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엉켜 있다. <죄와 은혜의 지배>를 읽을 때다.
The Lord has sworn by the pride of Jacob: “Surely I will never forget any of their deeds. Shall not the land tremble on this account, and everyone mourn who dwells in it, and all of it rise like the Nile, and be tossed about and sink again, like the Nile of Egypt?” “And on that day,” declares the Lord God, “I will make the sun go down at noon and darken the earth in broad daylight. I will turn your feasts into mourning and all your songs into lamentation; I will bring sackcloth on every waist and baldness on every head; I will make it like the mourning for an only son and the end of it like a bitter day.” “Behold, the days are coming,” declares the Lord God, “when I will send a famine on the land— not a famine of bread, nor a thirst for water, but of hearing the words of the Lord.(Amos 8:7-11 ESV)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76년 김명인·김승희·김창완 시인 등 젊은 시인들과 함께 ‘반시(反詩)’라는 동인을 만들었습니다. 60년대 선배 시인들이 난해하고 추상적인 시들을 많이 썼는데, 우리는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시로 쓰고자 한다’는 의미로 ‘반시’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죠.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현대시의 역사를 보면 최남선을 기점으로 해서 오늘까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까. 오늘과 같은 모험적인 시들, 이른바 ‘미래파’라고 불리는 시인들이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항상 고인 물 속에 살 수는 없으니까, 시의 미래를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어는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고 시는 인간의 삶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할 때 시들이 소통의 물꼬는 틔워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현 묻던 날, 기억나지 그날? - 이성복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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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묻고 돌아올 때, 그 장마 구름 잠시 꺼진 날,
우리는 과속을 했어, 60킬로 도로에서 100으로.
우리는 재빨리 도망치고 있었던 거야 추억에서.
단속하던 의경 기억나지?
의경치고도 너무 어려
우리의 복잡한 얼굴을 읽을 줄 몰랐어.
마침내 죽음의 면허를 따 영정이 되어
혼자 천천히 웃고 있는
웃고 있는 김현의 얼굴이 속절없이 아름다웠고
그 얼굴 너무 선명해서 우리는 과속을 했어.
경기도 양평의 산들이 패션쇼를 하려다 말았고,
딱지를 뗐고,
그 딱지 뗀 힘으로
우리는 한 죽음을 벗어났던 거야.
_ 황동규, 『미시령 큰바람』(문학과 지성사, 1993)
Amos 5:21-24 ESV
“I hate, I despise your feasts, and I take no delight in your solemn assemblies. Even though you offer me your burnt offerings and grain offerings, I will not accept them; and the peace offerings of your fattened animals, I will not look upon them. Take away from me the noise of your songs; to the melody of your harps I will not listen. But let justice roll down like waters, and righteousness like an ever-flowing stream.”
Matthew 6:1-2 NIV
“Be careful not to practice your righteousness in front of others to be seen by them. If you do, you will have no reward from your Father in heaven. “So when you give to the needy, do not announce it with trumpets, as the hypocrites do in the synagogues and on the streets, to be honored by others. Truly I tell you, they have received their reward in full.”
“마태복음 6장 1-2절에서 보듯, 성경에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값없이 베푸는 행위를 ‘의로운 일’이라고 일컫는다. 그렇다면 후하게 베풀지 않는 태도는 ‘인색’이 아니라 ‘불의’라고 불러야 한다. 하나님의 법을 거스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재물을 다른 이들과 나누지 않는다면, 그건 ‘인색’이 아니라 ‘불의’다.”(Timothy Keller)
“상상은 예술가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이것만이 유일하게 가치 있는 예술 창작이라고 믿는다. (……) 사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의 예술가들은 별로 고안할 만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문제는 인위적인 고안과는 정반대로 그들의 현실을 어떻게 믿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카리브 해에서 태어나 카리브 해에서 자랐다. (……) 그래서 나는 현실보다 더 가공할 만한 것을 떠올릴 수도 없었고 (……) 내가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껏해야 시적 영감을 가지고 그런 현실을 문학 작품 속에 옮긴 것이다. 내 책 중에서 단 한 줄도 그곳에서 일어났던 실제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기존 사실주의의 시간, 공간, 정체성에 의문을 던진다. 4년 11개월 2일 동안 내리는 비, 과거와 단어의 의미까지도 지워 버리는 불면증, 항상 3월이고 언제나 월요일인 방, 집 안마당의 밤나무 아래서 수년간 죽지도 살아 있지도 않은 상태로 있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마콘도 사람들이 지구 상에 다시 존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앗아간 마지막 회오리바람 등으로 인해 시간 개념은 흔들린다.
『백년의 고독』을 읽으면 어느 새 비현실 같은 것들이 현실적인 것과 혼합되면서 독자들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현실의 지평이 증폭됨을 느낄 수 있다. 이 현상은 마술적 사실주의가 미메시스의 기능과 지평을 확장시킨 것이며, 동시에 마술적 역사주의가 추구하는 역사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다시 말하면, 종래의 리얼리즘이 미메시스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상상력을 조직적으로 통제한 “허구에 대한 수치스러운 금지 조치”인 것과는 달리, 마음껏 상상력을 분출하는 마술적 사실주의는 이성 중심적 사실주의를 극복하고 전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_ 송병선, 2015. 11. 21.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_ Robert Lee Frost,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