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렇게 일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회사가 조직 구성원을 신뢰하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사소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직장 평가 사이트에서 이 회사에 대한 악평이 올라왔다는 거에요. 회사 측은 누가 그 글을 썼는지 색출하기 위해, 때아닌 감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정기 휴가도 반납하고 일만 했던 A씨는, 이 때문에 법인카드로 야근 식사비를 결제한 내역에 대해 건건이 소명 자료를 썼습니다. 계속된 야근에 지쳐 9시 5분에 출근한 적이 딱 2번 있었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텅빈 모니터 화면을 소명 자료로 채워 나가다, A씨는 퇴사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B씨의 상실감은, 윗 직급으로 갈수록 ‘실력’을 키우긴커녕 ‘사내 정치’에만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됐습니다. B는 회사의 ‘말 뿐인 인정’이 지친다고 했는데요.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해 승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고과는 성과와 별개로 책정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같은 저성장 국면에서 개인의 성장은 더욱 간절한 이슈입니다.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 회사가 개인을 지켜줄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나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해집니다. ‘열정’이 없어 퇴사와 이직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뾰족하게 만들 수 없는 회사에서 버티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왜 수평적 조직 문화를 중시할까요. 그들이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여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이들은 진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엔 수평적 조직 문화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존 사고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임원이 아니라, 실제 일할 사람들과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경험이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님을 이미 체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