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개변수가 빠져 해명되지 않는 단층이 보이면 탐정처럼 자료와 인터뷰, 그 무렵의 사건 따위를 다시 뒤지기도 했다.”
“누구를 만나서 젠체하거나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나면 공허해지는 것 있잖아요. 집에 가서 부끄러워 죽고 싶고······.”
“매개변수가 빠져 해명되지 않는 단층이 보이면 탐정처럼 자료와 인터뷰, 그 무렵의 사건 따위를 다시 뒤지기도 했다.”
“누구를 만나서 젠체하거나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나면 공허해지는 것 있잖아요. 집에 가서 부끄러워 죽고 싶고······.”
식탁 곁 담벼락은 튼튼한 돌담이긴 하지만 높이가 허리까지도 안 오고 그 아래쪽은 아뜩한 벼랑이니 굳이 다가갈 생각은 안 난다. 그런데 그 담이 끝나는 지점쯤에 눈에 뜨이지 않는 조그만 팻말이 하나 서있었다. 가로 60㎝ 세로 20㎝센티쯤 되는 하얀 판을 봉(棒) 하나에 꽂아 세우고, 그 작은 팻말에 까만색 단정한 글씨로 또박또박 날개 대여라고 쓰여 있다. … “날개 대여”라니! 시뻘건 글씨로 “추락 주의!”라고 아무리 커다랗게 써 붙여도 모자랄 지점이었다. 그러나 눈 달린 사람이면 한 걸음도 더 가진 않을 곳이었다. 그런 위태로움을 두고 경고도 않고, 겁도 주지 않고, 어쩌다 거기까지 오게 된 사람에게 “날개 대여”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그래도 주의하라 말하는 그 여유와 신뢰가 얼마나 놀랍던지.
예후디트는 내가 진행하는 탈무드 수업에 참관했다. 나는 ‘선조들의 어록’을 가르쳤다. ‘선조들의 어록’은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구전으로 내려오는 유대현인들의 명문집이다. 이 책은 동양의 ‘논어’와 비교할 만한 경전이다. 나는 ‘선조들의 어록’ 2번에 등장하는 문장을 설명하였다. “우주는 다음 세 가지 원칙 때문에 유지 됩니다; 첫째 토라, 둘째 아보다, 셋째 헤세드. 첫 번째 ‘토라’라는 히브리 단어는 ‘경전’이면서 ‘길’이란 의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기에게 유일한 ‘길’이 있으며, 매 순간 발걸음이 닿은 길이 바로 ‘목적지’라는 인식이다. 공자가 말한 ‘도’(道)와 유사한 개념이다. 종교적인 ‘죄’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안다 할지라도 그 길에서 벗어나는 행위다. 두 번째 ‘아보다’라는 히브리 단어는 ‘노동’이면서 ‘예배’다. 이 히브리 단어의 이중적인 의미 때문에 1611년 영어흠정역 성경이 히브리 원문에서 영어로 번역될 때, service란 영어 단어가 만들어졌다. 이웃이나 낯선 자를 위해 하는 일이나 노동은 바로 신에게 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자신이 하는 일을 신을 위해 하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삶의 원칙이다. 그리고 낯선 자를 신처럼 섬기라는 윤리적인 명령이다. 세 번째 ‘헤세드’라는 히브리 단어는 ‘변하지 않는 어머님의 사랑’이다.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의 둘레를 확장하여 타인을 자신처럼 아끼는 마음을 가지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