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안에 작은 컴퓨터
“카이스트가 공개한 2013년 신입생들의 출신 고교별 학점 변화를 보면 과학고·영재고 출신 학생들의 성적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체되거나 떨어져 결국 일반고 학생들이 3~4학년 때 이들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학년 성적은 영재고(3.38점)와 과학고(3.34점) 출신들의 학점이 일반고(3.13점) 출신들보다 높지만, 3학년 땐 일반고 학생들이 영재고 학생들을 따라잡고 4학년이 되면 일반고 출신들(3.56점)이 과학고(3.53점)·영재고(3.34점) 출신들을 추월한다는 것이다.”
“2017년 자사고·외고는 2013년 재판이 되지 않는다는 더욱 강력한 시그널부터 보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중요하지만, 4년 전 집단반발의 ‘승리’를 경험했던 이들에게 자칫 그릇된 신호로 작용해선 안 된다. 교육의 근본체질을 바꿀 수능절대평가, 고교학점제 등 무엇 하나 고교서열이 강고한 현실에선 온전히 발도 못 뗄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지원 등으로 교육복지예산이 급증할 것이다. 하지만 오이시디(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공교육비와 1년 사교육비 시장(33조원)이 공교육비(27조원)보다 큰 현실을 고려하면 감당 가능한 비용이다.”
그는 겁이 많다. 염려도 많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두려운 것을 견디다 못해 유난히 외로웠고 나름의 용기를 내어 그걸 회피하면 한 줌의 안온함이 길고 긴 고단함으로 오랫동안 그를 돌려 세웠다. 스물 셋에 진해 6정문을 빠져 나온 뒤, 스물 여덟 3정문을 드나 들며 차츰 저 불안이 소진될 때까지 나약함을 밀어붙였다. 안심이 되어야 간혹 숨이 가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로도 열 두 해 동안 두들겨 맞았다.
시카고로 가는 직항기에서 영화 <루 살로메>를 보았다. 동행한 이는 허구같지만 두 달 후 병사했다. 영화 속 삽화가 기억난다.
‘잉리 당들리’가 처음 저술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필리스’의 전설 이야기는 그 후 화가 한스 발둥 그리엔(Hans Baldung Grien 1484-1545)이 ‘아리스토텔레스와 필리스’(1513)라는 목판화를 작성하여 더 유명해 졌다. 성(城) 안 정원에서 벌거벗은 필리스가 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등에 올라타 채찍으로 엉덩이를 때려 앞으로 몰고 있고, 말처럼 네 발로 기어가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굴한 눈빛으로 위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성 안 담장에는 젊은 남자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젊은 남자는 알렉산더를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