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November 10th, 2013

November 10, 2013: 1:34 pm: bluemosesErudition

Colossians 3:2 NIV

Set your minds on things above, not on earthly things.

: 2:50 am: bluemosesErudition

“1930년대에 제기된 문제들이 과거의 것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대규모 개발이나 신자유주의가 답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파시즘이 부활할 것이라는 진부한 경고를 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는 아직 ‘긴 30년대(Long Thirties)’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 기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인간의 삶의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처럼, ‘30년대’를 끝내기 위해서는 인간사회의 구성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_ 후지이 다케시,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역사비평사, 2012.

: 2:29 am: bluemosesErudition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_ 곽재구 「사평역에서」(창비,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