라 하시면 하지 않는다.

“충심으로 통회하는” 것은 무의식까지 성화됨을 뜻한다. 어떻게. 회개란 탄식의 자리에 성경을 심어 무의식을 변혁하는 것.

온전한 믿음 역시 마찬가지다.

October 19, 2019: 11:45 pm: bluemosesErudition

이어령 “내 유니크함의 80%는 어머니가 주셨어요. 내가 돌상에서 돌잡이로 책을 잡은 걸, 어머니는 두고두고 기뻐하셨어. 그때는 쌀이나 돈을 잡아야 좋아했는데, 어머니는 달랐죠. ‘우리 애는 돌상에서 책을 잡고 붓을 잡았다’고 내내 자랑을 하셨어요. 내가 앓아누워도 어머니는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셨어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나는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우는 인간이 됐어요.” “형님이 놓고 간 책, 대학생이 보던 한자투성이 세계문학 전집을 읽었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상상으로 단어를 익혔어. 사전도 없었죠. 내 언어 조직의 세포가 그때 활성화된 거라. ‘눈이 내릴 때 루바시카 입었다’는 문장을 만나면 전후 문맥으로 그 겉옷을 상상해 보는 거야. 동화만 읽었으면 어림도 없었겠죠. 라틴어 고전도 그렇게 읽었어요. 나는 지금도 외국 여행을 가면 대실망이야. 어릴 때 소설을 읽으며 파리, 런던, 러시아를 다 상상으로 여행했어요. 내가 실제 만난 에펠탑은 내가 언어로 상상한 것보다 훨씬 작고 초라했지. 어릴 때 어려운 책을 읽으면 상상의 언어 능력이 발화돼요. 지금도 나는 모든 문제를 어원으로 접근해요.”

September 11, 2019: 9:06 pm: bluemosesErudition

7. 직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바로 경험과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현대 뇌과학에서 학습은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고리(시냅스)에서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자주 보고, 듣고, 경험하는 정보를 저장하는 세포들 간의 연결성이 강화되어, 비슷한 정보를 받아들일 때 활성화될 확률이 높아진다.

10. 알파고의 핵심은 딥러닝이지만, 딥러닝은 인간의 뇌를 모방했다.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진 기계는 여전히 우리 머리 안에 있는 1.5킬로그램짜리 뇌다. 알파고는 컴퓨터 1,200대의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지만, 이세돌 9단의 뇌는 하루 20와트 정도의 에너지만 소비한다. 하루 한 끼 든든히 먹으면 된다. 더구나 이세돌 9단은 단 세 번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기계학습에서 이야기하는 ‘원샷 학습법one-shot learning’이다. 어린아이는 고양이 4, 5마리만 경험하면 모든 고양이들을 알아보지만, 딥러닝은 수천만 번의 학습을 요구한다.

74. 컴퓨터라는 단어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컴퓨터가 생기기 전에 이미 생겼습니다. 전쟁 중에는 대포를 쏘거나 포탄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계산을 해야 합니다. 계산 하나하나 자체는 간단해서 1,000여 명의 여자들이 큰 방에 자리 잡고 앉아 계산을 했습니다.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은 계산을 적어도 다섯 팀이 나눠서 합니다. 이 계산에 동원된 사람들의 직업을 두고 컴퓨터라고 지칭했습니다. 이를 대체해주는 기계가 등장했고 그 기계에 자연스럽게 컴퓨터라는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90. 뇌를 아무리 해부해봤자 영상도 없고, 기억도 없고, 자아도 없고, 감성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 끝없이 많은 시냅스들입니다.

92~93. 인간의 뇌는 각 상황에서 저장할 가치가 있는 정보와 저장할 필요가 없는 정보를 구별하여 저장합니다. 그리고 그 구별한 정보들도 압축을 합니다. 아주 굵은 가지만 남겨두죠. 그리고 그 기억을 나중에 기억할 때에는 내기 예전부터 알았던 이야기, 내가 들은 이야기, 남들이 나한테 보여주는 이야기, 그런 것들을 합쳐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서 기억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기억한다’라는 것은 어디에다 정보를 저장했다가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매번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죠.

111.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간을 ‘결정적 시기’라고 부릅니다. 그 기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오리는 태어나서 1~2시간, 고양이는 태어나서 4~8주, 원숭이는 태어나서 1년, 사람은 태어나서 10~12년이라고 알려져 있죠. 그 기간 동안은 뇌가 젖은 찰흙 같아서 자주 사용되는 실들은 살아남고 자주 사용되지 않는 길들은 뇌 안에서 싹 지워버립니다.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의 아기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어를 듣고, 한국사람 얼굴을 보고, 한국 음식 냄새를 맡으면 거기에 관련된 신경세포들은 자꾸 자극을 받아서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만 필요한 악센트, 미국의 치즈 냄새, 핀란드의 언어 등은 한 번도 경험을 하지 못해서 그와 관련된 신경세포들은 결정적 시기에 다 죽어버리죠.

126. 더 이상 인간이 기계에게 세상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관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그냥 집어넣어주는 겁니다. … 기계는 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자체 인공신경망 구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합니다. 무엇을 학습할까요? 이 데이터에 포함된 통계학적인 정보에 대해 점점 더 압축된 표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학습이라고 말합니다.

136. 낸드플래시(nand flash)가 좋은 이유는 NAND(Not and And)라는 규칙을 가지고 나머지 논리규칙을 다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논리 규칙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일반적으로 NAND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A NAND B = NOT (A AND B). 논리 연산은 논리곱(AND), 논리합(OR), 부정(NOT)의 구성으로 표현 가능한데, NAND는 이 모든 논리 연산을 표현할 수 있다. AND, OR, NOT 역시 NAND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테면, NOT A = A NAND A, A AND B = NOT ( A NAND B ) = ( A NAND B ) NAND ( A NAND B ), A OR B = ( NOT A ) NAND ( NOT B ) = ( A NAND A ) NAND ( B NAND B ).

139. 비트겐슈타인은 부정논리곱, 즉 낸드가 우주의 진리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논리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낸드로 표현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결론으로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논고』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155~156. 맨 아래층의 인공신경세포층은 픽셀 하나의 특징을 알아내고, 2층은 픽셀 네 개의 특징을 알아내고, 3층은 여덟 개의 특징을 알아냅니다. 밑에 있는 세포층들은 아주 디테일한 특징을 찾아내고 위로 갈수록 아주 거시적인 특징을 찾아내겠죠. 더구나 이렇게 되면 ‘시간’이라는 정보도 여기에 자동으로 입력됩니다. 자, 1층의 신경세포는 픽셀 하나를 보고 있습니다. 그 픽셀 하나가 시간에 따라 정보가 빨리 변합니다. 시야가 좁기 때문이죠. 위층의 신경세포들의 시야는 넓습니다. 시야가 넓으면 세상은 천천히 변해요. 아래로 가면 갈수록 시간이 빨리 변하고 위로 갈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171. 온라인에 있는 데이터와 문장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는 소프트웨어는 이미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워드스미스Wordsmith가 그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죠. 워드스미스는 폭스, 블룸버그와 같은 언론사에서 2014년부터 기사를 써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 워드스미스가 쓰는 기사는 비즈니스 뉴스가 대부분입니다. 문학이 아니고 주관이 들어가지도 않죠.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관한 정보는 이미 다 온라인에 있으니 그 정보를 모아서 저장된 문법으로 표현합니다. 기사를 쓰는 거죠. 워드스미스는 지난 2014년 거의 2억 개의 기사를 썼다고 해요.

176~177.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본인의 전문성을 ‘직관’으로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워렌 버핏은 주식투자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투자를 잘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10퍼센트의 언어로 대답을 할 겁니다. 책도 쓰지요. 워렌 버핏의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하면 워렌 버핏같이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절대 그 사람만큼 벌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 당연히 뇌는 무엇인가를 계산을 하고 그 일부만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걸 우리가 적분해서 합쳐서 직감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직감, 즉 말로 표현할 수 없는 90퍼센트를 행동으로 표현한다면, 그 행동을 관찰해서 학습을 합니다.

181. 투자자들, 금융공학 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면 12개를 두고 수백 개의 변수들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살핍니다. 그러다가 ‘딱 지금이다!’하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합니다. 어떻게 그 타이밍을 아냐고 물어봐도 ‘감’이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습니다. ‘주식이 이때 올라가고 환율이 이만큼 내리면 이러저러해서 그때 투자를 한다.’ 확실한 것은 모르겠지만 분명 ‘감’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분명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어떤 상호관계, 어떤 인과관계에서 선택을 하느냐 하고 물으면 설명을 해줄 테지만, 그 사람들이 설명한 것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만들면 절대로 그 정도의 수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운’일까요? 아닙니다. 자신은 알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거겠죠.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맵핑할 수 있다면, 마치 비디오게임처럼 맵핑한다면 올라가고 내려가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최고의 투자자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184.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동시통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 드디어 딥러닝을 사용해서 성공한 것 같습니다. 영어로 강연을 하면 목소리까지 흉내 내서 딥러닝 기계가 바로 중국어로 통역을 해줍니다.

240.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변할까요? 미국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상당수의 사람들이 무인자동차 시대가 온다면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을 것이라 대답했습니다. 자동차 스스로 다니는데 10시간이나 세워둔다는 것은 낭비라는 거죠. 20퍼센트도 안 되는 사람들만이 자동차를 소유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원할 때 저렴하고 깨끗한 이동수단만 사용하면 된다고 응답했죠.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아침에 차가 나를 데려다주고 다른 사람 데리러 가면 되겠죠. 이런 식으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현재 있는 자동차의 10퍼센트만 있으면 모든 사람을 운송할 수 있다고 합니다.

264. 무인자동차 시대에는 가로수길에서 저녁 먹고 싶다는 선호도가 비정량 데이터로 파악되면 유통업체들은 공짜로 가로수길에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시작할 거예요. 구글 같은 기업이 시작하겠죠. 택시비 3,000원을 구글이 대신 내줍니다. 편하게 식당에 가서 밥 먹고 5만 원을 지불하면 구글은 10퍼센트 중개료를 식당에서 받습니다. 구글은 택시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중개료로 챙기고 식당은 더 많은 손님을 모으고 고객 입장에서는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는 다 돈을 내고 썼습니다.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데 돈을 지불해야 했죠. 그런데 지금은 스폰서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두 무료예요. 무인자동차의 끝은 운송수단 요금의 무료화입니다. 모빌리티에 스폰서가 가능하다면, 지금 인터넷 사용을 스폰서와 데이터로 지불하는 것처럼 이동수단도 개인의 데이터와 스폰서를 통해 무료화될 수 있습니다.

269~270. 1990년 부활절 아침, 뉴욕 5번가의 사진 속 거의 모든 운송수단은 마차였습니다. 딱 한 대의 자동차가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말을 탔으니 아마 10년 후에도 마차가 주된 운송수단이고 자동차는 서너 대 늘 거라고 예상했을 거예요. 자동차는 가격도 비싸고 고장도 잘 나니까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13년 후 같은 날 같은 장소의 사진을 보면 모든 운송수단이 자동차입니다. 마차는 한 대도 없어요. 1908년 대량생산이 시작된 이후로 중산층이 차를 살 수 있었거든요.

282. 내가 준비 중인 특허와 비슷한 특허를 찾아주는 시스템은 이미 존재합니다. 변리사나 변호사의 역할은 비슷한 특허를 찾아서 내가 가진 기술을 새롭게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기계가 언어를 이해합니다. 그래서 바로 존재하는 특허들을 수학적으로 가장 잘 피해갈 수 있는 새로운 재특허를 써주는 거죠.

290~292.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은, 과거의 산업혁명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19세기에 엄청난 노력을 했기 때문에 결국에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인류는 세 가지 혁신적인 노력을 했습니다. 첫째로는 프랑스에서 공교육이란 것을 시작했습니다. 왜 공교육을 도입했을까요? 국영수라는 학습과정을 만든 거잖아요. 왜 국영수를 만들었을까요? 1차 산업혁명 때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글을 못 읽었습니다. 대부분 농부였죠. 글을 못 읽는 농부의 자녀들을 데려다가 공장에서 일을 시키려니 적어도 글을 읽고 계산을 할 수 있어야 된다는 거죠. … 모든 국민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혁신적인 아이디어입니다. 글을 가르쳐주고, 계산하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어쩌면 살아남은 거죠. 우리는 인지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둘째로 독일에서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보험제도지요. 셋째로 영국에서 세금제도가 생겼습니다. 이전에는 나라의 모든 수입이 농업을 통한 것이었는데, 농업이 점점 사라지니까 기계에 대한 누진세 등을 만들어 산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죠. 이 세 가지 제도로 19세기 1, 2차 산업혁명은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296~300. 2,000년 전 로마시대에서 지금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번 했었습니다. 로마는 처음에 공화정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중산층이 있었습니다. 군인들은 다 중산층이었죠. 중산층들은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로마의 산업은 농업이었습니다. 중산층 역시도 본래 직업은 농부죠. 그러다 보니 로마군대는 항상 봄에 출정해서 가을까지 돌아와야 했습니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는 수확을 해야 했기 때문이죠. 여기서 역사의 아이러니가 생겼습니다. 가까운 이탈리아에서 전쟁할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6개월 후에 돌아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우니까요. 그런데 전쟁에서 계속 승리를 합니다. 세력을 확장해야 했죠. 그래서 영국과 중동까지 전쟁의 범위를 넓힙니다. 그 당시 이동수단으로는 6개월 안에 영국에서 로마까지 돌아올 수가 없었어요. 전쟁을 치르고 돌아오면 5, 6년이 걸렸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중산층 남자들이 일을 못 하게 됐습니다. 5, 6년 동안 수입을 거둘 수 없었죠. 당시의 사회 구조상 여자들만으로는 가정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빚을 지기 시작했고 빚이 늘어나 땅을 팔아 삶을 유지했습니다. 이 땅은 누구에게 팔았을까요? 세넥스에게 팔았습니다. 세넥스는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 나이의 돈 많은 노인들입니다. 세넥스가 땅을 사고 중산층은 계속 집도 팔고, 땅도 팔고, 동물도 팔다가 더 이상 팔 게 없으면 몸종이 됩니다. 5, 6년 만에 남자들이 돌아와 보니 땅도 없고, 집도 없고, 동물도 없고, 아내와 딸들은 몸종이 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전쟁에서 계속 승리하다 보니 수백만 명의 노예가 생겼습니다. 노예들이 앞으로의 인공지능 기계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의식주도 해결해주고 어렵고 힘든 일은 노예가 다 했죠. 로마제국을 상상할 때 세계도 정복하고, 노예가 수백만 명이나 되니 돈도 많고 편하게 잘살았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죠. 부는 적절히 분배되어야 모두가 잘살 수 있습니다. 노예들을 통해서 얻어낸 새로운 생산성과 부는 로마의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만 주어졌습니다. 세넥스들이죠. 몇 천 명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중산층은 다 사라지고, 개인이 집 한 채씩은 가지고 있었던 예전의 로마에서 블록 전체가 한 사람의 소유가 됐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노예처럼 몸종처럼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게 됐죠. 사실 로마 시민의 반 이상이 실질적 실업자였습니다. 사람들이 할 일이 없는 거예요. 험한 일은 노예들의 몫이고, 그렇다고 이전의 중산층들은 출세를 할 수도 없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습니다. 국민의 대부분이 먹고살 직업이 없고, 시간이 많으면 폭동 혹은 혁명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가 조성되죠. 이때 사회적 혁신을 단행했습니다. 어느 한순간부터 로마 시민들을 국가가 먹여 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소득을 시행했죠. 로마는 1년에 한 사람당 돼지고기 몇 킬로그램, 와인과 올리브유 몇 리터, 밀가루 몇 포대 등 굶어 죽지 않을 만큼 기본적인 것들을 나눠줬습니다. 국가가 모든 사람을 먹여 살렸죠. 어차피 로마 사람들은 생산적으로 할 일이 없었습니다. 노예들이 다 했으니까요. 국가가 삶을 보장해주니 잘살진 못하지만 굶어 죽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습니다. 시간이 많았죠. 그래서 로마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습니다. 로마의 대부분의 유적은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건축물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콜로세움이죠. 목욕탕도 있습니다. 다 무료였습니다. 콜로세움에서는 하루에 16시간 동안 잔인한 경기를 보여줍니다. 즉, 대부분의 중산층들이 스스로 생산적인 일을 해서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고, 그렇게 두면 폭동이 일어나니 먹고살게 해주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습니다. 결국 최악의 미래 시나리오는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기본소득을 제공해 국민을 먹여 살리고, 24시간 케이블 TV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공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겁니다.

304. 1차 산업혁명 때 도입된 부가가치세(Value Added Tax)처럼 부가지능세(Intelligence Added Tax) 같은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_ 김대식, <인간 VS 기계>, 동아시아, 2016.

January 30, 2019: 4:17 pm: bluemosesErudition

184.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와 사회주의권의 해체에 따라 북한은 위기에 처했고, 1994년 김일성 사후 총체적 위기가 더욱 심화되었다. 북한은 먼저 국가생존을 위해 핵무기 개발정책을 폈고, 이를 이용하여 1994년 북미 간 제네바합의를 통해 경제지원 및 안보에 대한 보장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일견 성공적이었던 핵개발 카드도 2002년 재발한 ‘제2차 북핵위기’에서 보듯이 북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사가 되었다. 북한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나서는 한편, 세 차례의 핵실험(2006년 9월, 2009년 5월, 2013년 2월)을 강행하기도 하였다.

188. 북한 지도층은 특히 1989년 12월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의 급격한 몰락을 지켜보면서 체제안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군에 대한 절대적 통제를 무엇보다도 중시하게 되었다.

189. 선군정치는 김정일의 통치방식으로 부각되었고, 마침내 2009년 4월 9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1차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지침으로 삼는다”(제3조)고 ‘선군사상’을 기존의 주체사상과 병기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2010년 9월 28일 조선로동당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도 당규약을 개정하고 “선군정치를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확립하고 선군의 가치밑에 혁명과 건설을 령도한다”라고 명시하였다. 이렇듯 선군정치는 위기에 직면한 북한의 생존전략이었다.

209. 19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국 등 다국적군의 첨단 무기체계와 작전술은 옛 소련형 무기와 전법의 구태의연함을 일깨워 주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경제적 부담이 큰 재래식 군사력의 현대화보다 상대적으로 값싼 전략무기의 확보에 힘쓰게 되었다. 북한은 결국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억지력 증강이라는 비대칭적(asymmetric) 군비경쟁을 전개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의 방위공약 약화를 우려하여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던 1970년대의 한국에 비해 더 막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한 1990년대의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210.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로 핵시설들을 동결했다. 그러나 2002년 10월 미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비밀계획을 갖고 있다고 비난함으로써 제2의 북핵위기가 비롯되었다. 미ㆍ북은 모두 1994년 합의를 전면 백지화하여 북한은 원자로 및 재처리시설 등을 재가동하였다. 북한은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과 양자회담을 원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하며 이를 거부하였다. 결국 북ㆍ미와 한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가 참가하는 6자회담이 진행되어 2005년 9ㆍ19선언과 같은 일정한 합의도 있었으나, 이후 여러 가지 사유로 진전이 지리멸렬하였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북한은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핵무장 능력을 현실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 5월과 2013년 2월에 2, 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으며, 2012년 12월 서방측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하는 인공지구위성 발사체 ‘은하 3호’(대포동-3)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억제력’(deterrence 억지, 북한은 ‘억제’로 표기)으로서 보유한다고 당당히 주장하기에 이르렀으며, 2012년에는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였다.

280~281.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ㆍ발표되었으나, 역시 남과 북의 동상이몽으로 실제적 성과는 결여된 채 1993년 북핵 위기의 부각과 함께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렸다. 아직 냉전의 종식만으로 남북관계가 적대에서 화해로 변환되기는 일렀던 것이다. 1994년 북핵문제 해결 이후 남북 간 대화와 접촉이 조금씩 늘기 시작하고 남북경협도 느린 속도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그리고 남북관계에서 적대와 대결보다 화해와 협력이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햇볕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부터였다.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 배제와 화해협력의 지속적 증대를 대북정책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던 김대중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 및 비료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사회문화 교류를 활성화했으며 북미 간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했다. 뿐만 아니라 2000년 6월에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반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남북 당국의 적대적 대결관계는 화해적 협력관계로의 전환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 6ㆍ15공동선언은 남북 당국의 상호 인정과 평화공존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당국 간의 회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부문 간 민간교류를 확대해갔다. 특히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경의선 철도 연결은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결실은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10ㆍ4선언의 채택으로 이어졌다.

288. 남북간 교류협력이 진행되는 중에도 남북 당국 간 군사적 충돌과 긴장 상황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999년 6월과 2002년 6월의 서해교전 사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아직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288~289. 남북한은 해방 이후 단독정권을 수립하였고, 한반도에서의 단독대표권을 주장하며 상대방 체제를 부정해왔다. 냉전 시기 남북은 상대의 유엔(UN) 단독 가입 또는 남북한 동시 가입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냉전 종식 이후 1991년 9월 제46차 총회에서 남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 신청을 하였다. 남북한은 유엔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두 개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317~318. 예멘은 남과 북 모두 민주화가 미흡한 상태에서 각각의 권력 엘리트들이 자신의 기득권과 권력 기반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적대와 혼란, 그리고 재분리와 내전이라는 최악의 통일과정을 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남예멘 스스로 완전히 민주화되기 전에 권력 엘리트들의 지배력을 보장해주는 대등통합에 합의함으로써 통일 이후 선거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 측면이 있었다. 민주화되지 못한 정치체제 하에서 지배 권력의 타협과 담합만으로 통일을 합의해놓고 이후 선거 결과에서 애초의 권력 안배가 깨짐으로써 내전이 발발하게 된 셈이었다. 만약 동독처럼 남예멘의 사회주의가 민주화과정과 대규모 시위를 통해 완전 해체되었더라면 통일과정에서 표출된 선거 결과를 남예멘이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북예멘도 마찬가지였다. 민주화가 미흡한 상태에서 덥석 합의된 통일은 이후 총선을 통한 정치동학에서 비민주적인 정치세력의 힘이 그대로 온존하게 했고, 그것이 결국은 남북의 합의통일을 무산시킨 정치적 혼란의 단초가 되었다. 즉 북예멘의 보수 부족세력이 그대로 남아 통일총선에서 예멘사회당을 제치고 제2당이 됨으로써 남북의 통일과정은 평화로운 경로를 포기해야만 했다. 북의 이슬람개혁당은 원리주의에 입각한 반사회주의 정당이자 반(反)남예멘 세력이며 따라서 남측과의 대등한 합의통일을 처음부터 완강하게 거부했던 정치세력이다. 당연히 비민주적인 이슬람개혁당의 정치적 존재는 남예멘과의 평화적 통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걸림돌일 수밖에 없었다. 서독처럼 동독의 구 공산당과 민사당의 존재마저 관용해내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부재한 탓에 예멘은 무력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통일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320. 점진적 평화통일과 붕괴 후 흡수통일이 반드시 상호모순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점진적 평화통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결국 남과 북의 체제통합은 현실적으로 일방의 근본적 변화와 타방으로의 흡수라는 방식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평화공존과 북한의 변화라는 점진적 평화통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사는 통일’로서 통일의 완성 단계는 한 쪽의 체제전환과 이를 통한 흡수통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략) 오히려 실제 가능한 통일의 방식은 점진적 평화통일 과정이 지속되다가 일정 시기와 국면에서 붕괴 후 흡수통일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거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지점이 바로 통일과정에서 진보와 보수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공약수가 될 것이다.

321. 결과적으로 한반도식 통일과정을 상정해본다면 북한의 연착륙을 목표로 점진적 평화통일을 추진하되 어느 시점에서 붕괴에 의한 급격한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에 접근하는 경로일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식 통일과정의 정치동학은 매우 급격한 구심력이 작동하면서 남북의 힘의 관계를 반영하는 매우 역동적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324. 결국 한반도식 통일과정에서는 점진적 평화통일이든 급격한 흡수통일이든, 되도록 오랜 기간의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의 기간이 축적되고 공유되고 확산됨으로써, 일방의 흡수와 일방의 해체라는 극단적 통일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반도식 통일과정이 극단적 세력의 무분별한 대결과 적대에 의해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체제의 변화 및 기득권 세력의 약화와 더불어 남한의 수구강경 세력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즉 북한에 친남세력이 형성 확대되고 남한에 극단적 반북세력이 약화되어야만 점진적 평화통일이든 급격한 흡수통일이든 적대와 대결의 통일과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334~345.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이 일반적으로 주류 또는 표준으로 간주된다.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가 사회‘과학’이라고 명명된 것은, 자연철학에서 자연과학으로의 진화를 사회현상의 연구자들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뒤르켐이 말한 것처럼, 자연과학적 사회과학이라 할 수 있는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의 핵심은, “사회적 사실이 사물(things)이고 그리고 사물처럼 다루어져야 한다”라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349~350. 북한은 1991년 남한과 함께 국제연합에 가입했다. 즉 북한도 하나의 국민국가로서 국제법적 인정을 받고 있다. 2012년 현재 한국의 수교국은 189개국이고, 북한은 162개 국가와 수교를 한 상태다. … 국제관계의 행위자로서 북한의 행동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은 무기수출통제법, 비확산법, 대외원조법, 국제종교자유법, 무역법, 브레튼우즈협정법, 원자력법 등의 국내법으로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의 회원국가인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활동을 제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왔다.

351. 북한을 보는 시각은 실증적이기보다는 규범적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일원으로 북한에 주재하기도 했던 스미스(Hazel Smith)는, 북한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그것이 문화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안보로 환원하려는 ‘안보쟁점화’ 경향을 비판한 바 있다. 안보쟁점화 담론은 자신을 문명으로 북한을 야만으로 보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산물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미스가 지적하는 것처럼, 북한을 나쁘고(bad) 미친(mad) 국가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나쁜 행위자는 합리적이고 도구적이면서 예측 가능한 행위자이지만, 미친 행위자는 비합리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한 위험한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자신의 역사적 경험에 기초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는 합리적(rational) 행위자로 볼 때, 국제관계학의 영역에서 편견을 배제한 실증적 북한연구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352~353. 초기 북한연구에서는 정보의 축적이 지식의 생산과 동의어였다. … 연구성과가 존재할 때 방법론도 의미를 지닌다. 특히 냉전 해체 이전의 한국에서의 북한연구는 소련연구보다 ‘더 특수한’ 지역연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354. “북한을 바로 알자”라는 구호와 함께 제시된 북한연구방법이 이른바 내재적 접근이다. … 내재적 접근은 “북한의 내재적인 사회작동원리”를 규명하는 것을 북한연구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었다. 즉, 내재적 접근은 접근이 가능하지 않은 지역에 대한 연구를 ‘내부행위자’의 시선으로 연구하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참여관찰이 가능하지 않은 조건에서 외부의 연구자가 어떻게 내부행위자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355. 내재적 접근에는 북한에 대한 비판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재적 접근에 대한 비판이었다. “비판이 결여된 북한연구”라는 비판에 대한 대응은, 내재적 접근에 비판적 접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친북적 연구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한 이 추가는, 현실정치적 고려가 담겨 있는 것이기는 했지만 철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내재적이라는 개념의 철학적 의미가 사회적 실재의 모순을 스스로 드러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재적-비판적 접근은 동어반복이다. 내재적의 본래적 의미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주의의 모순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356~357. 내재적 접근과 경험적 접근을 동일시하는 것은 오류다. 내재적의 반대를 “선험적 또는 초월적”(transcendental)으로 설정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다. 칸트철학에 따르면 선험적은 경험적의 반대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선험적 인식이 경험적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_ 장달중 외, <현대 북한학 강의>, 사회평론, 2013.

December 4, 2018: 12:11 pm: bluemosesErudition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24시간 운영되는 매장에서 언제든 주문을 받고 즉시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되면서 유통의 개념을 바꿀 것”

August 25, 2018: 12:14 pm: bluemosesErudition

46~47. 14년 만에 되돌아온 다카마쓰는, 그런 내 심상 풍경에 딱 들어맞는, 좀 서글픈 곳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내가 그 전에 근무하던 무렵은 거품경제가 최고조였던 때입니다. 세토 대교가 개통되고, 이제부터 혼슈의 대도시처럼 편리하고 활기찬 생활이 기다릴 것이라며 지역 전체가 에너지에 넘쳐 들떠 있었습니다. 상점가에는 도쿄에나 있음직한 브랜드가 입점하고, 영화관도 많아져서 휴일쯤 되면 그야말로 사람들로 북적댔습니다. 그런데 내가 다카마쓰를 떠나 있는 동안 거품은 꺼지고 세토 대교도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는커녕 혼슈에 단물을 쪽쪽 빨아 먹히는 ‘빨대’로 둔갑해 있었습니다. 다리가 놓인 섬에 화려히 개장했던 관광 시설이 차례로 문을 닫았고, 가가와 현 유일의 테마파크 역시 개장 오픈을 여러 번 되풀이하고도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그렇게 화려했던 상점가도 망해서 셔터를 내린 채 방치되어 그야말로 황폐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 대신 활기를 띤 곳은 다카마쓰 교외에 생긴 혼슈 자본의 쇼핑센터였습니다. 도시 어디에나 있는 대형 체인점이 휴일만 되면 엄청난 정체를 일으킬 만큼 인기몰이를 하는 그 광경은, 마치 내 사랑하는 시코쿠의 영걸 다카마쓰가 혼슈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듯한, 나 자신의 ‘낙향’이라는 감정과 섞이면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54. 지도를 확인하고 농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어디 숨었는지 모를 등산로를 겨우 찾아내, 다 허물어져가는 산길을 묵묵히 오릅니다. 그런 밋밋한 산을 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지, 농가 사람들한테서 어딜 가느냐, 거길 왜 가느냐, 꽤 웃음을 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굉장했습니다. 여전히 추위가 가시지 않은 초봄, 살포시 비치는 햇빛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온통 뒤덮은 복사꽃 말입니다. 복사꽃을 본 적이 있나요? 분홍색에 벚꽃보다 튼튼하고 무척 요염합니다. 그게 눈길 가는 곳마다 온통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도쿄 근교 같으면 지금이 꽃구경 시기라며 관광버스가 줄줄이 서 있을 텐데 여기엔 아무도 없습니다.

55~58. 어느 날, 평소처럼 장시간 노동에 녹초가 된데다, 고약하고 무능하고 가진 거라곤 권력뿐인 본사 데스크(죄송합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거든요)와의 아무 결실 없는 교섭에 모든 것을 다 때려치우고 싶어졌으나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래도 휴일만큼은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필사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산길을 부지런히 걷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한 일흔쯤 되었을까, 어떤 오헨로상의 모습을 한 할아버지와 스쳐 지나갔는데, 늘 그랬듯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주고받은 나는, 순간 전혀 예기치 못한 격한 감정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그대로 터벅터벅 혼자 걷다가 갑자기 엄청난 기세로 눈물이 쏟아져내렸고, 그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슬프다 혹은 기쁘다, 그런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무無’였습니다. 하지만 대단히 격렬한 무. 왠지 모르게, 하염없이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원인은 분명했습니다. 나는 그만 할아버지의 웃음에 허물어졌던 것입니다. (중략) 아아, 뭐라 표현할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투명한 웃음’입니다. 아아 그래, 웃음이라는 게 원래 이런 표정이었구나,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그런 웃음….. 그리고 그날, 그 웃음이 내 속에 있던 작고 딱딱하고 뾰족한 돌멩이에 빔 광선처럼 꽂혔던 것입니다. 그것은 내 속의 응어리를, 이유도 모르게, 한순간에 녹여버렸습니다. 그 후, 대체 그 표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헨로상들은 이웃한 도쿠시마 현에서 출발해 고치 현, 에히메 현 길을 걸어 이곳 [가가와 현] 다카마쓰 근처에서 그 여정을 마칩니다. 저마다 여러 감정들을 품고 혼자서 고생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그 속에서 여러 사람들과 자연의 친절함과 시련을 맞닥뜨리다 겨우겨우 목표점에 다가갑니다. 그런 상황을 뚫고 지나기에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거라면…..

62~65. 가가와 현 사람들은 툭하면 우동을 먹습니다. 쉽게 말해 우동은 무슨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그곳 주민들에게는 일상적인 ‘주식’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 일본 제일이 있는데, 이건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가가와 현은 한 세대당 평균 저축액이 일본에서 가장 높습니다(2008년 기준). 이건 좀 의외가 아닐까요? 무엇보다 시코쿠의 경제 활동을 일본 전체에서 조망해보면 상당히 소규모니까요. 네 현을 다 합쳐도, 시코쿠의 GNP는 일본의 겨우 3퍼센트라 합니다. 경제 규모가 그 정도니 그곳 사람들도 그다지 돈을 벌지 못하는 셈이죠. 하지만 저축액은 많습니다. 이건 대체 무슨 뜻을까요. 답은 하나뿐입니다. 가가와 현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우동 소비량이 일본에서 제일’이라는 것과 ‘저축액이 일본에서 제일’이라는 것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제 가설입니다. 그리고 이 가설 자체가 돈에 대한 내 사고 방식에 실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가가와 현 사람들은 왜 돈을 쓰지 않을까? 그건 뭐니 뭐니 해도 이 ‘우동’에 원인이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가가와 현의 우동은 정말 저렴합니다. 가가와 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셀프’ 우동 집인 경우, 우동만 들어간 경우엔 한 그릇에 100엔대. 여기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긴 하지만, 기분이다 하고 튀김을 세 종류나 넣어 봐야 500엔을 넘기기 힘듭니다. 1000엔까지 도달하려면 그냥 우동으로만은 있을 수 없는 가격입니다. 그래서 가가와 현 사람들은 도시에서라면 당연한, 런치에 1000엔 이상 받는 가게에는 가려고 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반드시 내뱉는 대사가 바로, “그 돈이면 우동을 00그릇 먹을 수 있겠다”이니까요. 다시 말해 우동 한 그릇이, 그들이 물건 가격을 따질 때의 단위라는 말입니다. ‘엔’이 아니라 ‘우동’인 셈이지요. (중략) 입장료가 몇천 엔이나 드는 시설은 가가와 현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나요. 왜일까요? 그렇습니다, 가가와 현 주민은 “입장료만으로도 우동을 몇십 그릇이나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까요. 말도 안 되게 비싼 겁니다. 아깝잖아요. 엄청 깐깐한거죠. … 그들은 테마파크에 가고 싶은데 참는 게 아닙니다. 그저 납득할 수 없는 돈은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 그 편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돈이 모입니다.

65~66. 또 하나, 내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들의 ‘기축통화’인 우동을 파는 사람들입니다. (중략) 대부분의 가게들은 붐이 일었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변함없이 한 그릇에 100엔대 가격으로, 변함없이 밀려드는 손님들을 수습하고, 그야 물론 정신없이 바쁘기야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축통화인 우동을 다루는 사람들의 긍지가 아닐까요. 장사란 그저 팔아서 돈만 벌면 되는 게 아닙니다. 물건의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물건’이 무엇인지에 따라, 허용되는 가격과 허용되지 않는 가격이 있습니다. 그 분수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먼 장래까지 내다보았을 때 그 장사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물론 손해 보고 본전도 못 찾는 건 말이 안 됩니다만, 너무 많이 벌어서도 안 됩니다.

87~88. 회사란 조직을 두려워하다보면, 이상하거나 부조리하다 싶은 부분이 있어도 조직의 힘 앞에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을 겨를이 있다면 정면에다 대고 목소리를 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밑져봐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략) 머리를 쥐어짜 생각해낸 전략이, 전국의 지역판 기사를 읽고 ‘괜찮은 기사들’을 발굴하여 마구마구 칭찬하는 리포트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본사 사람들은 ‘총국은 미적지근하다’ ‘무르다’고 단정하면서 실제로 총국 기자들이 매일 어떤 기사들을 쓰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총국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불신이 쌓이는 묘한 상황이었습니다. 해고 운운하기 전에 그것부터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죠. “지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아무도 반대하기 어려운 옳은 말을 늘어놓으며 매주 사내 메일로 장황한 리포트를 오사카 본사의 모든 편집국원들에게 보내는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달랑 그것뿐이었습니다만,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굉장했습니다. 그만큼 회사는 지역판을 무시해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예정조화론 같은 모범적인 기사들이 넘쳐나는 전국판 기사들보다 기자나 데스크의 마음이 거칠게나마 흘러넘치는 기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이지 흥미로웠습니다. 내가 한 일은 그걸 ‘보이는’ 형태로 만들었을 뿐입니다만, 그것만으로도 회사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좋은 기사에 주는 매월의 상을, 점차 지역판 기사들이 석권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걸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너 정말 하는 짓이 야비하다”고 대놓고 질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그 질책은 오히려 제가 바라던 바였습니다! 이 전통 있는 조직을 내가 그렇게까지 흔들어놓았나 싶어서, 오히려 멋대로 자화자찬하고 득의만면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164~168. 일본은 전쟁에서 패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허벌판에서 출발한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세계대국이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일본인들은 다들 훌륭히 ‘자립’했다고 근거 없이 믿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분명 경제는 성장했고, 국민들은 집과 자동차와 편리한 것들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자립이었을까요? 풍요는 의존을 낳습니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더불어 모두가 평등하게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지속된 결과, 줄만 잘 서면 된다는 사고회로가 생겨버렸습니다. 깔려 있는 레일 위를 앞뒤 없이 달리는 것이야말로 중요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큰 회사에 매달려 이익을 나눠 가지는 것이 점차 기득권이 되었습니다. 이걸 자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중략) 결국 경제성장은 우리의 자립이 아니라 의존을 낳아버린 게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은 ‘있으면 편리한’ 것들을 생산하는 일조차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물건을 사려 들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물건을 팔아야만 합니다. 거기서 펼쳐지는 행위가, 불법과 구분하기 힘든 아슬아슬한 상행위입니다. ‘있으면 편리하다’는 구호는 ‘없으면 불행한’ 영역에 돌입했습니다. (중략)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 의존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누군가가 무엇을 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두 발로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내야 합니다. 그 힘이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요? 지금 우리는 그런 질문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두려운 일입니다. 당연합니다. 반세기 이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모험을 해야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걱정 말아요. 기대도 된다니까요.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인기가 모이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다들 아베노믹스를 좋아하는 겁니다.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더라도, 자립하라고 등 떠미는 것보다 나으니까. 각료들이 문제 발언을 하든, 돈 문제로 사임을 하든,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대신 XX은 추진해야겠습니다, 라는 말에도 눈을 감은 채 따라갑니다. 안보법안이나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으로 ‘아베 정치로부터의 탈피’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호소가 제대로 침투하지 않는 까닭은, 그러한 정치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의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 자신이어서가 아닐까요? “We are not ABE”가 아니라 “We are ABE.” 이를 직시하는 데에서 출발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172~174. 내 제안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자기 안에 있는 ‘회사 의존도’를 낮추라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돈’과 ‘인사’에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죠. 예를 들어 월급이야 저마다 다르지만, 많이 받는 사람도, 적게 받는 사람도 가능한 한 그 월급에 전면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업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생활을 점검하고, 자기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자는 뜻이빈다. 돈 들이지 않는 즐거움을 찾아보자는 뜻입니다. 그렇게 약간이라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쓰지 않고 돈이 조금씩이나마 쌓여갈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회사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말고 무엇이든 좋으니 좋아하는 일을 찾아봅시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듭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치관이 회사에 의해 좀먹는 비율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시 읽는 모임에서도 존경을 받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인사이동에 총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더라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고방식이 복안적이 되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길 터. 회사의 명령이라고 해도 반사회적인 행위라면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만약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제정신으로 견딜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분명 일 본연의 기쁨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이란 원래, 사람을 만족시키고 기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행위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기뻐할지 고민하는 것은, 무엇보다 창조적이고 가슴 뛰는 행위입니다. 그건 돈이나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돈을 벌기만 하면 뭐든 해도 좋다는 것은 일이 아니라 사기입니다. 장기적인 눈으로 봤을 때 결코 회사를 위한 게 못 됩니다. 그런 기쁜 사람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늘어난다면, 실체 없는 ‘회사’라는 괴물이, 사람들의 행복을 좀먹는 ‘회사 사회’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 미래에는, 회사 사회가 아니라 인간 사회가 등장할 것입니다.

187~188. 일이란 무엇인가 하고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일이란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돈을 받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그것은 놀이와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지해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일은 재미있습니다. 고생이 된다고 해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성취감도 느끼고, 동료도 생기고, 인간관계도 넓어집니다. 도와준 사람에게서 도움도 받습니다. 그 모든 것이, 놀이만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정말 일이란 멋진 것입니다. 돈을 지불해서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멈출 수가 없습니다.

193.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 것.’ 그것만큼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는 51세 무직의 봄입니다.

_ 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하겠습니다>, 엘리, 2017.

June 13, 2018: 12:41 am: bluemosesErudition

빌 앤드류스 박사는 텔로머라아제가 함유된 화장품 ‘디파이타임(defytimeㆍ’시간을 거스르다’라는 뜻)’을 소개하며 노화와 수명, 건강 등에 관여하는 염색소립(染色小粒) ‘텔로미어(telomere)’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간 염색체 끝 부분에 붙어있는 텔로미어는 세포분열 시 유전자 염색체가 닳아 없어지는 것을 막아주지만, 시간이 지나 세포분열 횟수가 늘수록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져 노화가 진행되고 수명이 단축된다”고 말했다. 그리스어 ‘텔로스(telosㆍ끝)’와 ‘메로스(merosㆍ부분)’의 합성어인 텔로미어는 운동화 끈이 풀리지 않도록 끝을 플라스틱으로 감아놓은 것처럼 세포의 염색체 말단부가 풀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앤드류스 박사는 지난 1995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텔로머라아제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고, 1997년 미국특허청에서 주는 ‘올해의 국립 발명가(National Inventor of the Year)’ 은상을 받았다. 그는 텔로머라아제에 대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단백질 효소다. 실제로 4년 전에 했던 동물 실험 중 노후한 쥐의 등에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하는 유전자를 투입한 결과 피부 변화, 뇌 활성화 등 엄청난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June 6, 2018: 6:49 pm: bluemosesErudition

성화는 죄의 옷을 벗고(최소) 예수 그리스도를 입는 것이다(최대).

March 26, 2018: 1:19 am: bluemosesErudition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민은 아마도 ‘거룩함’의 문제일 것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고향 교회 대학부 겨울수련회에서 당시 내수동교회 대학부를 담당하시던 화종부 목사님의 로마서 강해설교를 여러 차례 들으며 회심한 이후 한동안 마틴 로이드존스 목사님의 설교집과 박영선 목사님의 설교집에 빠져 지냈습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가는 데 있어서 두 분의 설교집은 제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 후로도 저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신자의 거룩함이란 무엇인가, 거룩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프란시스 쉐퍼 같은 분은 제게 큰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경영학자로서의 길을 멈추고 30대 중반에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목회자 후보생으로서 신학 공부를 시작한 후에도 거룩함 또는 성화라는 주제는 항상 제 관심의 가장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M. Div. 과정 학위논문은 제목이 “그리스도인의 경건한 삶의 원리와 모형에 관한 연구: 기독교강요를 중심으로”이며, Th. M. 과정 학위논문의 제목은 “성도의 삶에 나타나는 미덕의 특징에 대한 연구”이고, 마지막으로 Ph. D. 과정 학위논문 제목은 “그리스도와의 연합 관점으로 본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화론“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개혁논총」, 「한국개혁신학」, 「한국조직신학논총」 등과 같은 전문학술지에도 “김세윤의 칭의와 성화에 대한 관점 비판”, “결정적 성화 개념에 대한 존 머레이와 존 페스코의 상반된 견해”,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 담긴 성화의 의미에 대한 고찰”, “그리스도의 충만과 성화: 존 머레이의 주장을 중심으로” 등과 같은 성화를 주제로 한,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신학의 수많은 주제 중에서 그래도 ‘성화’라는 주제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이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밝혀 설명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저자들과 그들의 책이 성화에 대해 좀 더 쉽게, 좀 더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성화의 여러 특징에 대해 좀 더 풍성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위 책들은 어렵거나 분량이 아주 많습니다. 따라서 일반 성도들이 위 책들을 읽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화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주요한 교리적 사항들을 충분히 다루면서도 대중적인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는 저의 그런 고민과 해결책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 따라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갖습니다. 첫째, 이 책은 성화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되 책 전체 분량은 많지 않아 한 번에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즉 부담 없이 읽으며 거룩한 삶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 책은 개혁주의 성화론의 가장 최신 연구 성과들을 포함시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정독하면 성화론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교리적인 여러 이슈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고 거룩함을 더욱 사모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이 책은 분량이 작지만 성화의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며 핵심 사안들을 최대한 포함시켜 놓았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 포함된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개혁주의 성화론의 핵심 사항들을 마치 학자들처럼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분량은 적지만 성화라는 주제에 있어서만큼은 지금까지 세상에 출간된 어떤 책보다도 성화의 개념을 정확하고 풍성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독자들은 적어도 성화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바른 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January 12, 2018: 11:31 pm: bluemosesErudition

“창조와 공감은 놀랍게도 우리가 너무 무시해서 이름도 붙이지 않았던 ‘디폴트 네트워크(Default Network, Task-Negative Network)’가 활성화돼야 좋아집니다. 일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신경망이자 창조와 직결되는 신경망이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도 이러한 내용이 있던데, 직원들의 뇌를 놀게 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구글의 ‘20% Time’이 그 예가 될 수 있는데, 일주일 중 하루는 자기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하게 합니다. 왜냐고요. 뇌가 놀아야 하기 때문이죠.”(윤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