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September 22nd, 2017

September 22, 2017: 10:29 pm: bluemosesErudition

“파스칼은 언젠가 친구에게 한정없이 긴 편지를 한 통 쓰고 난 후 추신에 짧은 편지를 쓸 만한 시간이 없었노라고 사과하는 글을 덧붙인 적이 있다.”

: 2:18 pm: bluemosesErudition

8. 모든 도덕주의자들이 견해를 같이하듯 만성적인 자책감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이다. 혹시 무슨 나쁜 행위를 저질렀다면, 잘못을 뉘우치며 능력껏 그것을 시정하고, 다음에는 더 잘하도록 스스로 다짐해야 옳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잘못에 두고두고 집착해서는 안 된다. 오물 속에서 뒹구는 것이 몸을 깨끗이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13. 보편적인 생활 철학이란 ‘최대의 행복’이라는 원칙이 ‘궁극적인 목적’ 원칙에 이차적으로 부수되는 일종의 고등실용주의처럼 기능하여, 삶의 모든 우발적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묻고 대답해야 할 질문은 이렇게 귀결되리라 - “이런 생각이나 행동이, 나와 굉장히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을 성취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기여를 하거나, 또는 저해하는가?”

30. 겨우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잿빛 건물. 정문 입구 위에는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라는 현판이 걸렸고, 방패꼴 바탕에는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세계국의 표어.

48-49.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사랑한다는 것 -.” 국장이 단호하게 힘주어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행복과 미덕의 비결이다. 불가피한 사회적인 숙명을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만드는 훈련, 모든 습성 훈련이 목표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63~66. 국장은 길게 줄지어 선 간이침대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잠을 자서 피로가 풀리고 얼굴이 발그레한 80명의 어린 사내아이들과 계집아이들이 새근새근 숨을 쉬고 있었다. 모든 베개 밑에서는 귀엣말이 들려왔다. 부화본부 국장이 걸음을 멈추고는 어느 작은 침대 위로 몸을 수그리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기초 계급의식이라고 그랬나? 어디 확성기로 조금 더 크게 틀어서 다시 들어보지.” 방 끝에 확성기 하나가 벽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국장이 그곳으로 걸어가서 스위치를 눌렀다. “…… 모두 초록색 옷을 입어요.” 부드럽지만 아주 명확한 목소리가 중간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델타 아이들은 황갈색 옷을 입습니다. 아, 싫어요. 난 델타 아이들하고는 놀고 싶지 않아요. 엡실론들은 더 형편없죠. 그들은 너무 우매해서 글을 쓰거나 읽을 능력이 없어요. 그뿐 아니라 그들은 너무나 흉측한 빛깔인 검정색 옷을 입어요. 나는 내가 베타여서 정말로 기쁩니다.” 잠깐 침묵이 흐르더니 목소리가 다시 계속되었다. “알파 아이들은 회색 옷을 입어요. 그들은 너무나 무서울 정도로 총명하기 때문에 우리들보다 훨씬 열심히 일합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베타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 굉장히 기쁩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들은 감마나 델타보다 훨씬 좋습니다. 감마들은 어리석어요. 그들은 모두 초록색 옷을 입어요. 그리고 델타 아이들은 황갈색 옷을 입습니다. 아, 싫어요. 난 델타 아이들하고는 놀고 싶지 않아요. 엡실론들은 더 형편없죠. 그들은 너무 우매해서 글을 …….” 국장이 다시 스위치를 눌렀다.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유령처럼 나지막한 목소리가 80개의 베개 밑에서 계속 웅얼거렸다. “그들은 잠이 깨기 전에 저 소리를 40번이나 50번 거듭해서 듣고 목요일에 다시, 그리고 토요일에도 또 듣는다. 일주일에 세 번 120번씩 30개월 동안 듣게 된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보다 상급반 학습으로 넘어간다.” 장미꽃과 전기 충격, 델타의 황갈색 옷과 아위(미나리과의 다년초)의 강렬한 냄새 – 이런 연상 개념들은 아기가 말을 배우기 전에 서로 단단히 엮어진다. 하지만 어휘를 수반하지 않는 습성 훈련은 조잡하고 개괄적이어서, 보다 세밀한 특성을 인식시키지 못하고, 복합적인 행동의 개도를 치밀하게 가르쳐주지 못한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최면 학습이 해답이다.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도덕화, 사회화시키는 가장 훌륭한 힘이다.” (중략) “그러다가 마침내 아이의 마음은 이런 암시들과 하나가 되고, 암시들의 총체는 아이의 이성이 된다. 뿐만 아니라, 어른의 이성도 역시 평생 동안 줄곧 이런 암시들의 지배를 받는다. 판단하고 갈망하고 결정하는 이성은 바로 이런 암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암시들은 우리들이 제시하는 암시다!” 국장은 의기양양해서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72~73. 무스타파 몬드 포드 님! 경례를 하는 학생들은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무스타파 몬드라니! 서부 유럽 통제관이 아닌가! 10명뿐인 세계 통제관들 가운데 한 사람, 10명 가운데 한 사람이 …… 바로 그런 대단한 분이 부화본부 국장과 함께 벤치에 마주 앉아서, 자리를 같이하고는, 그렇다, 자리를 같이하고는, 정말 그들과 얘기를 나누려는 참이었으니 …… (중략) “너희들 모두 기억할 것이다.” 힘차고 굵은 목소리로 통제관이 말했다. “우리 포드 님께서 들려주시던 감동적이고 멋진 말씀을 너희들은 누구나 다 기억할 것이다. ‘역사는 허튼 수작’이다.” 그는 마지막 말을 천천히 되풀이했다. “역사는 허튼 수작이다.”

81~82.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와 자매가 있었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와 연인도 존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부일처제와 낭만이라는 것도 있었다. “너희들은 아마 그것들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못 하겠지만 말이다.”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학생들은 머리를 끄덕였다. 가족, 일부일처제, 낭만. 그로 인해서 어디를 가나 배타성이 존재했고, 어디를 가나 관심은 한곳으로만 쏠렸고, 충동과 정력은 좁다란 분출구를 통해서만 발산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 최면 학습에 나오는 잠언을 인용해서 그는 결론을 내렸다. 어둠 속에서 6만 2,000번 이상 반복하여 들었던 잠언인지라 학생들은 그 결론에 완전히 동의했다. 그들은 단순한 진실로서만이 아니라 자명하고 전혀 반박의 여지가 없으며 격언이 되다시피 한 진리로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91. 패니는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가 아직 병 속에 들어 있을 때 누가 실수를 해서, 그가 감마인 줄 알고는 대용 혈액 속에 알코올을 넣었대요. 그래서 그렇게 발육이 안 됐다는 군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레니나가 격분했다.

92. ‘4년에 걸쳐 일주일에 3일 밤 동안 100번씩 반복되었지.’ 최면 학습의 전문가인 버나드 마르크스는 생각했다. 6만 2,400번의 반복은 하나의 진리를 만든다. 백치들!

147. 본부 전체에서 야만인 보호 구역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겨우 대여섯 명에 지나지 않았다. 버나드는 알파 플러스 심리학자였으므로, 그녀가 알기로는 버나드야말로 허가서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몇 안 되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레니나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

170~171. 그는 과거에 자주 (소마나 그 무엇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내적인 자질에만 의존해서) 어떤 커다란 시련, 고통, 박해에 맞서게 되면 어떨까 하고 궁금하게 생각했었고, 심지어는 그런 고난을 갈망하기까지 했었다. (중략) 레니나가 그러지 말라고 머리를 저었다. “과거가 어떻든 앞으로가 어떻든지 간에 이것저것 따져봤자 골치만 아파져요.” 그녀가 말했다. “소마 1그램이면 그런 걱정은 다 없어진다니까요.” 결국 그녀는 소마를 네 알이나 삼키도록 그를 설득했다. 5분 후에 근심의 나무에서는 원인의 뿌리와 결과의 열매들이 사라졌고, 현재의 꽃만이 장미처럼 활짝 피었다.

191. “난 너무나 부끄러웠어요. 베타인 내가 아기를 낳다니, 내 입장이 되었다고 한번 상상이나 해봐요.” (레니나는 그녀의 말만 듣고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맹세컨대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어요. 모든 맬서스식 훈련을 쌓았던 나로서는, 당신들도 알잖아요, 맹세컨대 항상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헤아려 가면서 실행했어요. 어쩌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난 아직도 납득이 안 가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

219~220. 레니나를 생각하자 그의 상기된 얼굴이 갑자기 더욱 붉어졌다. 젊음과 더불어 피부 영양제로 윤기가 나고, 포동포동하고, 상냥한 미소를 짓고, 진한 초록색 인조견을 걸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천사였다. 존은 말을 더듬거렸다. “오, 멋진 신세계여”(《템페스트》 5막 1장 183행)

240. “소마는 시간적으로 몇 년쯤 상실하게 만들기는 합니다.” 의사가 얘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간을 벗어나서 인간이 측정할 수 없는 다른 존속성의 기간을 얼마나 무한하게 누리도록 도와주는지 생각해보세요. 모든 소마 휴식은 우리 조상들이 예전에 영원성이라고 부르던 그런 개념의 한 조각입니다.” 존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영원은 우리의 입술과 눈에 깃들었나니.”(《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막 3장 35행으로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에게 한 말) 그가 중얼거렸다.

332.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염소와 원숭이들!”(Goats and Monkeys, 추잡하고 간사한 것들이라는 의미. 《오셀로》 4막 1장 289행에서 오셀로가 화를 내며 퇴장할 때 쓴 표현) 그는 자신의 혐오와 증오를 충분히 전달할 수단을 오셀로의 말에서밖에는 찾아낼 길이 없었다.

337~338. 무스타파 몬드가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유리병 재처리 작업에 관한 실험이라고 해도 되겠죠. 그건 포드 기원 473년에 시작되었어요. 통제관들은 사이프러스에서 기존의 거주자들을 모두 철수시키고는 특별히 준비된 2만 2,000명의 알파 집단을 새로 정착시켰습니다. 온갖 농기구와 산업 장비를 그들이 인수했고, 스스로 일을 처리해 나가도록 그들끼리만 남았어요. 그 결과 모든 이론적인 예언들이 그대로 충족됐어요. 땅은 제대로 경작되지 않았고, 모든 공장에서 파업이 일어났고, 법들이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고, 사람들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어요. 하층 작업의 근무를 위해 배정된 사람들은 고급 직책을 얻기 위해 끝없이 책략을 꾸몄고, 고급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그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있는 힘을 다 기울여 역으로 책략을 꾸몄습니다. 6년 이내에 그들은 1급 내란을 일으켰고, 2만 2,000명 가운데 1만 9,000명이 죽었으며, 생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계 통제관들에게 섬의 통치를 다시 맡아달라고 탄원했어요.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되었죠. 세상 사람들이 알파들로만 이루어진 사회를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어요.”

358~359. “이봐요, 젊은 친구.”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문명은 숭고함이나 영웅성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런 개념들은 정치적인 비능률성의 징후들이죠. (중략) 어떠한 불운한 상황에 의해서 혹시 불쾌한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라면, 그럼요, 소마가 언제라도 현실로부터 휴식을 마련해줍니다. 분노를 진정시키고, 적들과 타협을 하고, 고통을 오래 견디고 인내하게 만들어주는 소마가 항상 곁에 있단 말이에요. 과거에는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여러 해 동안 힘든 도덕적인 훈련을 거쳐야만 이런 일들을 달성할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반 그램짜리 정제 두세 알만 삼기면 다 해결됩니다. 이제는 어느 누구라도 덕망을 지니기가 쉬워요. 사람들은 인성의 절반쯤은 병 하나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어요. 눈물 없는 기독교 정신 – 소마가 바로 그것이죠.”

395. 마약의 영향을 받는 동안에는 주변의 사람들과 또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예리한 통찰력을 얻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랍게도 잊어버렸던 사실들을 많이 기억해냅니다. 심리 분석으로 6년이나 걸려야 해낼 일이 단 한 시간 동안에 그것도 아주 쉽게 이루어집니다. 또 그런 경험을 다른 방면으로 대단히 자유롭게 확대하고 접목시킬 수도 있고요. 그것은 그가 당연시하는 세계가 사실은 치밀하게 조절을 당하는 습성, 그러니까 관습의 부산물일 따름이고, 외부에는 아주 다른 세계들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399.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했다. 그는 열여덟 살 때 완전히 실명했다가 몇 년 동안 고생한 후에 차차 시력을 회복한 경험이 있었으며, 1936년에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가자에서 눈이 멀어 Eyeless in Gaza》를 발표했다.

_ 올더스 헉슬리, 안정효 옮김,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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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노아카데미에서 나온 <고백록/신앙편람>은 번역도, 주해도 쓸만하지 않다. 정가 50,000원. 후회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