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 천만영화 13편 중 <국제시장>, <괴물>,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베테랑>, <암살>, <변호인>이 모두 오달수의 출연작이다.
“그리 깊이 생각하진 않았고 …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안다. 천만영화가 들어설 때 100편 이상은 쫄딱 망한다는 거. 근데 답이 없다. 착한 시나리오라 해야 할까. 상업적인 계산이 부족한, 그런 시나리오들이 많다. 그게 그들만의 영화 만드는 이유일 수도 있지만. 대기업들이 영화 배급망을 장악한 상황이라 중소 배급사나 제작사도 그쪽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다. 치열하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왜 자꾸 조연만 하냐고 하는데, 영화에는 주·조연이 없어요. 각 씬(장면)마다 주연이 있을 뿐. 저는 제가 주연인 장면에 성의를 다 하는 거죠. 그런 장면들이 합쳐져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겁니다.”
“그냥 재미있는 작품을 골라요.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해서 2~3시간 동안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가고 끝까지 읽히는 작품? 솔직히 그런 작품은 내 배역이 뭔지도 안 보여요. 그냥 ‘좋은 작품이구나’하죠.”
“힘들었다. 결혼 생활도 얼마 못 갔다.(웃음) 6년 살다 이혼했다.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겠나. 아내는 연극 그만두고 나름 직장도 다니고 돈도 잘 벌었는데 … 지금은 아이 문제로 의논할 일 있으면 만나고 아이랑 여행 간다든지 하는 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인 딸은 부산에서 할머니와 고모들이 돌봐주고 있다. 아무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골치가 아파졌다. 양육 문제도 신경이 쓰이고 또 정말 외로워지기도 했고. 서울에 그야말로 혼자 남겨졌으니.”
“그냥 왔다갔다 하다가. 먹고 살려고 공연 팜플릿 배달 일을 했는데,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갔다가 이윤택 선생님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마침 배역 하나가 빵꾸 났는데, 잘 됐다. 니가 해봐라’라고.” “<오구>가 너무 좋은 평가를 받아 공연이 지속된데다, 외로운 참에 극단 식구들이 너무 좋아서 그 길로 이렇게 돼버렸다.”
“난 부산의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하면서 처음 연극을 하게 됐는데, 연희단거리패의 연출가 이윤택 선생 … 그분이 그런 말을 하셨다. ‘악할수록 연민이 가야 한다’고. 악한의 전형성이란 건데 … 연민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악한도 결국 죽는다는 거. 옛날에 연애할 때 <바보각시>란 작품을 했는데 이윤택 선생이 하루는 부르셔서 ‘달수야 사람은 꼬라지대로 연기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연애를 하고 난 뒤부터 멋있어 보이려고 한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바보여야 하는데. 선생님 말로는 난 ‘소상’, 하회탈 같은 ‘웃는 얼굴’이다. 비극 하면 안 어울린다. 슬퍼도 페이소스(비애감)랄까.”
“사전 계약서에 그런 걸 넣는다. ‘오락프로는 하지 않겠다’고.”
“배우에겐 의도가 있을 수 없다. 친일파에 대한 공분, 정의 실현에서 느끼는 통쾌함 그런 건 같이 느끼지만 배우의 입장에선 어떤 편견도 갖지 않는다. 편견이 없어야 연기가 자연스러워진다. 배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 정치 성향은 있을 수 있지만 배우로서는 아니다. 말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내 정치 성향은 이런 거다. 황지우의 시에 그런 구절이 나온다. ‘버스 운전수의 급격한 우회전은 승객들을 좌편향시킨다’. 이게 내 생각이다.”
“함민복 시인을 좋아한다. 강화도에 사는. 가장 존경하는 시인은, 이분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겠지만 김수영 시인이다. 함민복 시인이 김수영 문학상을 받아서 더 좋았다. 김수영은 너무 인간적인 사람 같다. 산문에 보면 그런 게 있다. ‘나는 네가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라는 그런 바보 같은 순간이 있다’. ‘나의 가족’이란 시는 감동 그 자체다.”
“아버님께서 많이 보셔서 집에 책이 많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설국>을 쓴 일본의 소설가부터 시작해 쇼펜하우어니 헤르만 헤세니 … 고교 때 뜻도 모르면서 읽었다. 쇼펜하우어 같은 염세주의자들은 죽겠다고 산속에 권총 한 자루 들고 들어가서 늙어 죽지 않나. 지나고 보면 그런 것들이 감성의 자양분이 된 거 같다.”
“서른살 되던 해에 세배를 드리니까 아버님이 덕담으로 ‘넌 이제 어른이니 앞으로 말을 더듬어서 해라’라고 하셨다. 정치인들 보면 왜 ‘에… ’, ‘저… ’, ‘그…’로 말을 시작하지 않나.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지 마라, 그런 의미로 하신 말씀이다.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