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모인 교수님(신종호·박남규·황농문·이찬·권오남·윤주현·박주용·김경범·김태완·김세직·안성훈) 중에 10년 전과 비교해 학생들의 역량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분 계신가요?” “제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입니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생각해요. 예전보다 강의 양을 절반 가까이 줄였음에도 과제가 많다고 항의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며칠 전 만난 서울대 의대 교수님께서는 장차 이들을 믿고 수술을 맡겨도 되겠느냐며 우려하시더군요. 국가적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최선봉에 있는 서울대 교수로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쓴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창조형 인적자본과 이를 위한 교육개혁’이라는 논문이었어요. 분석은 단호하고, 매서웠어요. 그간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진 기술이나 지식을 본떠 습득한 ‘모방형 인적자본’이 원동력이었으며,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반복과 암기학습을 중시하는 주입식 교육체제라는 거죠. 그런데 이후 더는 이런 방식이 아닌 독자적인 기술로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왔음에도, 예전 방식만 고수해 경제 성장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통찰이었어요.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창조형 인적자본을 키워야 하며, 교육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고 예견했죠.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창의성 교육을 위해 노력해줄 분들을 추천받았고, 별 기대 없이 10명의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어요. 다들 갈증이 심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