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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 2019: 9:08 pm: bluemosesErudition

블랙록의 ETF인 아이셰어즈(iShares).

: 5:35 pm: bluemosesErudition

58. 케틀레Adolphe Quetelet가 착안해내 이 평균적 인간이라는 개념은 바야흐로 평균의 시대Age of Average를 열었다. 다시 말해 평균이 정상이 되고 개개인이 오류가 되며 과학이 정형화에 정당성을 각인시켜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61. 골턴Francis Galton은 인간을 최하위 계층인 ‘저능층Imbecile’에서부터 중간 계층인 ‘평범층Mediocre’을 거쳐 최상층인 ‘우월층Eminent’까지 14가지 계층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는 평균의 의미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켜 평균을 정상의 개념에서 평범함의 개념으로 탈바꿈시켰다.

107~108. 평균의 시대를 특징짓는 2가지 가정은 무엇인가? 평균이 이상적인 것이며 개개인은 오류라는 케틀레의 신념과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골턴의 신념이다. 그러면 이번엔 개개인의 과학이 내세우는 주된 가정은 뭘까? 개개인성이 중요하다는 신념이다. 즉 개개인은 오류가 아니며 개개인을 (재능, 지성, 인성, 성격 같은) 가장 중시되는 인간 자질에 따라 단 하나의 점수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몰레나Peter Molenaar와 동료 연구원들은 이와 같은 새로운 가정을 중심으로 삼아 과학자, 의사, 교육가, 기업들이 개개인의 평가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나갔다. 이 도구들은 대체로 평균주의자들이 활용한 수리와는 차원이 아주 다른 수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평균주의자들이 활용하는 수학 이론은 이른바 스터티스틱스statistics로 통한다. 정적인 값static value, 즉 불변의 정적이고 고정된 값의 수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레나와 동료 연구원들은 개개인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역동적 시스템dynamic system이라는 사뭇 다른 차원의 수학, 다시 말해 가변적이고 비선형적이며 역동적인 값의 수학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108~109. 평균주의의 주된 연구 방법은 종합 후 분석aggregate, then analyze이다. 먼저 여러 사람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뒤 그 그룹의 패턴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 이 그룹 패턴(평균이나 그 밖의 통계치)을 활용해 개개인을 분석하고 모형화한다. 반면 개개인의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분석 후 종합analyze, then aggregate을 유도한다. 먼저 각 개개인의 패턴을 살펴본 다음 이런 개개인별 패턴을 취합해 종합적 통찰을 얻어낼 방법을 찾는다.

122~123. 예전에 딜로이트에서 간부 계발 부서 책임자로 일했던 애슐리 구달Ashley Goodall은 마커스 버킹엄Marcus Buckingham과 함께 쓰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은 한 기사에서 단 하나의 점수로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 직원의 진짜 업무 성과보다는 그 업무 성과를 등급 매기는 사람 특유의 경향을 더 많이 드러낼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를 계기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전했다.

140. 어떤 입사 지원자든 졸업 후 3년이 지나면 시험 성적은 무용지물임이 밝혀진 터라 이제 구글에서는 여간해서는 입사 지원자들에게 GPA를 묻지 않는다.

146. 내 GRE 지도 강사가 알아낸 문제 풀이 방법은 그 자신의 들쭉날쭉한 지능에는 맞았으나 나의 들쭉날쭉한 지능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던 것이다.

166~167. 본질주의적 관점에서 성품을 판단하면 이 두 학생은 서로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성실성이 평균적으로 똑같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맥락의 원칙에서 바라보면 이런 관점이 각 학생의 개개인성을 무시함으로써 오류를 범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휴 하트숀Hugh Hartshorne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사람들 사이에 충격과 분노가 확산됐다. 하트숀은 이와 같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도덕적 행동이 외부 상황에 따라 크게 특정되고 좌우된다는 학설에 대해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유례가 없을 정도의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조니가 집에서는 성실한 아이인데 아이 어머니에게 그런 조니가 학교 시험에서 커닝을 한다고 얘기하면 그 어머니는 믿지 않으려 들 것이다. 대중이 받아들이기 불쾌하더라도 이 상황 특정 학설은 잘 정립된 이론으로 여길 만하다. (중략) 성실성, 자비심, 협동심, 억제력, 끈기는 일반적 특성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습성이다.”

168. 마시멜로로 촉발된 이 모든 광풍의 밑바탕에는 자제력이 본질주의적 특성이라는 가정이 은연중에 깔려있었다. 유이치 쇼다Yuichi Shoda는 이런 현상과 관련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다들 그 연구를 가지고서 특성의 관점을 옹호하고 인성 교육을 촉구했는데 이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죠. 월터 미셀Walter Mischel은 연구 활동 내내 그런 관점에 반박했거든요. 사실 우리가 증명하려 애썼던 것이 무엇인가 하면, 아이들은 상황 맥락별 전략을 통해 상황의 압박에 대한 제어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69~170. 셀레스트 키드Celeste Kidd는 중대한 변형을 가미한 독자적인 방식의 마시멜로 연구에 착수했다. 한 그룹의 아이들은 ‘신뢰할 만한’ 상황 속에 놓이게 하고 또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신뢰하기 힘든’ 상황 속에 놓이게 하는 방식이었다. 키드는 먼저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마시멜로 실험의 본격적 개시에 앞서 신뢰하기 힘든 상황군의 아이들에게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을 대면시켰다. 예를 들면 미술 프로그램 중에 어른이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면 새로운 화구 세트를 가져와서 부러지고 닳은 크레용을 바꿔주겠다고 약속해놓고는 잠시 후에 빈손으로 돌아오는 식의 대면이었다. 한편 신뢰할 만한 상황군의 아이들에게는 약속대로 새로운 화구를 가져다주는 어른과 대면하게 했다. 실험 결과, 신뢰할 만한 상황군의 아이들은 이전에 실시됐던 다른 마시멜로 연구들과 아주 흡사한 행동을 보였다. 몇몇 아이는 금세 유혹에 넘어갔으나 3분의 2에 가까운 아이들이 최대한도인 15분이 다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 반면에 신뢰하기 힘든 상황군의 아이들은 아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중 절반이 어른이 나가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 마시멜로를 1개 더 받을 수 있을 만큼 진득하게 참은 아이는 한 명뿐이었다. 자제력은 본질적 특성처럼 여겨지지만 키드가 증명했듯이 자제력 역시 상황 맥락적인 것이다.

175. 맥락의 원칙을 적용하는 기업들, 즉 입사 지원자의 상황 맥락별 기질과 직무의 수행 사항을 조화시키려 꾀하는 기업들은 결국엔 보다 일 잘하고 애사심 높고 의욕 넘치는 직원들을 채용하게 돼 있다.

179~180. 어떤 직장 동료가 이런저런 아무리 봐도 ‘까탈스러운’ 사람 같아 보이더라도 회사 밖에서는 의리 있는 친구이자 자상한 언니이자 정겨운 이모일지 모른다. 또 그 점을 알고 나면 그 직장 동료를 함부로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선뜻 비호의적인 성격 특성 하나만으로 단정 지으면서 그 동료의 인간으로서의 본성, 즉 그 동료의 복잡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 사람에게는 당신과 그 사람들이 함께 놓여 있는 그 순간의 맥락만이 전부 아님을 명심한다면 마음의 문이 열려 본질주의 사고로는 어림없는 수준의 넓은 도량으로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194~195.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이 각 그룹의 성취도를 비교해봤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전통적 교실에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성취도는 빠를수록 똑똑하다는 신념 기준으로 예상될 법한 딱 그 수준이었다. 지도 과정이 끝나갈 무렵에 이 그룹은 약 20퍼센트가 수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수준(블룸이 정한 기준상으로 최종 시험에서 85퍼센트 이상의 득점을 올린 수준)이고 그와 비슷한 비율이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었으며 그 나머지인 대다수 학생은 중간쯤의 수준이었다. 반면에 자율 속도형 학생들은 90퍼센트 이상이 수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수준이었다. 블룸이 증명해냈듯, 학습 속도에 약간의 유연성을 허용한 결과 대다수 학생들이 아주 뛰어난 성취도를 나타냈다. 또한 블룸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의 개인별 다양한 속도는 학습 내용에 따라 결정됐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분수 부분에서는 거침없이 뚝딱 해치웠지만 소수 부분에서는 애를 먹는가 하면 또 다른 학생은 소수 부분은 후딱 뗐지만 분수 부분에서는 추가 시간이 필요한 식이었다. ‘빠른’ 학습자나 ‘더딘’ 학습자 같은 것은 없었다. 이 2가지 통찰(속도가 곧 능력은 아니라는 사실과 전반적으로 빠르거나 더딘 학습자는 없다는 사실)은 사실상 블룸의 선구적 연구가 이뤄지기 몇십 년 전에 이미 밝혀진 바 있으며, 그 이후로도 다른 학생들과 다른 내용을 활용해 수차례 같은 조사가 반복됐으나 그때마다 어김없이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학습 속도를 학습 능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반박의 여지없는 오류다.

195~196.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는 그런 교육 개조를 감당할 만한 신기술이 마련돼 있어 자율 속도형 교육을 실현 가능한 현실로 만들 여건이 된다. …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의 모듈에 관해 (비용이 0원이라는 사실 외에)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을 꼽으라면 전적으로 자율 속도형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칸 아카데미의 모듈은 소프트웨어가 각 학생의 학습 속도에 따라 맞춰져서 해당 학생이 현재의 내용을 완전히 익혀야만 새로운 내용으로 넘어간다. 칸 아카데미는 각 학생의 진도와 관련된 데이터를 기록하기 때문에 모듈을 이용하는 학생 각각의 개인별 학습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197. “모든 학생을 저마다의 속도에 맞춰 공부하게 해주면 (중략) 6주 전에 더디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아이들이 이제는 재능 있는 아이들로 보이게 됩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거듭거듭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혜택을 봤던 그 결과들 가운데 단지 시간상 우연의 일치 덕분이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요?”(197)

208~209. 내 결정들은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 궁극적으로는 서로 협력 관계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나에게 잘 맞는 길을 선택하기 위해, 그러니까 구체적 예를 들면 수강할 과목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들쭉날쭉성(지루함을 잘 견디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흥미가 끌리게 된 내용에는 초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측면 등)을 이해해야 했고 내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맥락(고등학교 때 알던 아이들이 듣는 수업을 피하고 논쟁과 아이디어 중점식의 수업을 찾아보기)을 알아야 했다. 나는 내 들쭉날쭉한 측면과 상황 맥락별 기질을 이해한 덕분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독자적 경로를 정할 수 있었다.

230~231. 1970년에 크리스 루퍼Chris Rufer가 창설한 모닝스타는 트럭 한 대로 토마토를 운반하는 작은 자영 회사로 출발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주 우들랜드에 본사를 두고 운영되는데 200대가 넘는 트럭과 여러 군데의 공장에 직원 수 천명을 거느리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의 토마토 가공 물량 가운데 25퍼센트를 점유하고 미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토마토 제품의 40퍼센트를 생산하면서 세계 최대의 토마토 가공 회사로 도약했다. (중략) 모닝스타에는 관리자가 한 명도 없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엄격한 직함도 없고 사실상 위계 서열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 이것은 상투적 허세의 말이 아니다. 실제로 모닝스타는 조직의 전 단계,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 연결된 조직망 전체에서 회사가 이른바 ‘자율 관리’라는 철학을 통해 암묵적으로 개개인성의 원칙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애초에 이 시스템이 마련된 목적도 직원 각자의 들쭉날쭉성에 맞춰 직원들을 각자의 효율적인 맥락에 조합시키고 직원 개개인에게 자신의 독자적 경로를 따를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개개인의 자유와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사례로는 개인별 임무 기술서가 있다. 각 직원들은 자신의 임무 기술서를 작성해서 회사의 전반적 임무에 어떤 기여를 할 계획인지 설명하고 포부와 목표도 밝힌다. 이때 해당 직원의 목표와 활동에 영향을 받을 만한 모든 직원들이 그 기술서에 서명을 해줘야 한다. 직원들에게는 임무 완수를 위한 물품 구매권 등 막대한 자유재량권이 주어지지만, 한편 포부와 목표를 달성하거나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상사가 아닌) 동료 직원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235. “우리는 무슨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모든 직원이 회사에 밥값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닝스타는 모두에게 밥값을 할 자유재량을 제공해줍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가질 때 가장 행복해집니다.”

243~244. 하버드대학교 입학 및 학자금 지원 책임자로 있는 빌 피츠시몬스도 나에게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대학 입학은 대체로 평균의 게임입니다.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며 그 평균의 게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아지기 위해 자신의 독자성을 버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가 되려고 기를 쓰는 목표상에서 조금 더 뛰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요. 하지만 평균을 놓고 겨루면 평균적으로 성공하기가 힘듭니다.”

245. 기존 시스템의 평균주의 구조에서 학생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개념을 채택해야 한다. ①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②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③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위의 3가지 개념은 개개인성의 원칙과 조화될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진로를 정해서 적절한 교육을 받도록 도와줄 만한 교육 시스템을 세우는 데 청사진을 제시해준다.

247~248. 자격증 수여는 그 학생의 기량, 능력, 지식에 대해 보다 유연하고 세분화된 증명이 될 수 있다. 여러 자격증이 통합돼 보다 상급의 자격증을 획득하게 될 수도 있다. … 암흑 물질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가 되고 싶다면 수학, 물리학, 천문학, 연구 방법 등의 여러 분야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면서 최종적으로 ‘암흑 물질 천체물리학; 자격증을 취득하는 식이다. 자격증 수여를 활용하면 표준화 학위를 위해 필요한 출석 시간을 벌기 위해 오직 한 대학에 4년 동안 과도한 수업료를 내야만 하는 대학 프로그램은 없어도 된다. 단 몇 가지든 여러 가지든, 희망 경력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수만큼의 자격증만 따면 된다.(247~248)

250~251. 심리학자 토머스 R. 거스키Thomas R. Gusky가 『성적 매기기 개혁의 5가지 장애물 Five Obstacles to Grading Reform』에서 말했다시피 “누군가 키, 체중, 식생활, 운동 활동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단 하나의 숫자나 기호로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표시하고자 제안한다면 비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중략) 하지만 교사들이 매일같이 학생들의 성취도, 태도, 책임감, 노력, 품행 등의 측면을 종합해 단 하나의 점수를 내서 기록하는 것에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251. 성적 증명서로는 그 학생의 기량이나 능력이나 일정 부문의 숙지 정도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만한 단서가 별로 없다. 그나마 있는 근거라고는 대학의 등급과 그 졸업생의 GPA뿐이다. 다행이 이 문제에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성적을 실력의 측정으로 대체하면 된다. 자격증은 특정 과목에서의 출석 시간 누적, 주어진 시간 내에서의 과제 완수, 중간시험에서의 우수한 평점에 따라 성적을 부여하는 대신, 그 사람의 관련 기량과 능력과 지식에서의 실력을 증명하면, 그리고 증명해야만 수여된다.

251~252. 실력의 특성이 분야별로 저마다 다르긴 해도 실력 중심의 평가는 3가지 본질적 특징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 첫 번째는 다소 명확하다는 점이다. 실력 중심의 평가에서는 합격 수준과 미비함의 구분이 분명히 나타난다. 실력이 입증됐는지 입증되지 못했는지의 여부가 확인된다. 두 번째는 어떤 식으로든 자격증에 필요한 실력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식으로 어떤 과목을 수강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의 시스템에서처럼 그 과목을 이수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인정을 얻게 되지는 않는다. 온라인에서 독학으로 실력을 쌓거나 직장생활을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강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수행력의 실력 중심 평가에서 세 번째 특징은 직업과의 연계다. 실력 중심 평가에서는 자격증을 갖춘 개개인을 고용하게 될 고용주들만이 아니라 직업 조직도 특정 직업과 연관된 자격증의 성질을 결정하는 데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252~253. 교육계와 산업계와 연관된 실력 중심의 방식으로 접근해보자는 이런 접근법이 어림도 없는 아이디어로 보이는가? 하지만 이미 실행되고 있다. 한 예로 웨스턴거버넌스대학교Western Governors University, WGU를 살펴보자. WGU는 경영, IT, 의료, 교직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비영리 대학이다. 1997년에 19명의 주지사가 수요가 높은 직종에서 학생들이 경력을 쌓으며 일할 자질을 더 잘 갖출 수 있도록 하려는 혁신적 전략 차원에서 세운 곳이다. WGU는 커리큘럼이 전적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져 학생들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진도를 나가도록 한다. 그리고 자격증보다는 학위를 수여하고 있긴 하지만 학생들 각자는 수업의 출석 시간 채우기가 아닌 실력의 입증으로 학위 취득을 위한 학점을 받는다. 또한 이미 잘 아는 영역의 경우에는 불필요한 수업을 들으며 앉아 있지 않고도 능력 시험을 통해 학점을 받을 수도 있다. 수업료는 자율 속도의 개념에 따라 6,000달러의 비용으로 2학기 시간 내에 이수할 수 있는 수만큼 자유롭게 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WGU는 운영 프로그램들의 산업계와의 연계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분야별로 실력을 규정하는 2단계 과정을 두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프로그램 위원회’다. 말하자면 산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이 한자리에 모여 해당 분야의 졸업생이 실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갖춰야 할 지식과 능력을 정한다. 두 번째 단계는 전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 위원회’다. 이 위원회에서는 학생들이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했는지를 가려내기 위한 능력 시험을 마련하고 있다. WGU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독자적인 평가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가급적 산업계에서 인정되는 있는 평가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257~258. 자율 결정형이며 실력 중심의 자격증 수여 시스템은 개개인성의 원칙과도 보다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먼저 이런 시스템은 들쭉날쭉성의 원칙을 실현해 학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 이런 흥미를 살려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를 파악하도록 해준다. 맥락의 원칙도 고려해 학생들이 장차 실제로 일하게 될 직업 환경과 최대한 가까운 맥락에서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다. 경로의 원칙 또한 적용해 학생들 각자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자신에게 적절한 순서에 따라 학습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개념을 채택할 경우 중요한 부분은 어쩌면 획일성의 문제 해결에 유익하다는 점일지 모르겠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 모두와 똑같되 조금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쓰는 대신에 최고의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힘쓸 테니 말이다. 이런 개념이 채택되면 학생들은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평균의 게임을 벌이는 대신에 전문적 우수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다른 학생들과 대학의 최우수 입학 지원자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대신 건축 회사나 인류학 연구소의 최고 직원이나 최고의 아동복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경쟁한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자신이 아닌 진정한 자신이 된다.

268. 평등한 맞춤만이 평등한 기회의 밑거름이 된다. 평등한 맞춤이 색다른 생각처럼 들릴 테지만 궁극적으로 따져보면 에이브러햄 링컨이 밝혔던 기회에 대한 관점과 똑같다. 링컨은 정치의 “주된 목적은 인간의 처우를 향상시키는 것, 즉 모든 이의 어깨를 짓누르는 인위적 짐을 내려주고 모든 이가 가치 있는 이상을 추구하도록 길을 닦아주며 모든 이가 인생이라는 경주에서 자유로운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등한 맞춤은 우리의 조직들이 우리의 소중한 가치와 보다 밀접히 조율되도록 이끌어줄 이상이다. 또한 우리 각자에게 최고의 자신으로 도약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의 훌륭한 삶을 추구하도록 그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269~270. 교육에 평등한 맞춤을 도입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 방법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먼저, 교재를 평균적이기보다 ‘특색 있게’ 짜야 한다. 그러니까 커리큘럼 구성이 학년이나 연령에 따라 고정돼 있기보다는 개인별 능력과 속도에 맞춰지도록 해야 한다. 또 교육적 평가가 단순히 학생들을 서로 비교해 순위를 매기는 식이 아니라 개인별 학습과 진도를 평가하는 식으로 구성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러 교육 주체들의 실험을 장려하면서 그 성공과 실패를 서로 공유해 학생 주도의 자율 속도형 다경로 교육 체험을 실행시킬 만한 저비용에 확장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내서 채택할 수도 있다.

272. 우리는 누구나 평균주의 문화에 폭넓게 만연돼 있는 일차원적 사고의 영향력을 느끼며 살아간다. 끊임없이 우리를 분류하고 등급 매기는 표준화된 교육 시스템, 이런 교육상의 등급을 바탕으로 우리를 채용한 뒤 매년 직무 수행 평가에서 새로운 등급을 부여하는 직장, 우리의 직업상 등급에 따라 보상과 존경, 인정을 하는 사회 속에서 일상적으로 그 영향력을 느끼고 있다. … 현재 우리는 다른 사람들 모두와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길 요구하는 한편 아메리칸 드림을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옹졸한 꿈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그런 세계에서 살고 있다.

270~272.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James Truslow Adams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에 출간된 『미국의 서사시The Epic of America』에서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라는 말을 신조어로 처음 썼다. 애덤스는 이 아메리칸 드림을 당대의 물질주의에 대별되는 관점에서 논했다. “이것은 자동차와 높은 임금을 향한 꿈이 아니라 사회질서를 향한 꿈이다. 남녀 모두 누구나 다 타고난 재능을 한껏 펼칠 수 있고 타인들로부터 출생이나 지위라는 우연에 따른 배경과 무관한 본연의 모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질서를 동경하는 꿈이다.” … 평균주의가 교육 시스템과 직장의 모습을 새롭게 바꿔가는 사이에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적 성취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면서 최하층의 시민도 경제적 사다리의 가장 높은 디딤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식의 개념이 점차 강해졌다.

273~274. 우리가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부르는 이 이상은 우리 모두의 이상이다. 자기 나름의 관점에 따른 최고의 자신이 되고자 하는 꿈이자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의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꿈이다.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꿈이다. 그리고 이루기 어려운 꿈일 테지만 지금 현재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그 꿈의 실현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제 더는 평균의 시대가 강요하는 속박에 제한당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시스템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개개인성을 중요시함으로써 평균주의의 독재에서 해방돼야 한다. 우리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으며 그 시작점은 평균의 종말이다.

276. 이 자리에는 나의 지적 발전에 있어 가장 큰 빚을 진 스승 커트 피셔의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나를 제자로 거둬주고 과학자와 학자로서의 나아갈 길을 가르쳐준 그분이 직접 개설해 기반을 닦아놓은 지성ㆍ두뇌ㆍ교육 프로그램의 후임 책임자를 맡게 된 일은 학자로서의 내 삶을 통틀어 가장 큰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