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란 자발적으로 고통의 세계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내면의 명령에 이끌리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피 속에는 보통 사람들이 겪지 않는 불안과 좌절이 흐른다.”
“부풀었던 기대와 여행지의 현실은 다르다. … 여행의 기대와 현장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여행자의 준비 상태다. 준비된 만큼 보고 느낀다. 호기심, 지식, 관점이 갖추어질 때 여행은 여행다워진다. 준비된 여행의 대표적인 예는 독일의 알렉산더 훔볼트다. 남미 여행을 위해 적어도 3년간 철저한 준비를 했다. 자연과학 전반을 공부했고, 화산 공부를 위해 1년 반의 이탈리아 여행을 했다. 대학과 천문대를 두루 훑고 당대의 내로라 하는 동물·식물·물리·천문학자들을 찾아 배웠다. 고도계·기압계·수중계·크로노미터 등을 구입하고 측정 기술을 배웠다. 체계적 기록을 위해 그만의 기록법도 만들었다. 이런 준비 끝에 1800년에 여행을 나섰다. 여행은 당시의 가장 빠른 전달 수단인 편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독일의 매체에 중계되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훔볼트의 남미 여행 기록은 자연지리학이란 새 분야를 태동시켰다. 남미는 그로 인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남아메리카의 발명자’라고 부른다. 훔볼트의 여행은 통상적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국 함정에 납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열대 우림의 모기와 맹수, 늪과의 사투에 가까운 싸움이었다. 고통스런 여정이었지만 철저히 준비된 그에게는 여행이었다.”
“첫 음악회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은 건 지루함이다. 대학 1학년 때 의욕적으로 사본 철학 서적의 지루함도 잊을 수 없다. 준비되지 않은 탓이었다. 여행자로 시작했지만 관광객으로 끝났다. … 자신의 알고리즘이 여행하는 공간에 대한 준비와 호기심이 없는 엔지니어는 여행지를 다녀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관광객과 같다. 공개 코드 알고리즘 하나를 구해 덜렁 공간으로 내보내면 알아서 좋은 답을 잘 찾아갈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호기심이 필요하고, 여행 중에 만날 난관을 극복할 탐험의 기술이 필요하다. 여행 준비에는 기초 공부와 시행착오의 축적이 반드시 포함된다. 이런 시간의 무게를 가벼이 생각해서는 제대로 된 여행을 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