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의 진중권 비판 _ <이상한 나라의 진중권>의 일부를 옮겨 적는다.

1. 포스트모던을 설파하고 자신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가장 세련되고 유연한 좌파임을 자임해온 진중권 씨의 이런(급진적 좌파를 “80년대의 화석들” “닭짓 하는 사람들”이라 조롱하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2. 진중권 씨는 “그나마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간직한 그룹”이라는 표현에 대해  “정체성은 동시에 ‘동일성’을 의미한다. 다른 모든 당원들을 제 형상대로 찍어내야 비로소 당의 정체성이 유지된다는 강박관념”이라고 했다. 놀랍다. 파시스트나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3. 다른 사람의 사유와 상상력을 검열하여 이념을 재단하고 나가라 사라져라 요구하는 사람이 “타고난 리버럴이라 국가가 개인에 간섭하는 꼴을 못본다”고 말하는 건 해괴한 일이다. … 그런 사람을 “진보신당 당적의 자유주의자”라 부르는 건 모욕적인 딱지붙이기일까, 과분한 상찬일까?

4. 과거 자신의 관념적 편향과 그에 대한 자괴감이 여전히 급진적인 ‘촌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건 얼마간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진중권 씨처럼 자신보다 급진적인 모든 좌파의 존재 자체를 공공연하게 부인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5. 양극화라는 말은 누구나 하면서도 계급이라는 말을 하면 이 사람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군, 80년대 스타일이군 하는 것이다. … 디지털 시대엔 계급이 사라진 게 아니라 계급의 양상이 변화한 것이며 자본의 억압과 착취가 사라진 게 아니라 억압과 착취의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6. 진중권 씨는 한국의 좌파들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 좌파는 낡고 비현실적인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온세상에 전파하며, 유일하게 세련되고 현실적인 좌파를 자처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 ‘불온하고’ ‘촌스러운’ 자와 ‘오만하고’ ‘표독스런’ 자의 싸움을 지켜보며, 진보/좌파라는 단어가 또 어떻게 변색될지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