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를 부르는 새들
부리가 숲을 들어올린다
저녁빛 속을 떠도는 허밍
다녀왔니
뒷목에 와 닿는 숨결
돌아보면
다시 너는 없고
주저앉아 뼈를 추리는 사람처럼
나는 획을 모은다
어디로 가는가 무엇이 되는가
속으로만 부르는 것들은
네 이름이 내 심장을 죄어온다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도요라든가 저어라든가
새들도 떠난 물가에서
나는 부른다
검은 물 어둠에다 대고
이름을 부른다
돌멩이처럼 날아오는
내 이름을 내가 맞고서
엎드려 간다 가마
묻는다
묻지 못한다
쭈그리고 앉아
마른세수를 하는 사람아
지난 계절 조그맣게 울던
풀벌레들은 어디로 갔는가
거미줄에 빛나던 물방울들
물방울에 맺혔던 얼굴들은
바다는 다시 저물어
저녁에는
이름을 부른다
허은실, “저녁의 호명”,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2017, 12~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