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황인숙(1958~ )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