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행위는 신체적 욕구나 타자의 욕망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므로 자유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순수하게 자발적이라는 의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실제로는 의식하지 못한 여러 요인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것은 자율적이 아니라 타율적이다. 가령 자유로운 사회라고 불리는 곳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같이 보여도 실제로는 다양한 교육이나 선전 등에 의해 주입된 욕망을 충족하고 있을 뿐이다.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해도 결국은 이미 알려진 패턴을 덧쓰고 있을 뿐이다. 정말로 자유로운 행위나 자유로운 주체가 있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원인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 행위나 주체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언제나 이미 무언가를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좇아야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것은 ‘자유로워지라’는 명령 혹은 의무이다. 물론 “실제로는 자유로운 주체라는 것은 없다. 구조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주체는 항상 상상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주체는 있다. 그것은 윤리적인 차원에서 타자에 대한 응답ㆍ책임에서만 나타난다.” “타자를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목적으로서 대하라.” - <윤리 21>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