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비클러는 1871년 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미국 ‘S&P 500 지수’의 주가와 ‘주당 순이익(EPS)’의 움직임을 검토한 바 있다(주당 순이익은 해당 기업의 연간 수익을 총 주식 수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현재 이익’을 나타낸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주가와 순이익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상관계수의 값도 ‘양’으로 매우 높아 0.72에 이르렀다(상관계수가 양이면 주가와 순이익이 같이 올라가고 같이 떨어지며, 0.72라는 것은 함께 움직이는 정도가 매우 높다는 의미). 1차 세계대전 이전은 주가가 기업의 ‘현재이익’을 반영하는 ‘돌아보기’의 시대였으니,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 주식과 순이익의 상관계수가 1차 세계대전 이전의 0.72에서 0.35로 급격히 떨어진다. 심지어 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예컨대, 1972~1974년의 스태그플레이션기에 이윤은 42% 증가하는 반면 주가는 43% 폭락한다. 1930~2000년의 주가-순이익 간 상관계수는 심지어 마이너스 0.15이다. 투자자들이 현재의 기업수익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주가와 현재이익 간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 … 그러나 이런 트렌드에서 벗어나는 두 차례의 ‘역사적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1930년대와 ‘2000년~현재’이다. 이 두 시기에는, 주가와 순이익이 밀착해서 함께 움직였다. 상관계수도 1930년대에는 0.90, 2000년 이후엔 0.65에 달하고 있다. 1929년 금융시장이 붕괴하자 자본주의 지배층들은 ‘미리보기’에서 ‘돌아보기’로 전향한다. 더욱이 당시의 자본주의는 볼셰비즘(레닌주의)과 파시즘의 체제 도전에시달리고 있었다. 이렇게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데 ‘미리보기’, 즉 미래 예측에 나설 여력이 있었겠는가. 결국 자본주의 지배층들은 자기들의 지배 능력과 미래에 자신감을 잃고, 미래가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것’, 즉 기업의 현재이익에 기대게 된 것이다. 이는 갑자기 ‘미래 수익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이런 분위기는 1939년에 이르러서야 극복된다. … 1939년부터 2000년까지 수많은 위기가 있었다. 스태그플레이션, 국제적 갈등, 혁명 등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들은 그냥 ‘보통 위기’였고, 자본주의 지배층의 자신감을 해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2000년 들어 ‘기계’가 멈춘다. 1939~2000년 사이, 주가와 순수익 간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15였다. 두 지표가 독립적으로 놀았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에서 2010년 3월 사이의 상관계수는 0.65까지 올라간다. 주가와 순이익이 다시 같은 방향으로 밀착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이 기간 중에는 상당한 호황기가 있었음에도 주가가 순이익을 따라 움직였다. 1930년대처럼 자본주의 지배층들이 다시 ‘돌아보기’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현상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Jonathan Nitz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