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September 25th, 2017

September 25, 2017: 4:59 pm: bluemosesErudition

28. 선원들은 이상한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었다. 병정들은 불안해했다. 베트남은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고장이었던 것이다. 오랜 동안 대화를 주고받는 가운데 그들은 대부분 엄청나게 무성한 초목을 상상했다. 그곳에 쏟아지는 비는 끔찍한 것이고 본 적도 없는 고사리들이 사철 푸르게 자라고 짐승들은 무시무시하다는 것이었다. 달이 가득한 밤이면 팔 힘이 억센 장정들이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38~39. 아르망드 수녀는 아무리 해도 끌 수 없는 갈증 때문에 괴로워했다. 무거운 천의 담요를 여러 장 덮고도 오들오들 떨었다. 야윈 얼굴이 빠른 속도로 메말라갔다. 콜레라였다. 생장 호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철수했다. 선장은 배를 불태워버리고 그 가련한 여자를 포기하자고 했다.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도미니크 수사는 위엄 있게 이를 거절하고 아르망드 수녀와 함께 홀로 문을 걸어 잠그고 생장 호의 선복 안에 남았다. 죽음의 고통은 열이틀이나 계속되었다. 모두가 저쪽 배를 위하여 기도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두 선교사는 죽었을까? 밤이 되면 횃불의 불꽃들이 바닷물 위에 어른거렸고 침묵이 가득했다. 열사흘째 되는 날 아침 도미니크 수사가 어깨에 무거운 자루를 하나 걸머지고 선복에서 나왔다. 피로해 보였으나 태연했다. 그는 아르망드 수녀의 시신을 태웠고 식량, 밧줄, 돛 등 배에 실려 있던 모든 것도 마찬가지로 태웠다. 오직 화약과 대포만 남겼다. 선원들은 생폴 호에 모여 도미니크 수사가 면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다로 뛰어들어 아침나절 줄곧 헤엄을 쳤다.

50.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베트남의 그 풍경들 가운데, 다스려지지 않은 대자연 앞에서 카트린 수녀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그녀의 기도는 곧바로 핵심을 향했고 이제 유혹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세계는 속이 빈 조가비였다.

62. 그녀는 착하고 수가 많은 그 백성들과 끝도 없이 펼쳐진 논이 좋았다. 가끔은 자신의 나라와 가족들 생각도 했다. 그녀는 병정들이 하는 기도를 했다. “하느님, 저에게 당신을 사랑할 힘을 주소서.”

97. 그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다 손쉬워 보였다. 바딘의 베트남 사람들은 기독교와 그 종교가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기꺼이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거북이니 일각수니 용이니 하는 것들을 섬겼다. 불멸과 은총의 상징인 불사조를 기리는 축제를 음력에 따라 거행했다. 집에서는 조상을 섬겼다. 봄의 축제 후 육십 일 동안에는 다시 순수한 빛의 밤을 기리는 축제를 가졌다.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이 마치 낮과 밤인 양 거기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도미니크 수사는 회의적이었다. 농부들은 복음서를 경청했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하여 그들의 옛 신들을 믿었다. 베트남은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은 채 다 간직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영원 속에서 한데 뒤섞였다. 존재들은 논 위를 불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지나갔다. 논에 심어놓은 벼가 그 즐거운 푸른색으로 허리를 굽혔다.

100. 하루 종일 카트린과 도미니크는 그의 얼굴의 땀을 닦아주었다. 미셸 수사의 몸에 열이 있었다. 전신이 펄펄 끓었다. 저녁이 되자 그는 끝없이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따금 정신이 들어 동료들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들은 함께 기도했다. 그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끄집어낼 수 없는 고독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미셸 수사는 이제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타슈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는 그것이 습지열병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들은 기나긴 며칠 밤을 기다렸다. 나흘째 되던 날 밤 미셸 수사는 숨을 거두었다. 그들의 기도는 쓰라린 것이었다.

103~104. 도미니크는 잠시 자리를 비운 채 어디론가 가고 없는 카트린 때문에 불안했다. 그녀는 좀체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앞서간 시커먼 돌밭길을 따라갔다. 몇 분 동안 걸어가고 나자 분화구의 안쪽 측면 경사가 완만해졌다. 물이 덜 깊어 보였다. 그녀가 벗어놓은 옷은 옛 용암이 식어서 된 돌 위에 놓여 있었다. 카트린은 물속에 발목을 담근 채 서 있었다. 그 여자는 잔잔한 물 속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녀의 몸이 거기에 길쭉하고 하얗게 비쳤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수그리더니 그냥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다시 젖은 몸을 일으켰다. 그려나 멀게만 보였다. 그는 호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도미니크는 어둠을 통하여 길게 누운 그녀의 몸의 윤곽을 분간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몸은 호리호리했다. 분화구의 찬물 속에서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그는 그녀가 사라진 줄로만 알았다. 그녀는 마치 하늘의 그림자에 녹이는 듯이 가만 누워 있었다. 도미니크는 돌길을 걸어서 돌아왔다.

105~106. 퀘벡은 불그레하고 우울한 색조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이 년 동안 교리문답을 가르쳤다. 그는 자신이 별로 유용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는 프랑스로 돌아왔다. 라 로셸에서 피에르 피뇨 드 브레인이 코친차이나로 떠나는 파견대를 조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배에 올랐다.

109~110. 저녁에 도미니크와 카트린은 기도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들은 서로 말을 나누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그들은 프랑스 말을 했고 지내온 삶과 추억들을 이야기했다. 도미니크는 책을 몇 권 지니고 왔었다. 종종 그는 큰 소리로 페트라르카의 14행 시들과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었다. 겨울의 추위 속에 하루 하루가 이어져 흘러갔다. 1월이 되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안개비가 고원을 뒤덮었다. 영원히 그칠 것 같지 않았다. 허연 구름들이 가까운 산들을 밑바닥부터 끊어놓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습기에 젖지 않은 것이 없었다. 습기는 그들의 고독한 몸을 적셨다.

116. 그녀는 순수했고 생각이 깊었다. 그녀의 생활은 은밀했고 헌신은 소리가 나지 않았다. 도미니크와 있을 때도 그 여자는 귀를 기울여 새겨듣는 편이었다. 카트린은 그의 열의와 열정을 좋아했다. 그녀의 신앙심은 겸허했다.

128. 어느 날 아침 카트린은 병정의 기도를 기억했다. “하느님, 저에게 당신을 사랑할 힘을 주소서.” 그녀는 이제 더 그럴 힘이 없었다. 그녀의 신앙은 서서히 지워져갔다. 그들은 전에 사이공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는 교리문답을 가르치는 일이 없었다.

139. 육 년이 지난 뒤 카트린과 도미니크는 죽었다. 그들은 많이 산 셈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두 사람을 좋아했던 것이다. 아르망드 수녀처럼 카트린은 진정시킬 수 없는 갈증에 시달렸었다. 도미니크는 그녀와 너무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그녀의 병이 옳았다. 그는 혼자 남아 살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 다 평화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145~147. 그들은 벌거벗은 채 서로 꼭 껴안고 잠들어 있었다. 남자는 젊은 여자의 젖가슴 위에 손을 얹어놓고 있었다. 여자의 배는 땀과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했던 것이다. 깊은 정적만이 깃들어 있었다. 군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들은 다른 마을로 떠났다.

_ 크리스토프 바타유, 김화영 옮김,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문학동네, 1997.

: 12:35 pm: bluemosesErudition

과연 정당한가. 예심부터 석연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