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월간 ‘현대문학’(1955), ‘문학사상’(1972). 계간 ‘창작과비평’(1966), ‘문학과사회’(1970).
문예지. 월간 ‘현대문학’(1955), ‘문학사상’(1972). 계간 ‘창작과비평’(1966), ‘문학과사회’(1970).
무라카미 하루키, “글을 쓰고 싶었다” _
아주 기분 좋은 봄날의 하루였다. 그 무렵 진구 구장의 외야에는 벤치 시트가 없이, 경사면에 그저 잔디가 깔려있을 뿐이었다. 그 잔디 위에 누워서, 차가운 맥주를 홀짝거리며,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느긋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관객은 - 늘 그렇듯이 - 많지는 않았다. 야쿠르트는 시즌 개막 경기의 상대로 히로시마 카프를 홈 구장에서 맞이하고 있었다. 야쿠르트의 투수는 야스다로 기억하고 있다. 작은 몸집의 땅딸막한 투수로, 아주 치기 힘든 변화구를 던진다. 야스다는 1회초 히로시마 타선을 무실점으로 간단히 막아냈다. 그리고 1회말 선두 타자인 데이브 힐튼(미국에서 막 건너온 새 얼굴의 젊은 외야수였다)이 좌측 방향으로 안타를 쳤다. 배트가 강속구를 정확히 맞추어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다. 힐튼은 재빠르게 1루 베이스를 돌아서 여유 있게 2루를 밟았다. 내가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을 떠 올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일이다.
시민참여단 490명에게 맡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는 결국 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한동섭 대변인은 “2022학년도 대입은 정시(수능 위주 전형) 확대 의견이 우세했다”며 “중장기적 수능 평가방법으로는 절대평가 확대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상대평가 확대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이라는 고도의 전문성과 국정운영의 책임성이 걸린 문제를 일반인에게 맡길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유의미한 점수 격차를 내지는 못했지만 시민참여단은 그중 ‘정시 45% 이상 확대’라는 1안을 선호했다.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고 본 것이지만, 1안은 줄 세우기 경쟁을 심화시켜 미래인재 육성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해 고교 교육에 충실하도록 하자’는 2안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1안과 가장 상반되는 안이 2안이다. 수능이 변별력을 상실해 대학이 정시 비중을 축소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1안과 2안 지지는 오차범위 내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공론화위는 ‘정시 확대’와 ‘수능 절대평가 확대’라는 양립 불가능한 방향을 제시했다.
1년 동안 대입개편안이 표류하는 상황을 초래한 ‘원죄’는 교육부에 있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1년 유예했다.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수능이 무력화될 것이란 반발이 거셌다. 교육부는 백기를 들었다. 4월부터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 개편 특위→공론화위로 대입개편안 결정을 미뤘다. 이제 공은 다시 교육부로 넘어왔다. 이 과정에서 올해 고입, 3년 뒤 대입을 치러야 할 수험생과 학부모는 큰 혼란을 겪었다.
이번 공론화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실패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1안, 2안 지지 단체들은 “정시 45% 확대”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하며 불복할 태세다. 8월 말 대입개편안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정책을 추진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정작 교육부는 시민참여라는 ‘만능 방패’ 뒤에 숨어버렸다. 그동안 갈등을 방치했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휴가 중이었다. 이런 무능한 교육부는 대입제도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맞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재 선발에 생존이 달린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할 때가 됐다.
_ 동아일보 사설. “혼란 키우고 원점 돌아온 공론화 대입안, 예고된 실패다”
열왕기상 8:35~36. “만일 저희가 주께 범죄함을 인하여 하늘이 닫히고 비가 없어서 주의 벌을 받을 때에 이곳을 향하여 빌며 주의 이름을 인정하고 그 죄에서 떠나거든 주는 하늘에서 들으사 주의 종들과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죄를 사하시고 그 마땅히 행할 선한 길을 가르쳐 주옵시며 주의 백성에게 기업으로 주신 주의 땅에 비를 내리시옵소서”
죄에서 떠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죄가 죄인줄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하는 때 하나님의 징계가 임한다. 열왕기에서 얻은 교훈이다.
See that no one repays anyone evil for evil, but always seek to do good to one another and to everyone. Rejoice always, pray without ceasing,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 for this is the will of God in Christ Jesus for you.
<지렁이의 기도>에 대한 평가를 보류한다. 김근주, 김회권, 배덕만, 송태근, 이찬수의 추천사는 염두에 두지 않겠다.
창비가 창비에게(1) _
무엇보다 이 시인의 시에는 과잉이나 엄살이 없다. 정념이 언어를 앞지르지도 않는다. 일관된 정서를 뒷받침하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오래 마음에 담고 궁굴린 뒤에 최소한으로 내려놓는 언어가 있을 뿐이다. 그에게는 “잔디와 잡초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몰라서 의심이 가는 풀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세심함이 있고 “숨소리도 메아리가 되었”(「미래의 자리」)음을 발견하는 시선의 투명함이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좋은 문장은 수사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정확한 문장임을 새삼 확인했다.
창비가 창비에게(2) _
심사위원회는 “소수자 옹호라는 시적 사명을 올곧이 수행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밀어붙인 김현 시집과 동성애 서사를 삶의 층위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 김혜진 장편소설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흔쾌히 합의했다”고 말했다. 신동엽문학상은 시인 신동엽(1930∼1969)의 문학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유족과 창비가 공동 제정한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