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야 벌린의 평가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게르첸(Alexander Herzen, 1812~1870)은 삶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고발하는 데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벌린은 게르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자연은 마치 게르첸의 도덕체계의 균형을 회복시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의 영혼에 한 가지 흔들리지 않는 믿음, 한 가지 정복되지 않는 기질을 조심스레 새겨 놓았다. 게르첸은 인간의 마음 속에 고상한 본능이 있음을 굳게 믿은 사람이었다.’ … 무력(force)의 속성인 차별성을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고상한 본능들’ 가운데 하나인 정당한 힘(power)이 지닌 포용성과 대비하는 방식으로 만성적인 가난의 문제를 다룰 것이다.”(18~19)

2. 실험적인 인문학 교육과정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되었을 때, 나는 그것을 제이미 인클란(Jaime Inclan) 박사와 의논했다. 나의 인문학 코스 구상에 대한 현실성을 제대로 검토해줄 수 있는 경험과 자격을 갖춘 사람이 바로 인클란 박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는 빈민들, 그 중에서도 주로 라틴계 사람들에게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그들의 언어로 상담해주기 위해서 뉴욕에 로베르토 클레멘트 가족보호센터(Roberto Clemente Family Guidance Cneter)를 설립해본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 나는 허친스 총장 시기의 시카고대학교에서 이뤄졌던 많은 코스들을 모델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한 번에 90분씩 일주일에 두 번 수업, 소크라테스식 방법론, 배 모양 탁자에 앉은 학생들, 한 해 마지막에 종합시험 한 번, 질서정연한 외양 속에 자리한 자유스러운 기운 등에 관해서 말이다. … ‘좋아, 자네의 그 생각을 한번 실현하도록 해보세나.’ ‘이 실험적 코스를 클레멘트 인문학 코스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그게 좋겠어. 그 지역 공동체 사람들도 이 이름을 편하게 여길 거야.’ 그는 로베르토 클레멘트 가족보호센터의 회의실을 강의실로 배정해주었다.”(205~207)

3. “얼 쇼리스(Earl Shorris)는 10여 년 전 미국의 한 중범죄자 교도소에서 만난 여성 재소자와 나눈 짧은 대화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받은 ‘인문학 교육’에 대해서 심각한 도전을 받습니다. 뉴욕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교도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얼 쇼리스의 머릿속에는 인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본질적 질문들이 솟구쳤습니다. … ‘저는 이제 윤리적 민주주의(ethical democracy)가 제 화두의 해답일 수 있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윤리적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지속적인 빈곤 상태로 영원히 묶어두는 메커니즘(surround of forces)을 해체시키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힘을 가짐으로써 ‘위험한’ 존재가 되는 민주주의입니다.”(437~439)

* “가난한 사람에게 필요한 부(富)란 무엇인가? … 자기의 이유로 살아가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 바로 인문학으로부터 온다.”(신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