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가장 나쁜 일은 다른 작가와 알고 지내는 것이고, 그보다 나쁜 일은 다른 작가 여러 명과 알고 지내는 것이다. 같은 똥덩어리에 몰려다니는 파리 떼처럼.” 찰스 부코스키 <여자들>의 한 대목. 그리고 오한기의 소설 <의인법>에도 인용되는 말.
이상우 : 당대의 앙드레 말로와 좀 비슷하지 않나?
정지돈 : 인터뷰와 관련해 장 주네가 한 이야기가 있다. “내가 말하는 순간 상황이 나를 배반합니다. 나는 그저 내가 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내 말을 듣는 사람에 의해 배반당합니다. 단어의 선택도 나를 배반합니다.”
정지돈 : 자크 랑시에르가 <이미지의 운명>에서 회화의 목표는 시가 되는 거라고 했다.
오한기 : 예전에 배우 윤진서가 에릭 로메르를 좋아한다고 말한 인터뷰를 읽었다. 그때가 대학교 1~2학년 때였는데 난 에릭 로메르가 누군지도 몰랐다. 소설가가 되고 싶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사람이 에릭 로메르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부터 영화를 계보학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취직을 하고 난 이후엔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영화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정지돈 : ‘영화 자막계의 정성일’로도 불리는 자막 제작하는 ‘태름아버지’ 같은 이들의 기여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상우 : 김희천 작가! 영상작업하는 미술가다. 아주 단순하게 접근해보자면 그의 영상 <바벨>과 <랠리>가 미술작품으로 출품되지 않고 영화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해도 아마 (다른 영화들을) 다 씹어먹었을 거다. 아무튼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오한기 : 자크 타티의 <나의 아저씨>(1958). 자크 타티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저씨>에는 내가 경험한 최고의 영화적인 순간이 나온다. 윌로씨가 창문의 각도를 조절하며 햇빛을 반사해 맞은편 건물에 걸려 있는 새장을 비추는 장면. 햇살이 비추면 새가 지저귄다. 극장에서 그 장면을 보며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윌로씨가 선물한 햇살 아래에서 영화를 본 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정지돈 : 요아킴 트리에의 장편 데뷔작 <리프라이즈>(2006). 마르그리트 뒤라스, 조르주 바타유, 모리스 블랑쇼 등 다양한 작가를 인용하고 참조할 뿐 아니라 알랭 레네, 고다르 등의 영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패러디한다. 주인공인 문학청년 에릭의 데뷔작 제목이 <의인법>인데, 나의 등단작 <눈먼 부엉이>의 주인공 에릭 호이어스와 그의 소설 <의인법>을 이 영화에서 가져와 변형해서 사용했다. 오한기씨의 소설 제목 <의인법>도 아마 그런 걸로 안다(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여러모로 내게 많은 영감을 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