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October 17th, 2017

October 17, 2017: 3:34 pm: bluemosesErudi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 3:08 pm: bluemosesErudition

“우리 회사에서 미소는 성격이 아니라 능력이다. 이것 또한 능력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갈고 닦아야 할 훈련의 대상이 된다.”(곤도 노부유키)

: 12:55 pm: bluemosesErudition

판넨베르크에게, 신은 ‘언제나 이미 참된 실재를 규정하는 전체’(die alles bestimmende Wirklichkeit)이다. 헤겔의 숨결은 곳곳에 스며있구나.

: 12:33 pm: bluemosesErudition

어린 시절부터 하루에 한번씩 국어사전을 펴놓고 처음 본 단어에 형광색을 입히고 또박또박 발음해보는 게 놀이였던 아이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 12:18 pm: bluemosesErudition

밥을 먹고 쓰는 것.
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

나는 잘났고
나는 둥글둥글하고
나는 예의 바르다는 사실을
최대한 은밀하게 말해야 한다. 오늘밤에는, 그리고

오늘밤에도
내 자랑을 겸손하게 해야 한다.
혼자 추는 왈츠처럼, 시끄러운 팬터마임처럼

달콤한 혀로 속삭이듯
포장술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

다음 버전이 언제 업데이트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 쓰고 나면 어김없이 허기.
아무리 먹어도 허깨비처럼 가벼워지는데

몇 줄의 거짓말처럼
내일 아침 문서가 열린다.
문서상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다.

_ 오은, “이력서”,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문학동네, 2013.

: 2:03 am: bluemosesErudition

아래는 복효근의 시 ‘아줌마, 아내’ 全文이다.

나 혼자 심심할 것 같다고
병실 바닥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한 봉다리 마늘을 가지고 와선
TV 보며 마늘을 까는 여자,
배울 만큼 배웠다는 여자가
선생까지 한다는 여자가
미간을 찌뿌리고 나가는 간호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뭐, 어때 하면서 마늘을 깐다
산중에 곰이 제 배설물 냄새로 제 영역을 표시하듯이
그 역한 마늘 냄새는
내 환부에 새겨 넣는 영역 표시 같아서
저 곰 같은 여자의 냄새는 그 어떤 약보다
그 무슨 항생제보다
독하고 또 용할 것도 같아서
제 곁에 내 곁에 백 년 동안은
아무도, 암껏도 얼씬도 못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