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의 주사위 부르(Pur) / 모르드개와 에스더의 헌신 그리고 유대의 합심으로 제정된 부림절(Purim)
하만의 주사위 부르(Pur) / 모르드개와 에스더의 헌신 그리고 유대의 합심으로 제정된 부림절(Purim)
고등학교 다닐 때 / 버스 안에서 늘 새침하던 / 어떻게든 사귀고 싶었던 / 포항여고 그 계집애 / 어느 날 누이동생이 / 그저 철없는 표정으로 / 내 일기장 속에서도 늘 새침하던 / 계집애의 심각한 편지를 / 가져 왔다
그날 밤 달은 뜨고 / 그 탱자나무 울타리 옆 빈터 / 그 빈터엔 정말 계집애가 / 교복 차림으로 검은 운동화로 / 작은 그림자를 밟고 여우처럼 / 꿈처럼 서 있었다 나를 / 허연 달빛 아래서 /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얻어맞았다 / 그 탱자나무 울타리 옆 빈터 / 그 빈터에서 정말 계집애는 / 죽도록 얻어맞았다 처음엔 / 눈만 동그랗게 뜨면서 나중엔 / 눈물도 안 흘리고 왜 / 때리느냐고 묻지도 않고 / 그냥 달빛 아래서 죽도록 / 얻어맞았다
그날 밤 달은 지고 / 그 또 다른 허연 분노가 / 면도칼로 책상 모서리를 / 나를 함부로 깎으면서 / 나는 왜 나인가 / 나는 왜 나인가 / 나는 자꾸 책상 모서리를 / 눈물을 흘리며 책상 모서리를 / 깎아댔다
_ 박남철, <첫사랑> 전문
고등학교 다닐 때 / 버스 안에서 늘 새침하던 / 어떻게든 사귀고 싶었던 / 포항여고 그 계집애 (…) 그 빈터에서 정말 계집애는 / 죽도록 얻어맞았다 처음엔 / 눈만 동그랗게 뜨면서 나중엔 / 눈물도 안 흘리고 왜 / 때리느냐고 묻지도 않고 / 그냥 달빛 아래서 죽도록 / 얻어맞았다 - 박남철 「첫사랑」 부분
“‘포항 출신이라는 여자애에게 어떤 시에 등장하는 ‘포항여고 계집애’ 농담을 했을 뿐인데 웃지 않고 정색하더라’. 이는 솔닛이 본문에서 언급한 스탠딩 코미디언 루이스 C.K.(최근 그의 성추행 가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는 자신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 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했다)가 ‘페미니스트들은 농담을 못 받아들인다’라고 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지금 교과서에 수록된, 일제강점기에 남성작가들이 쓴 소설 대부분이 짙은 여성혐오를 깔고 있으며 이제는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품들도 바뀌어야 한다 (중략) 이 작품들을 ‘여성혐오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미덕이 많은 작품’이라고 두둔하면서 생명력을 부여하기엔, 그 자리를 차지할 만한 작품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Create in me a clean heart, O God, and renew a right spirit within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