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욕欲이라는 글자의 ‘흠欠’은 갑골문과 금문金文에서는 사람이 입을 벌리고 몸을 구부리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것과 허虛를 의미하는 ‘곡谷’이 합해서 이루어진 글자 욕은 뱃속이 공허하여 입을 벌리고 먹을 것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이 있다. 욕慾 또한 욕欲과 동의어인데, 이 가운데 후자가 명사와 동사 양쪽에 사용되는 반면 전자는 주로 명사적으로 쓰인다.(174쪽)
2. 순자는 욕망을 둘러싼 이와 같은 다양한 사상을 수용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다”(순자 <예론>)고 하여 인간에게 본래 욕망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욕망을 “정情의 반응”(<정명正名>)이라 규정했고 나아가 인간의 욕망 추구 행위를 통어하는 것으로서 심心을 설정했다. 거기서 “마음이 좋다고 하는 바가 이理에 맞는다면 욕망이 많다 해도 국가가 이를 다스리는 데 아무런 장해가 되지 않는다. 마음이 좋아하는 바가 이에서 벗어난다면 욕망이 적다고 해도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순자>)고 하여, 욕망의 유무라든가 많고 적음과 치란治亂의 직접적인 관계를 부정한다. 그는 욕망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인도하는” 것, 욕망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이때 욕망을 조절하는 기준이 사회규범으로서의 예禮다.(1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