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July 10th, 2018

July 10, 2018: 2:45 pm: bluemosesErudition

“모든 것이 생경하고 새삼스러운 태도가 시를 쓰기 좋은 태도”라고 말씀하신 것과 같은 맥락인가요?

그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공감을 한다는 건 ‘난 이걸 알아’라는 태도잖아요. 그러면 생각은 거기에서 멈춰요. 어떤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시의 자리는 공감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생각을 만들어내려면 ‘이게 내가 알던 건가? 내가 알던 게 이게 맞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생경함의 자리, 놀라움의 자리로 가야 되는 것 같아요. 그것이 좋은 지점이라는 생각은 굳어져 온지 오래돼서, 한편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는데요. 저 역시 그런 이상함과 생경함에 끌려서 시를 시작하게 됐으니까, 끊임없이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게 제가 시를 만들어내는 방식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쓴 시가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라고 생각되는 건 아니기도 해요(웃음).

시를 쓸 때 독자에게 전할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메시지를 던지는 건 정말 의미가 없어요. 아주 일시적이고, 심지어는 내가 무슨 메시지를 갖고 있었는지 나도 잘 몰라요. 그런 건 다 착각이에요.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고른 말이, 오히려 그 말을 선택하는 순간 훼손돼요. 손상되고 아무것도 아닌 덜 떨어진 종류의 말로 메시지가 갈 수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오’ 하고 짚어서 전달하는 게 아니고, 그물을 더 넓게 펼쳐서 던지는 거예요. 그러는 편이 원래 내가 갖고 있던 문제의식, 생각, 진정성을 덜 훼손시켜요. 창작이란 깎아나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훼손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면 메시지를 깎지 말고 구조를 깎아야 되는 거예요. 구조가 알아서 메시지를 더 크게 만들거나, 더 다양하게 만들거나, 더 힘 있는 형태로 만들어줄 테니까요.

“술술 읽히되 뭔지는 금방 안 들키는 시를 쓰고 싶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제가 시를 쓸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읽었을 때 바로 쓱 읽혀야 된다는 거예요. 시의 층위가 미로라고 생각하면 출구가 있어 보이고, 암호가 있어 보이면 암호를 푸는 순간 다 알았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 순간 생각이 멈춰요. 그래서 저는 한 번에 읽히는 시를 쓰는 게 좋아요. 시가 가진 방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텍스트 자체는 쉽게 읽히되 그것이 무엇인지는 들키지 않게 만들고 싶은 거죠. 그게 제가 시를 쓰면서 갖고 있는 태도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 10:51 am: bluemosesErudition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중심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것//먼 기억을 중심에 두고/둥글둥글 살아간다는 것//무심히 젖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나이」 전문)

고향 마을에 들어 내가 뛰어다니던 논두렁을 바라보니 논두렁 물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사내의 몸에서 나온 소년이 논두렁을 따라 달려나갔다 뛰어가던 소년이 잠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논두렁 멀리 멀어져간 소년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내는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논 거울」 전문)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빨래를 해 널었다/바쁠 일이 없어 찔레꽃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텃밭 상추를 뜯어 노모가 싸준 된장에 싸 먹었다/구절초밭 풀을 매다가 오동나무 아래 들어 쉬었다/종연이양반이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가고 있었다/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또 하루」 전문)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시인은 삼년 만에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자두나무 정류장’과 ‘이팝나무 우체국’이 있는 외딴 강마을에서 ‘그냥저냥’ ‘심심하게’ 살아간다. 삶의 기척에 귀 기울이며 “먼 기억을 중심에 두고/둥글둥글 살아”(「나이」)가는 그의 시를 읽다보면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착해빠진 시인이 있다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는 안도현 시인의 말이 꼭 들어맞는다. 천생 시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더없이 순정한 마음으로 “여전히 새로운 시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를 “시인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박준)

내 눈물이 아닌 다른 눈물이 내게 와서 머물다 갈 때가 있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안에 들어 울다 갈 때가 있어(「눈물」 전문)

: 10:31 am: bluemosesErudition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한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본사 도서 3종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교양부문 선정 도서는 총 220종이며 전국 공공도서관 등 2,500여 곳에 보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