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사이안화 칼륨(석탄 가스를 정제할 때에, 산화철에 흡수되어 생긴 사이안화물로 만든 물질)’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청산 칼리(靑酸kali)’의 음역어.
청산가리. ‘사이안화 칼륨(석탄 가스를 정제할 때에, 산화철에 흡수되어 생긴 사이안화물로 만든 물질)’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청산 칼리(靑酸kali)’의 음역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다(Essentially Pathological)고 생각한다. 학력 집착은 능력을 중시하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실력 위주 사회)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둔다. 실력 위주 사회는 일견 공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많다. 우선 학력을 두고 군비 경쟁 같은 논리의 끝없는 경쟁이 발생한다.”
“상대가 전함을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에 우리도 전함을 만드는 거다. 상대는 우리 전함을 보고 실제로 전함을 만들고, 그러면 우리는 추가로 전함을 만들어야 하고…. 결국 경쟁이 가속화된다. 한국 부모들은 ‘다른 집 아이가 사교육으로 더 앞서 나갈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만 뒤처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교육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이를 본 다른 부모들도 교육에 투자하고, 다들 지지 않으려 점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점이다.”
“좀 더 심각한 문제는 그다음에 온다. 서로 경쟁하다 보면 결국 더는 버틸 수 없는 시점이 온다. 상대가 겨우 좀 더 버텨서 이기면 자신을 패배자로 여긴다. 자신이나 부모가 충분한 능력(Merit)을 쌓지 못했다며 원망하고 자기혐오(Self-Loathing)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능력에 대한 판단 기준이 선망하는 대학에 들어갔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입시에 실패하면 곧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학벌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아무리 입시 제도를 공정하게 바꾼다 해도 상류층은 결국 자신의 자녀를 경쟁에서 승리하게 할 방법을 찾아내고 만다. 메리토크라시라는 말을 만든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1961년 쓴 소설에 이러한 상황이 생생히 담겨 있다. 사람들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경쟁한 뒤 그것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라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실력(Merit)은 타고난 능력과 노력의 합으로, 실력 위주 사회란 이러한 가정 하에서 본인이 갖춘 실력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공부를 잘해 서울대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면 사회·경제적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실력은 부모의 지위, 정보, 재력 등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으므로 순수한 의미에서 실력이라고 하기 어렵다. 학벌에 대한 보상이 과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영 청소년 간 시간 사용 차이는 놀라운 수준을 넘어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 청소년은 영국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많은 시간을 학업 활동에 쏟아붓는다. 군비 경쟁처럼 비합리적인 양의 노력을 소요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 청소년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다. 그러나 높은 PISA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국가의 경제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과연 그만한 희생을 치를 가치가 있는가, 무엇보다 그렇게 높은 점수를 얻고자 치르는 정신적 비용을 개인과 사회가 과연 감당할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공정한 입시 제도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수만이 거머쥘 수 있는 학벌 성취에 모두가 자원을 쏟아붓지 않도록 사회적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대학 서열의 다각화(Multidimensional Status Ordering)를 비롯해 사회적 성취에 이를 수 있는 학벌 외의 다양한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몸때가 오면 열 손톱마다 비린 낮달이 선명했다.
물가를 찿는 것은 내 오랜 지병이라, 꿈속에도 너를 탐하여 물 위에 공방(空房) 하나 부풀렸으니 알을 슬어 몸엣것 비우고 나면 귓불에 실바람 스쳐도 잔뿌리 솜털 뻗는 거라 가만 숨 고르면 몸물 오르는 소리 한 시절 너의 몸에 신전을 들였으니
참 오랫만에 당신
오실 적에는 불 밝은 들창 열어두고 부러 오래 살을 씻겠네 문 밖에서 이름 불러도 바로 꽃잎 벙글지 않으매 다가오는 걸음소리에 귀를 적셔가매 당신 정수리 위에 뒷물하는 소리로나 참방이는 뭇 별들 다 품고서야 저 달의 맨낯을 보겠네
_ 신미나, 부레옥잠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제롬과 쥘리에트는 보들레르의 시를 낭독한다. “머지않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 안녕, 너무 짧았던 우리 여름의 찬란한 빛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