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정체성을 만들어온 동네 언저리에 앉아 그는 우사인 볼트처럼 말이 빨랐다. 잠시 숨을 고르면 다시 달음박질쳤다. 그 리듬은 흘러나오는 카페의 음악과 같았다. 자신의 취향이 아니면 인상을 찡그리기도 했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는데 음악과 소음에는 예민해요.”
그는 “시는 느낌의 전달, 음악의 전달, 침묵의 질을 전달하고, 쓰여진 것보다 쓰여지지 않은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집의 가장 강렬한 방점은 ‘시인의 피’ 연작에 찍힌다. 그가 생각한 시집 제목이기도 했다. ‘시인은 무엇이며 동시대성을 어떻게 가지는가’라는 질문에 시를 빌려 이렇게 답한다. “무대 위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입김이다. 그는 모든 장소에 흘러다닌다.”
제목에 쓰인 고래와 수증기를 비롯해 시어로 수집한 구름, 물거품, 입김, 움직이는 새 떼 등의 말은 ‘유동적’인 정서의 결을 만든다. “진짜 중요하고 실제적이고 현상적인 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게 아닌가요. 현상이지만 숨겨져 있는 입김처럼,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들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