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자제품 따위를 먼지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바닥에 놓는 장식을 겸한 상자
2. 컴퓨터나 전기ㆍ통신기기 따위의 각종 스위치를 한곳에 모아 제어하도록 한 조정 장치
1. 전자제품 따위를 먼지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바닥에 놓는 장식을 겸한 상자
2. 컴퓨터나 전기ㆍ통신기기 따위의 각종 스위치를 한곳에 모아 제어하도록 한 조정 장치
무라카미 하루키, 2005년 6월. 여백이 있는 음악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JBL 스피커를 써온 지가 어느 덧 이래저래 삼십 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기계라서 앞잎을 장담할 순 없지만, 이대로 가면 평생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삼십 년 동안이나 같은 기계를 쓰면 조금은 질릴 법도 하잖습니까. 새것이 사고 싶어지죠. 그런데 이 스피커에는 정체성이랄까, 완결된 세계관 같은 게 확실히 있습니다. 소리 자체로만 얘기하자면, 좀더 좋은 소리가 세상에 얼마든지 있지만, 나는 새로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기호와 스피커 소리가 정확히 합치된다고 할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내게 잘 맞는 스피커를 만난 건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1960년에는 웬만한 가정이라면 백과사전과 가구풍 스테레오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상투적인 분위기가 생겨 내가 중학생 때 우리 집에도 빅터 스테레오가 들어왔습니다. 레코드플레이어, 라디오, 앰프가 일체형이고 양옆으로 스피커가 붙은 이른바 콘솔형 전축이었는데, 레코드랑 친하게 지낸 건 그때부터였죠. 때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맨 처음 산 음반 가운데 빙 크로스비의 크리스마스 앨범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들어있는 큼지막한 레코드, 숱하게 들었죠. 일본 가요에는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서양음악 일색이었습니다. 영어 가사의 의미조차 몰랐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덮어놓고 그냥 외워버렸죠. … 그래서 그 무렵에 들었던 노래는 지금도 가사를 외워 부를 수 있어요. 남들 앞에서는 안 부르지만(웃음). 그런데 나중에 영어의 뜻을 알게 되자, 리키 넬슨의 ‘트레블링 맨’ 같은 가사는 정말 시시해서 이런 걸 왜 그렇게 열심히 외웠을까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죠. 그래도 영어 가사에 굉장한 흥미가 있었고, 영어로 된 책을 읽게 된 것도 팝뮤직이 계기였습니다. 그런저런 연유로 어른이 되어 이렇게 번역까지 하게 됐지만.
우리 부모님은 음악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집에는 늘 음악이 흐르고 악기가 있거나 이웃에 사는 형이나 누나의 영향으로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던데, 나는 그런 게 아나라 혼자 자발적으로 듣기 시작했습니다. 빅터 스테레오가 생겼을 때, 이제부터 부모님은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 나만의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 직감했습니다.
1964년까지는 미국의 팝뮤직만 들었습니다. 비치보이스 같은 음악 말이에요. 당시 영국의 록은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없었어요. 비틀스가 세상에 나오기 전이니까. 어떻게 1964년까지인지 기억하느냐 하면, 그해에 아트 블래키 & 재즈 메신저스의 내일來日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재즈에 완전히 한 방 맞았기 때문입니다. 프레디 허버드의 트럼펫, 웨인 쇼터의 색소폰, 시더 월턴의 피아노, 그리고 블래키의 드럼 … 아무튼 굉장했어요. 그때부터는 팝과 재즈의 두 갈래 길. 그러니 팝은 라디오로, 재즈는 콘서트에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클래식에도 눈뜨게 됐죠. 그후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줄곧 이 세 갈래로 구분됩니다.
고등학생이 되자, 팝은 라디오에서 많이 들을 수 있으니 됐다며 거의 재즈와 클래식 음반만 샀습니다. 재즈 신보에 대한 소식은 재즈 카페나 재즈 전문지에서 얻었죠. 클래식 정보는 고베의 산노미야 역 앞에 ‘마스다 명곡당’이라는 수수한 이름을 내걸고 노부부가 경영하던 작은 클래식 전문점에서 접했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 주인아저씨와 얘기를 나누며 레코드를 샀습니다. 로버트 크라프트의 세 장짜리 <쇤베르크 전집> 같은 것도 거기서 샀습니다. 꽤 시건방진 고등학생이었죠. ‘달에 홀린 피에로’나 ‘바르샤바의 생존자’ 같은 곡이 수록된 음반입니다. 가게에 비치해둔 레코드는 주인아저씨가 직접 고른 것들인데, 왜 흔히 있는 “그런 연주를 살 바엔 이걸로 사”라는 식으로 주인이 취향을 강요하는 법이 전혀 없었죠. 듣고 싶은 걸 들으면 그만이라는 식이었고 굉장히 좋은 가게였어요. 지금은 그런 곳이 좀처럼 드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