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갤리슨의 작업은 과학이 과학자들 사이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극단적인 사회구성주의를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그렇지만 그는 과학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지식이라고 설파하는 전통적인 과학철학자들과도 견해를 달리한다. 마치 사회구성주의자처럼 갤리슨은 과학자의 행위(practice)가 국소적인 가치들을 각인하고 있음을 받아들인다. 갤리슨에게 보편적인 과학은 처음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국소적인 과학이 탈국소화(delocalization)되면서 나타난 결과물인 것이다. 과학적 행위의 국소성과 탈국소화 과정은 갤리슨의 오랜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화두이다.”

2. “갤리슨은 1997년에 … <이미지와 논리>를 출판했다. 이 책은 ‘기구’(instrument)에 대한 책이며, 실험에 대한 첫 책을 잇는 저술이다.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검출기에 ‘이미지 전통’과 ‘논리 전통’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이 두 전통이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따로 발전하다가 융합되었는가를 분석한 책이다. 갤리슨이 기구에 초점을 맞춘 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는 과학에서의 이론과 실험이 기구를 매개로 불연속적인 상호작용을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과학에서 이론과 실험의 관계는, 이론이 실험을 결정하는 것도, 혹은 역으로 실험이 이론을 인도하는 것도 아니다. 갤리슨의 분석에 의하면, 이론-기구-실험은 다른 요소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고유한 ‘삶’을 가지는 동시에, 국소적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다른 요소들과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3. “갤리슨이 제시하고 있는 과학의 이미지는 혼란스럽다. 갤리슨의 과학은 국소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지지만 탈국소화 과정을 거치고, 간단한 언어가 만들어져 복잡한 언어로 성장하듯이 진화하며, 생성되었다가 소멸되는 교역지대를 통해 다른 분야와 소통한다. 과학의 이론과 실험, 그리고 기구는 각자의 전통 속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하지만, 또 종종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면서 극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