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pril 4th, 2017

April 4, 2017: 6:48 pm: bluemosesErudition

잘못된 통계는 그릇된 인식을 심는다.

: 10:40 am: bluemosesErudition

“완장 기호가 나부끼는 영화들이 연이어 기억 세포를 자극한다. 먼저 윤흥길의 소설을 각색한 〈장마〉(1979, 유현목)가 떠올라 다시 보았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소년 동만의 시점을 따라가는 이 작품에선, 동만의 서울 외갓집이 시골 친가로 피난 내려가 같이 지내는 장마철 일상이 펼쳐진다. ‘우르릉~ 쾅쾅~’하며 퍼붓는 장맛비 속에서 외할머니는 이가 빠지는 악몽을 꾼다. 이어 대나무 숲에서 지내다 국군으로 전쟁터에 나간 외아들의 전사통보가 전해진다. 이 사건 후, “빨갱이는 다 죽으라”는 외할머니의 탄식을 접하며 피난처로 사랑채를 내준 친할머니는 마음이 불편하다. 마을에서 완장 차고 의기양양해 하다가 빨치산으로 떠난 둘째 아들에게 이 저주가 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피난처를 내주며 노친네끼리 서로 보듬고 잘 지내자던 호의는 돌변한다. 한쪽은 국군 아들, 다른 한쪽은 빨치산 아들을 둔 사돈지간인 두 할머니는 서로 원망하며 종교적 주술에 의존한다. 빨치산 아들이 돌아온다는 점쟁이의 예언을 (그 어머니인) 친할머니만 믿는다. 아니나 다를까? 예언의 그 날, 커다란 구렁이가 집안에 들어온다. 구렁이를 아들의 혼령으로 여긴 친할머니는 실신해 버린다. 빨갱이를 저주했던 외할머니는 구렁이를 사돈의 아들로 대접하며, 머나먼 저승길 잘 가시라는 제의를 정성껏 수행한다. 두 손 모아 비는 외할머니의 소리를 멀리서 들은 친할머니는 그간 내뿜던 증오감을 후회하며 용서를 청한다. 전쟁의 광기가 만들어낸 벽을 허무는 진정한 사과의 효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유신 말기 제작된 영화이기에, ‘반공영화’ 체취가 풍기지만, 이런 결말은 현재진행형 역사쓰기의 희망처럼 보인다.”(유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