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_ 마종기(2006). “꿈꾸는 당신”,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