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January 10th, 2010

January 10, 2010: 1:09 am: bluemosesErudition

01. “러시아인들에게 연극은 유흥이나 오락이 아니라 현실이자 계몽, 학습을 위한 장(場)이며 때로는 일종의 신앙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인간 영혼과 실존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 도진에게 있어 배우의 훈련은 단지 테크닉과 연습, 메소드의 문제로 축소되지 않는다. 그것은 심성과 신경체계의 훈련, 즉 느낌과 감각, 감수성의 훈련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도진은 테크닉 뿐이거나 피상적이기만 한 연기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며 배우들에게 영혼으로 말할 것을 요구한다. 영혼으로 말하면 신체는 영혼을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굳은 믿음이다. 영혼의 언어는 번역이 필요없다. 바로 그것이 러시아 뿐만이 아니라 런던, 뉴욕, 파리, 시카고 등 전세계의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의 연극에 강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원인인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며, 마음 속을 들여다보게 만들고 있다.”

02. “지난 30여년간 도진이 말리 극장을 이끌어 오면서 이루어놓은 업적 중의 하나는 배우들로 하여금 뛰어난 앙상블을 창조하도록 해낸 것이다. 1967년 이후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연극 아카데미 연극연출과의 교수와 학과장으로 재직해온 그는 연출가로서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탁월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데, 현재 말리 극장의 단원들은 도진의 옛 제자들과 현 제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배우들을 훈련시키는 도진은 배우들로 하여금 즉흥극, 음악, 무용, 체조 등을 병행하면서 수개월에 걸쳐 집중적인 리허설을 갖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학교와 극장 사이에 긴밀한 연계가 형성되도록 만들었는데 <가우데아무스>나 <폐소공포증>같은 작품들은 바로 학생들과의 수업을 통해서 탄생된 것들이다. 극장의 일부분으로서의 ‘학교’와 학교의 연장이 되는 ‘극장’. 이러한 연계는 말리 극장을 언제나 젊고 신선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12:37 am: bluemosesErudition

‘극적’과 ‘기복적’은 다르다. 전자가 인생의 본질을 치밀하고 극명하게 재현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정황의 변화에 따라 부조화가 돌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양자의 차이는 앙상블에 있다. 

“피터 브룩은 말리 극장을 ‘세계 최고의 앙상블’이라고 칭한 바 있다. 레프 도진의 연극이 무대 위의 삶을 실제로 믿게 하는 힘, 배우들의 삶에서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보게 만드는 힘을 발하는 이유는 바로 완벽하게 구현된 인물들, 그리고 그 관계 속에 존재하는 뛰어난 앙상블에 있다. 레프 도진은 관객들이 지닌 평가의 잣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생생한 삶의 진실을 마음 가득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레프 도진은 ‘바냐 아저씨’를 체홉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정수)로 꼽는다. 그가 스스로 고백하기를 ‘20년 동안 계속 생각해 왔으나 감히 손을 대지 못하였다가’ 2003년 드디어 무대화했다.”

그러나 2010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심재찬 연출의 <바냐 아저씨>는 무대와 객석을 간단없이 분리하는 기복적 연출을 통해 세공한 다이아몬드를 조야한 원석으로 회칠하였다. 改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