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pril 19th, 2015

April 19, 2015: 7:45 pm: bluemosesErudition

“1970년대 중반 현대건설이 배나무 밭인 압구정리(狎鷗亭里)에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였다.”

: 2:41 am: bluemosesErudition

“여기 보시는 이 그림은 갈릴레오가 1609년에 첫 번째로 망원경을 가지고 달을 보고서 달을 그린 그림입니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한 뒤에 달이 수정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달에 산이 있고 분화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서 세상에 충격을 준 사람입니다. 그게 충격적인 이유는 그전에는 달이라는 것이 수정처럼 매끄러운 존재라고 사람들이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중세시대에는 달이 성모 마리아의 처녀성과 관련되어 그것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달에는 흠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갈릴레오가 달에 지구처럼 산이 있고, 분화구가 있고, 계곡이 있다는 것을 보여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갈릴레오가 달에 있는 산이나 분화구를 직접 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다시피 당시에 갈릴레오가 가지고 있었던 망원경 배율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달의 분화구나 산이 직접 보이지가 않습니다. 갈릴레오가 처음에 관찰한 것은 놀랍게도 달의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나누는 선입니다. 육안으로 봤을 때는 이 선이 칼로 자르듯이 매끄럽습니다. 아마 달을 관찰해 보면 아시겠지만 반달이나 초승달을 보시면 이 날렵한 선들이 육안으로 관찰됩니다. 그런데 망원경을 통해서 보면 이 선들이 매끄럽지가 않고 여기저기가 울퉁불퉁하고 이 근처에 검은색 점들이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이게 왜 울퉁불퉁할까? 울퉁불퉁한 것을 어떻게 해석을 할 수가 있을까? 갈릴레오는 생각을 하다가 달의 표면이 삐쭉삐쭉하구나, 그래서 햇볕을 받아가지고 그림자가 생긴 것들이 이 달의 표면에서 이렇게 나타나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했고, 이 점들은 분화구에 햇빛이 비춰서 한쪽 부분에 그림자가 생기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당연한 해석 같지만, 이 해석이 쉬운 해석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하나는 달이라는 것이 ‘그런 존재다’라고 알려져 있지가 않았습니다. 달은 수정처럼 매끄러운 존재라고 알려져 있었고요. 또 갈릴레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실제로는 좀 전에 망원경을 가지고 달을 역시 관찰했던 영국의 토마스 해리엇이라는 과학자가 갈릴레오와 거의 같은 것을 발견하였지만, 갈릴레오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거의 같은 것을 발견하였지만 해리엇은 그 자신의 발견으로부터 달이 울퉁불퉁하다는 결론을 끌어 내지 못하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어서 이 경계가 울퉁불퉁한 것만 기록을 했지 그 사실로부터 그 관찰로부터 달의 분화구가 있고 표면이 거칠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해리엇이 이끌어 내지 못했던 것을 갈릴레오가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갈릴레오가 실제로 젊었을 때, 예술을 연습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로랜스의 디자인 아카데미는 그 당시에 예술학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학자이면서 드로잉이라든지, 원근법이라든지, 음영법에서 그림자 같은 것들을 나타내는 방법, 그림자를 보고 사물을 나타내는 것들에 대해서 공부를 했던 사람으로, 어떤 측면에서 갈릴레오는 예술가 또는 화가의 눈을 가졌던 과학자였기 때문에 이런 해석이 가능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홍성욱)

: 1:59 am: bluemosesErudition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는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자마다 해석이 다를 정도로 모호한 말이긴 하지만 여우가 온갖 교활한 꾀를 부려도 고슴도치의 한 가지 확실한 호신법을 이겨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징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 이 말은 작가와 사상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 넓게 말하면 인간 간의 차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모든 것을 하나의 핵심적인 비전, 즉 명료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스템과 연관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이런 시스템은 모든 것을 조직화하는 하나의 보편 원리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런 시스템에 근거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생각하며 느낀다. 다른 한 부류는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 목표들은 흔히 서로 관계가 없으며 때로는 모순되기도 한다. 물론 심리적이고 생리적인 이유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관계이지만 도덕적이고 미학적 원리에 근거한 관계는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고 행동지향적이며, 생각의 방향을 좁혀가기보다는 확산시키는 경향을 띤다.  따라서 그들의 생각은 산만하고 분산적이다. 또한 다양한 면을 다루면서 아주 다채로운 경험과 대상의 본질을 포착해나간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찾아낸 본질을 받아들일 뿐, 모든 것을 포괄하고 결코 변하지 않는 하나의 비전에 그들 자신을 맞춰가려고 애쓰지 않는다.”(21~22쪽)

홉스와 보일 그리고 드워킨

: 1:53 am: bluemosesErudition

<정의론: 법과 사회 정의의 토대를 찾아서>의 지은이 로널드 드워킨(1931~2013)은 전세계 법철학 연구자들의 자부심이다. 개념 분석에 골몰하거나 현실로부터 유리된 추상적인 주제를 탐구하던 법철학을 생생한 현실의 장으로 끌어들여 법철학을 현실과의 대화로, 현실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려는 실천적 학문으로 바꾼 최고의 법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도덕철학과 정치철학 분야에서도 당대 최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실천적 지식인인 그의 논문과 저서는 항상 학문적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현대 법철학과 정치철학의 수준을 드높였다.

인간 존엄성, 정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자유, 평등, 권리, 법 등과 같은 … 개념들을 이해하려면 우리의 실천에서 얻어진 경험, 직관이나 상식, 종교·윤리·정치적 가치관, 미리 획득한 여러 가치들이 투입되기 마련이다. 이것들 없이는 개념들은 풀이되지 않는다. 이 점이 드워킨이 ‘해석적 개념’이란 용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 사상이다. 그렇다면 여러 견해들 중에서 그리고 상충하는 가치판단 중에서 어떤 것이 옳은지를 또는 가장 나은지를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각각의 견해와 가치판단에 투입된 여러 요소 하나하나가 숙고를 거쳐 확립된 최선의 것이면서도 서로서로 잘 통합되어 맞물려 있는가이다.

개정 이전의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시민을 강간한 자는 기존 형법상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었을까?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강간죄가 아니라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로 처벌해 왔다. 피해자가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부녀’(여성)라는 형법상 개념은 한국 사회 보통 사람들의 관념과 생물학적 성염색체 기준에 비추어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었는데, 강간죄로 처벌한 2009년의 부산지방법원 판결이 계기가 되어 드디어 대법원의 입장도 바뀌었다. “국가의 임무는 삶의 제 분야에 있어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과 행복의 추구를 돕고자 하는 헌법 원리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 모든 국민들이 가진 행복추구권과 사생활 보호,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근거한 헌법 또는 법의 근본원리에 바탕을 두어 (…) 본 법원은 종래의 이론과 선례를 근거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다음, 성적 소수자인 피해자의 법률상 지위를 여성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부산지방법원 판결의 요지이다. 이 판결의 영향으로 강간죄 규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로 2012년 12월 18일 개정되었다.

이 과정은 드워킨의 ‘통합성으로서의 법’(law as integrity) 사상을 잘 보여준다. 통합성으로서 법을 파악하는 입장이란 “과거의 공적인 결정(입법과 판례)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난 것만을 법이라고 보지 말고, 그 결정들에 대하여 최선의 것으로 제시할 수 있는 내용들을 법으로 보는” 것이다. 성전환자의 지위와 관련된 결정을 최선의 정치적·법적 작품으로 만들어보려는 노력인 위 판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엇이 법인지를 파악할 때 투입하는 여러 원리들을 정돈하고 배열하는 최고의 가치는 ‘동등한 존중과 배려’의 이념이다. 이는 개인의 책임, 시민의 정치적 책임, 국가의 정당성, 정의, 평등, 자유, 민주주의 개념과 이념을 이해할 때에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윤리학, 도덕철학, 정치철학, 법철학의 중심 개념과 원리 하나하나를 해명하면서도 상호 연관성을 갖게끔 조정하여 ‘잘 사는 삶’의 문제와 ‘정의로운 사회’의 문제를 통합한 이 저서의 원제는 ‘고슴도치들을 위한 정의론’이다.

_ 김도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 한겨레, 201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