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ugust, 2018

August 12, 2018: 2:30 am: bluemosesErudition

43. 운동하는 계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이것을 ‘시간 팽창(time dilation)’이라고 한다. … 운동하는 계는 그 전체가 ‘슬로 모션’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이 효과는 속도가 커질수록 더 커진다.

46. 운동하는 좌표계에서 길이는 ‘줄어든다.’ 이것을 ‘길이 수축(length contraction)’이라고 한다. 길이가 줄어드는 정도는 시간이 느려지는 정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왜냐하면 길이는 빛이 몇 초간 이동했느냐로 정의되는데, 시간이 느려지면 그만큼 빛의 이동 거리는 시간이 늘어난 딱 그만큼 짧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47~49. 상대성 이론은 현대 과학뿐만 아니라 20세기 인류의 지성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다음은 피카소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우는 여인>이다. 첫눈에도 이 그림은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이 아닌 것 같다. 그림은 기본적으로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대상을 표현한다. 그 때문에 대상의 모든 정보를 한 장의 그림에 담기는 불가능하다. 피카소는 이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했다. 그는 한 장의 그림에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모습을 한꺼번에 표현했다. <우는 여인>에서도 여인의 옆모습과 앞모습이 동시에 그려져 있다. 이런 표현 방식을 일러 ‘큐비즘’ 혹은 ‘입체파’라고 한다. 화가들이 이런 시도를 하게 된 데에는 상대성 이론의 영향이 컸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약간의 예술적 상상을 가미해 본다면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간다면 감춰진 천의 얼굴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대상은 그 실체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성 이론이 예술로 전파되었을 때에는 <우는 여인>과 같은 걸작을 빚어냈지만 철학적으로 잘못 받아들여졌을 때에는 인식론적인 상대주의를 옹호하는 결과를 낳았다. 즉 진리란 (과학적 진리를 포함해서) 결코 절대적일 수 없으며 사람들의 관점과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종종 상대성 이론이 그 근거로 등장한다. 진리의 상대성은 종종 양비론이나 양시론의 절대적인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 전개는 아인슈타인은 물론 대다수의 과학자들을 기쁘게 할 것 같지 않다. 상대성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갈릴레오에서부터 뉴턴과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관성 좌표계에서의 물리 법칙의 동일성이다. 특히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시공간이 통합되고 시간이 늘어나고 길이가 줄어들고 동시성에 문제가 생기는 그 모든 원인은 서로 다른 운동 상태의 관찰자가 똑같은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은 진리의 상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의 불변을 위한 현상의 상대성을 말하는 셈이다. 피카소의 <우는 여인>을 다시 보자. 우리가 울고 있는 여인을 보는 관점이 아무리 달라지더라도, 그레서 그 보이는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울고 있는 여인의 실체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진리나 법칙이나 원리가 바뀌는 것에 대체로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본래 보편적이고 항상 적용 가능한 무엇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인슈타인 본인도 ‘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_ 이종필, <물리학 클래식>, 사이언스북스, 2012.

: 1:08 am: bluemosesErudition

현대문학 8월호에 게재된 이해존의 ‘직립’. 2013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이해존의 ‘녹번동’. 심사위원이 황현산 선생님이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ugust 11, 2018: 11:40 pm: bluemosesErudition

“작가에게 가장 나쁜 일은 다른 작가와 알고 지내는 것이고, 그보다 나쁜 일은 다른 작가 여러 명과 알고 지내는 것이다. 같은 똥덩어리에 몰려다니는 파리 떼처럼.” 찰스 부코스키 <여자들>의 한 대목. 그리고 오한기의 소설 <의인법>에도 인용되는 말.

이상우 : 당대의 앙드레 말로와 좀 비슷하지 않나?

정지돈 : 인터뷰와 관련해 장 주네가 한 이야기가 있다. “내가 말하는 순간 상황이 나를 배반합니다. 나는 그저 내가 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내 말을 듣는 사람에 의해 배반당합니다. 단어의 선택도 나를 배반합니다.”

정지돈 : 자크 랑시에르가 <이미지의 운명>에서 회화의 목표는 시가 되는 거라고 했다.

오한기 : 예전에 배우 윤진서가 에릭 로메르를 좋아한다고 말한 인터뷰를 읽었다. 그때가 대학교 1~2학년 때였는데 난 에릭 로메르가 누군지도 몰랐다. 소설가가 되고 싶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사람이 에릭 로메르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부터 영화를 계보학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취직을 하고 난 이후엔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영화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정지돈 : ‘영화 자막계의 정성일’로도 불리는 자막 제작하는 ‘태름아버지’ 같은 이들의 기여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상우 : 김희천 작가! 영상작업하는 미술가다. 아주 단순하게 접근해보자면 그의 영상 <바벨>과 <랠리>가 미술작품으로 출품되지 않고 영화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해도 아마 (다른 영화들을) 다 씹어먹었을 거다. 아무튼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오한기 : 자크 타티의 <나의 아저씨>(1958). 자크 타티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저씨>에는 내가 경험한 최고의 영화적인 순간이 나온다. 윌로씨가 창문의 각도를 조절하며 햇빛을 반사해 맞은편 건물에 걸려 있는 새장을 비추는 장면. 햇살이 비추면 새가 지저귄다. 극장에서 그 장면을 보며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윌로씨가 선물한 햇살 아래에서 영화를 본 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정지돈 : 요아킴 트리에의 장편 데뷔작 <리프라이즈>(2006). 마르그리트 뒤라스, 조르주 바타유, 모리스 블랑쇼 등 다양한 작가를 인용하고 참조할 뿐 아니라 알랭 레네, 고다르 등의 영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패러디한다. 주인공인 문학청년 에릭의 데뷔작 제목이 <의인법>인데, 나의 등단작 <눈먼 부엉이>의 주인공 에릭 호이어스와 그의 소설 <의인법>을 이 영화에서 가져와 변형해서 사용했다. 오한기씨의 소설 제목 <의인법>도 아마 그런 걸로 안다(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여러모로 내게 많은 영감을 준 영화다.

: 11:01 pm: bluemosesErudition

또래의 작가 박솔뫼와 정지돈, 오한기를 비롯해 평론가 강동호, 서평가 금정연 등도 속한 이 그룹은 일종의 동인지 격인 <후장사실주의: 1호>까지 펴냈다. “한국 ‘문단문학’에 염증 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할까요? 그들과 교류하면서 문창과에 다니는 동안 스스로 버린 것들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질러도 되겠다.”(이상우)

: 8:14 pm: bluemosesErudition

위의 시인에게 움베르토 에코를 권한다. 강박이라니, 사기에 대한 불편을 _

이 시의 이미지들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철학자 들뢰즈의 표현처럼 “강기슭으로도 밀리지 않으면서 표면에 머물러”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시는 쉬워야 하고 이해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처럼 갖가지 이미지들이 연결되지 않는 모습으로 둥둥 떠 있는 것을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는 이러한 지배적 사고 구조는 말 그대로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서사적 스토리를 완성시키려는 강박은 체제를 언제나 항구에 정박시키려는 자기 폭력에 다름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이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제 갓 등단한 젊은 시인의 시를 미숙함으로 밀쳐놓으면 좋겠지만, 그럼에도 이 시인의 시들이 가진 이미지들은 규칙적으로 불규칙하여 미숙함으로 보기는 어렵다. 겨울 항구에서 자신이나 그 누군가에게 보내는 이 「안부」는 쓸쓸하고 고통스럽다. 시인이 시 머리에 옮겨 썼듯이, 들뢰즈는 『카프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편지들은 땅 밑에 박힌 줄기의 세계, 그물, 거미줄이다. 편지들에겐 흡혈귀적 성격이 있다.” 시인은, 그 편지를 쓰는 박쥐인 것이다.

August 10, 2018: 11:45 am: bluemosesErudition

EDRC 전문가 Pool : 기고(POSTECH 최호진 교수)

: 2:25 am: bluemosesErudition

“기나긴 협상과 까다로운 조건들이 한없이 사람을 괴롭힌다.”

: 1:18 am: bluemosesErudition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들뢰즈)

: 12:43 am: bluemosesErudition

기안 84 + 이토 준지

August 9, 2018: 1:50 pm: bluemosesErudition

신형철의 <내 인생의 책>

1. 두이노의 비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 손턴 와일더

3. 그래도 우리의 날들 - 시바타 쇼

4. 스토너 - 존 윌리엄스

5. 성의 변증법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