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story of cognition on body
“16세기가 해부학, 17세기가 생리학, 18세기가 병리학의 시대였다면 19세기는 세포, 20세기는 유전체의 시대라 할 수 있다. 16세기의 해부학이 몸을 무정형한 액체가 아닌 일정한 형태와 구조를 지닌 실체로 인식한 이래로 탐구의 단위가 이처럼 변하자, 고대의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로부터 이어진 4체액설은 설 곳을 잃게 된다. 해부학이 구조와 형태로 된 몸을 확립하자 생리학은 그것을 바탕으로 몸의 기능을 설명했고, 병리학은 질병을 그 구조와 형태의 변화로 파악했다. 이것이 파라켈수스(통보Intimatio, 1527)를 시작으로 베살리우스(인체의 구조에 관하여De Humanis Corporis Fabrica, 1543)에서 하비(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하여Exercitatio Anatomica de Motu Cordis et Sanguinis in Animalibus, 1628)를 거쳐 모르가니(질병의 원인과 자리에 관한 해부학 연구De sedibus et causis morborum, 1761)에 이르는 200여 년 동안의 흐름이다. 이후 비샤가 조직에서, 비르쇼가 세포에서, [19세기 베르나르가 도입한 생체실험을 바탕으로] 20세기에는 세포 속의 염색체에서 병의 원인을 찾아낸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근대서양의학의 흐름은 끝없는 환원(reduction)의 역사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질병의 자리는 기관-조직-세포-유전체로 점차 하부단위로 옮겨졌다. (중략) 베살리우스 이래로 물질의 질서를 갖춘 실체가 된 몸은 이제 다시 조직과 세포와 분자로 나뉘고 구조와 형태가 아닌 관계와 반응으로 존재하게 된다. (중략) 애초에 시계와 같은 기계장치로 가정한 근대의 몸은 해부학과 생리학 연구를 통해 경직성을 털어내고, 복잡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화학공장이 되기도 하고, 유연한 세포들의 공동체로 설정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