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소강령이란 누구라도 찬성할 수 있는 데서 시작하여 차츰 차츰 나아가는 것 입니다. 다른 한편, 최대강령이라는 것은 높은 목표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최소강령은 현실의 운동을 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러 의견이나 이해를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한다면 누구라도 납득, 찬성할 수 있는 데서 시작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 최소강령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찬성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됩니다. 그래서는 활동가도 비활성화 됩니다. 최대강령이란 ‘이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이념이 없으면 운동은 지속되지 않고, 타락하고 맙니다.”
2. “현재, 사람들이 최대강령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이념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지요. 그런 가운데서 1990년 이래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은 이른바 ‘이념’을 재건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이념은 환상이다, 가상이다, 라고 말하던 시기부터 였습니다. 그때 나는 칸트를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칸트야말로 이념을 가상이라고 말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3. “칸트는 가상을 2개로 나눴습니다. 하나는 감각에 유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성에 의해 투시되고, 정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령의 정체는 알고 보니 마른 억새’라고 할 때입니다. 이성적으로 보면 마른 억새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상을 제거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런데 제거할 수 없는 가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어제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같다. 그러한 자기 동일성은 흄이 말하는 것처럼 가상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사회적 요청이며 관습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자기 동일성이라는 가상을 갖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통합실조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가상임을 알더라도 제거할 수 없는 가상, 칸트는 그것을 초월론적 가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념이라는 것도 실은 초월론적인 가상입니다. 자기라는 가상을 갖지 않으면 통합실조증이 된다고 말했 지만, 역사의 이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역사적 이념을 부정하면 그대로는 견디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통합실조증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노골적인 환상, 즉 종교로 향하게 됩니다.”
4. “나는 자주 말해왔지만, 칸트가 이념을 둘로 나눈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구성적 이념과 통정적 이념을, 혹은 이성의 구성적 사용과 이성의 통정적 사용을 구별하였습니다. 구성적 이념이란 그것으로 현실을 만들어내는 그러한 이념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예를 들어, 미래사회를 설계하여 그것을 실현한다. 대개, 이념이라고 불리는 것은 구성적 이념입니다. 그에 비해서, 통정적 이념이라는 것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것이지만, 끊임없이 그것을 목표로 하여, 서서히 그것에 가까이 가게 하는 것입니다. 칸트가 ‘목적의 나라’라든가 ‘세계공화국’이라고 부른 것은 그와 같은 통정적 이념입니다.”
5. “Communism is for us not a state of affairs which is to be established, an ideal to which reality [will] have to adjust itself. We call communism the real movement which abolishes the present state of things. The conditions of this movement result from the premises now in existence.”(Marx & Engels, 1845[1970] : 5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