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December 31st, 2019

December 31, 2019: 9:19 pm: bluemosesErudition

“피에르 바야르는 <예상 표절>이라는 책에서 모파상과 프루스트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시기적으로 분명히 먼저 글을 썼던 모파상이 그보다 나중에 글을 쓴 프루스트의 문장을 표절하였다고 바야르는 주장한다. 그가 근거로 든 것은 ‘부조화’였다.”

: 8:21 pm: bluemosesErudition

빈 방을 치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을 가슴에 돌처럼 얹고서
베개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흩어진 옷가지들을 개키며

몇 줄의 문장 속에 너를 구겨 넣으려 했던 나를 꾸짖는다
실컷 울고 난 뒤에도
또렷한 것은 또렷한 것
이제 나는 시간을 거슬러 한 사람이 강이 되는 것을 지켜보려 한다

저기 삽을 든 장정들이 나를 향해 걸어온다
그들은 나를 묶고 안대를 씌운다
흙을 퍼 나르는
분주한 발소리
나는 싱싱한 흙냄새에 휘감겨 깜빡 잠이 든다

저기 삽을 든 장정들이 나를 향해 걸어온다
분명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사방에서 장정들이 몰려와
나를 묶고 안대를 씌운다
파고 파고 파고
심지가 타들어가듯

나는 싱싱한 흙냄새에 휘감겨 깜빡 잠이 든다

저기 삽을 든 장정들이 나를 향해 걸어온다
가만 보니 네 침대가 사라졌다
깜빡 잠이 든 사이
베개가 액자가 사라졌다
파고 파고 파고
누가 누구의 손을 끌고 가는지
잠 속에서 싱싱한 잠 속에서
나는 자꾸만 새하얘지고

창밖으로
너는 강이 되어 흘러간다
무릎을 끌어안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자세가 씨앗이라면

마르지 않는 것은 아직
얼려 있는 것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린다

세상 모든 창문을
의미 없이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안희연, <너를 보내는 숲> 전문

: 3:45 pm: bluemosesErudition

오떡이어 이야기 - 분식점 교회

: 3:42 pm: bluemosesErudition

사위부족에게 널리 알려진 고유한 표현인 “투위아소나이 마카에린”은 마지막 배반의 순간에 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그 뜻은 “우리는 너를 죽여 잡아먹기 위해 지금까지의 우정으로 (너를) 살찌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