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사상에 있어서 파악된 자신의 시대’, 즉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핵심적인 뼈대를 이성적으로 파악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 플라톤의 책들을 읽을 때에도 이런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는 상업국가였다. 왜 상업국가였을까. 지중해 기후는 연간 강수량이 500mm 이하여서 농사짓기가 힘들다. 고작 올리브나 포도 등을 재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어딘가에 담아서 팔아야 하니까 도기굽는 기술도 일찍부터 발달했다. 이런 걸 알아야 플라톤이 자신의 책에서 사용하는 비유도 이해할 수 있다.” “아테네인들은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갔기 때문에 자기 돈으로 산 방패와 창칼을 들고 싸웠다. 소크라테스도 페르시아 전쟁에 종군한 군인이었는데, 아테네의 성인남자들은 이런 칼을 들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방진을 짜서 전투를 했을 것이다. 즉 아테네 성인남자들은 모두 전우였다. 굉장히 중요한 배경지식이다. … 아테네 시민은 전우와 동의어다. 영화 <트로이>에서의 전투를 생각해보라. 칼은 베어 죽이는 용도가 아니라 때려 죽이는 용도다. 세 번은 때려야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자연히 체력소모가 엄청나서 전투가 반나절 이상 가지 않았다. 그러면 전투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시민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뭐였겠는가? 전우애다. 전우애를 순화시켜서 말하면 우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우정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이다. 전장은 바로 우정의 무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