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람들은 사상과 형상의 광대한 풍부함으로써 천계를 장식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한 의미는 그것을 천계에 연결시켜주는 빛의 실 가운데에 놓여 있다. 그 광선 속에서, 그 시선은 이 현재에 머무르는 대신에, 그것을 넘어서 신적 존재로, 이를테면 피안의 현재로 미끄러져 올라갔던 것이다.”
* 헤겔, <<정신현상학>>, 서문, ¶8.
“예전에 사람들은 사상과 형상의 광대한 풍부함으로써 천계를 장식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한 의미는 그것을 천계에 연결시켜주는 빛의 실 가운데에 놓여 있다. 그 광선 속에서, 그 시선은 이 현재에 머무르는 대신에, 그것을 넘어서 신적 존재로, 이를테면 피안의 현재로 미끄러져 올라갔던 것이다.”
* 헤겔, <<정신현상학>>, 서문, ¶8.
결기에 찬 간명한 강한 혐오, 김규항의 문장. 《씨네2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서 첫 대면한 그의 글은 묶인 응어리를 끊어내는 반감이었다. 세상을 공전하는 이들을 걷어내는 명징함은 수차례 ‘B급 좌파’를 음미하게 한 동력이었다.
십여 년이 지난 오늘, 김규항은 삶을 부유하는 커다란 표상을 이력이 나도록 역설하고 있다. 내면 깊숙히 담겨진 공명을 남겨둔 채, 이념과 대의를 양손에 붙잡고 미끄러지며 행진한다.
다음 십 년은, 그가 숙연함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소음의 폭력이 섬뜩한 긴장을 소환하여 또 다시 귀를 막는다. 무언가를 듣는 일이 잦아졌다. 이렇게 격앙이 잠재된 광장은 밀실로 소외된다.
“얼마 전에 올더스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이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에 독일 신학이란 책에 나와 있는 문장이 인용되어 있더라고요. ‘지옥은 자아를 불태우는 곳이다.’라는 문장이었어요.”
“소설을 쓸 때 가장 직면하게 되는 게 뭐냐 하면 제 자신의 경험이에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 세계관, 가치관 이런 것들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때 방해가 돼요. 그래서 뭐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10대 소녀가 된다. 이렇게 하면 저는 40대 중반의 남자이기 때문에 이 선입견을 가지고 자꾸 접근을 하려고 한다는 말이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어떤 자아예요. 이거는 제 습관도 있고 배운 것도 있고 지식도 있고 그래서 여기에서 탈피하는 게 이제 첫 번째 과제가 되는 거지요.”
“방법은 뭐냐 하면 이제 다른 사람이 쓴 책을 보는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감정 이입을 점점 하는 거죠. 독자로서.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전혀 몰랐구나. 이런 부분들을 알아가면서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러면서 차츰 쌓아왔던 그런 습관이나 가치관이나 세계관들이 점점 없어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소설을 계속 읽는다는 거죠.”
_ 김연수, 201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