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Balibar]가 스피노자의 텍스트에서 읽어낸 ‘대중들의 공포(fear of the masses)’는 대중의 공포인 동시에 대중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중이 지닌 힘의 양가성을 잘 표현한다. 즉 대중의 힘은 혁명을 일으킬 수도 이에 반발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 반폭력 정치에 대한 사고는 시민인륜(civilite) 개념으로 정교해진다. 시민인륜은 ‘시민권’과 ‘사적이고 공적인 윤리’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결합한 신조어이다.”
2. “주권권력은 항상 ‘희생’을 통해 벌거벗은 인간(Homo Sacer)을 만들어낸다. 그[Agamben]는 이 ‘희생’을 <장치란 무엇인가?>에서 ‘장치’로 바꿔 부른다. 주권권력은 항상 장치를 통해 주체를 생산함으로써만 작동한다.” “푸코는 ‘장치’라는 표현을 쓰기 이전에 ‘실증성’(positivit)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실증성’이란 규칙, 의례, 제도의 무게와 더불어 외부의 권력에 의해 개인들에게 부과되어 신앙과 감정체계 속에 내부화된 역사적 요소에 [청년 헤겔이] 붙인 명칭이었는데, 푸코는 이를 권력관계가 그 안에서 구체화되는 제도들, 주체화 과정들, 규칙들의 집합으로 재규정함으로써, 권력관계가 작용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포착하려고 했다.” “장치란 용어는 존재 안에 최소한의 토대 없이도 순수 통치 활동이 그것으로, 그것에 의해 실현되는 것을 명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치들은 항상 주체화 과정을 함축해야 한다.” “나[Agamben]는 생명체들의 몸짓들, 행동들, 의견들, 담론들을 포획하고, 유도하고, 결정하고, 차단하고, 만들고, 통제하고, 보장하는 능력을 가진 모든 것을 ‘장치’라고 부른다. 따라서 감옥, 수용소, 판옵티콘, 학교, 고백, 공장, 규율, 법적 조치들뿐만 아니라 펜, 글쓰기, 문학, 철학, 농업, 담배, 항해, 컴퓨터, 핸드폰, 그리고 언어 자체도 장치이다.”
3. “사랑의 선택은 그 자체로 이미 폭력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대상을 원래의 맥락에서 떼어내어 ‘숭고한 대상’으로까지 고양시키기 때문이다(Violence is already the love choice as such, which tears its object out of its context, elevating it to the Thing).”
* “이를테면 이탈리아의 철학자인 조르지오 아감벤은 1995년에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호모 사케르에서 푸코의 생체정치 개념을 기반으로 삼아 20세기의 나치즘과 파시즘 같은 전체주의 정치를 해명하려고 시도했다. 또한 2001년 출간된 이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에서도 생체권력 개념은 주요한 이론적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5년 이후 미완결된 나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