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November 20th, 2017

November 20, 2017: 11:25 pm: bluemosesErudition

춘궁.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아니하여 겪는 봄철의 궁핍. 또는 그것을 겪는 시기.

: 11:14 pm: bluemosesErudition

저녁의 호명, 야릇, 소수1~3, 이별하는 사람을 위한 가정식 백반, 목없는 나날, 이마, 당신의 연안 ··· 나는 잠깐 설웁다

: 11:03 pm: bluemosesErudition

아비는 춘궁이었네
기별 없이 찾아온 딸에게
원추리를 끊어다 무쳤네

풋것은 오래 주무르면 맛이 안 나지

꽃들에게 뿌리란 얼마나 먼가
이 맛은 수몰된 마을의 먼 이름 같아요

아비는 오래 얼려둔 고등어 한 손을 내었네
고등어는 너무 비린 생선이에요
잡히면 바로 죽어버린다고요

비린 날엔 소금으로 창자를 닦거라

그런데 아버지 기일에 왜
미역국을 끓이셨나요

너를 좋아하다가 죽은 남자가 있다는구나
새 옷을 지어다 태워주었다

세상에 미역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한 줌이었던 것이 이토록
방 안에 가득하잖아요

너무 오래 불리면 몸이 싱거워져

검은 혀가 흰 허벅지를 휘감아요
내 몸에서 당신의 머리칼이 자라요

약불에 뭉근히 두어라
미역국은 오래 끓여야 속이 우러나
불로 익히는 음식이란
뜸을 들여야 하는 거란다

누가 부르는지 귓속이
간지러워요
네가 피운 꽃들이 지고 있나 보구나

아침을 차려준다는
저녁을 짓는다는
그 말이 어여뻐서
숟가락을 쥐고 울었네
아비는 말없이 가시를 발라주었네

_ 허은실, “이별하는 사람을 위한 가정식 백반”,『실천문학』, 2014년 봄호

: 10:30 pm: bluemosesErudition

너는 시에게 실려 가고, 나는 산문을 끌고 간다.

: 12:02 pm: bluemosesErudition

구순기 고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