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렸고, 내린다. 모처럼 마음이 설렌다. 설렘은 나를 늘 그 시절, 그 풍경 속으로 옮겨 놓는다. 아직도 그 사람과의 시간은 95년에 멈춰서 있다. 때늦은, 아련한 풋사랑이다. 다소 연관은 없지만, 한 마디 덧붙인다면, 성폭력과 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조차도 이성(異性)을 놋요강으로 처분하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
“당당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웃는 모습”이 [당사자의 표현대로] “10년 앞을 내다보는” <신화는 없다>의 저자를 존경하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보다 애처롭고 답답하며 위험할 순 없다. 물론, 이러한 생각조차 불온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