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저. 혈액 공급이 되지 않거나 세균 때문에 비교적 큰 덩어리의 조직이 죽는 현상.
제발트는 폐허에서 태어났다. 1944년 독일 베르타흐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이 남긴 쇠락한 풍경을 보며 자라난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대학을 마친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면서 산다.
그가 왜 쇠락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책의 제목을 ‘토성의 고리(Saturn’s ring)’라고 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토성이 생성될 무렵 부서저 나간 먼지와 얼음이 궤도를 떠나지 못한 채 레코드판 모양으로 토성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토성의 고리다. 생성에 기여했으나 이제는 부서저버린 것들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잔해 때문에 토성은 가장 아름다운 행성이 될 수 있었다. 잔해들이 토성의 미학을 완성해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