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July 4th, 2018

July 4, 2018: 10:02 pm: bluemosesErudition

김신식 _

편집자 생활을 몇 년 한 적이 있다. 편집자가 저자나 작가를 만날 때는 섬세함을 발동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입사하기 전에 덜렁거린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입사하고 보니 디테일이 좀더 필요한 사람, 직업적인 감정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게 뭐지?’ 싶어서 그 사소하고 섬세한 감정에 대해 연구하게 됐다. 디테일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한참 만나고 다니면서 그들의 행동을 수첩에 적고 그랬다.(웃음)

나쓰메 소세키의 <문>으로 문장 하나하나마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들어 있어 좋아하는 책이다. 감정을 유난히 풍부하게 잘 쓰는 소설가들을 좋아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도 남의 감정을 잘 알아채는 캐릭터가 등장해 좋아하는 소설이다.

강동호 _

한국 문학 평론은 작가를 설명하는 데 그치거나 작가를 띄워주기 위한 용도로 변모한 것 같다. 김현이 ‘비평의 방법’이란 글에서 “문학 비평은 문학 비평이 문학 비평으로 남을 수 있게 싸워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김혜순 시인의 <피어라 돼지>다. 젊을 때 모던한 시인들이 나이가 들면 서정적으로 변하거나 삶에 대한 진리를 얘기하는 쪽으로 변하기 쉽다. 말 그대로 선생님이 되는 거다. 김혜순 시인은 시에 대해 엄격하며 지금 이 시대에 예술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사유한다.

금정연 _

책을 하나의 요리라고 한다면, 기존의 서평은 그걸 맛보고 레시피나 감상을 얘기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흉내 내면서 비슷하게나마 요리를 해보는 거다. 책에 대해 말하기 가장 좋은 방식은 책을 똑같이 다시 한 번 쓰는 거다.

러시아 작가 세르게이 도나토비치 도블라토프가 쓴 <여행가방>이다. 구소련에서 60~70년대에 활동하다가 국가의 탄압을 받고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 작가가 그 망명 가방을 싸는 내용이다. 로맹 가리의 <내 삶의 의미>도 가져왔다. 인생을 서사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서 적절한 의미와 유머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서술하고 있다. 전혀 고상하지 않게! 우리가 잘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찰스 부코스키의 일기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뇌는 문장이 있다.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는 틈날 때마다 자주 들춰 보는 책이다. 그 책에 나온 “시도하기 위해서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서 성공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쓴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 출신으로 유치원생 수준의 프랑스어를 구사했다. 문장을 보면 모두 단문이다. 그렇게 지금의 나를 깨고 싶은데 한국어라는 관습 속에 너무 물들어서 생각이 끌려다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어가 싫다. 정치인들이 한국어를 쓰기도 하고.

소설가로는 오에 겐자부로, 레이먼드 챈들러, 찰스 부코스키, 로베르토 볼라뇨가 있다. 그리고 롤랑 바르트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바르트는 규격에 얽매이지 않는 글쓰기를 한 사람이다. 그 정도로 유명한 지식인이면 자기가 만든 패러다임 안에서 만족할 수 있었을 텐데 기호학으로 시작해서 구조주의 등 계속 영역 바깥으로 넘어간 사람이다. 서평의 아이러니, 비꼼, 블랙 유머는 테리 이글턴으로부터 배웠다.

: 9:35 pm: bluemosesErudition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감정이다.”(파커 J. 파머)

: 9:26 pm: bluemosesErudition

작품과 무관한 평론. 쇠퇴의 기수

: 3:39 pm: bluemosesErudition

여력이, 돈과 시간이 없다

: 3:38 pm: bluemosesErudition

규장. 홀 규, 홀 장.

: 11:59 am: bluemosesErudition

일본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계란 과자를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가장 맛있고 인기가 있는 것은 다케다 제과(竹田製菓)의 ‘다마고 보로(TAMAGO BORO)’이다. … ‘다마고 보로’를 만드는데 있어서 절대로 질이 나쁘고 싼 계란은 사용하지 않고, 2차 대전 후 창업 초기부터 고집스럽게 일반 시중의 계란보다 3배나 비싼 100% 유정란과 북해도산 감자만을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처음 먹는 과자이니 만큼 최고의 재료를 고집한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비밀은 제조과정에서 직원들이 이 계란 과자에다 대고 ‘감사합니다(ありがとう)’라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다케다 회장은 어떤 계란을 써도 과자의 맛은 거의 똑같고, 더구나 전쟁을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려운 시절이어서 과자 제조에 쓰이는 재료를 따질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에도 그렇게 최고 품질의 재료를 고집해왔던 것이다. 경쟁사들은 유정란의 가격이 세 배나 비쌌으므로 당연히 값싼 계란을 선택했던 것이다. 제조원가의 부담으로 돈을 벌기 어려웠을 법도 한데 유정란을 고집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그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렇게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매출이 늘어나고 돈이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고의 재료에다 최고의 과자 품질을 고집하는 그의 신념이 마침내 고객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65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이대로 가면 점유율이 100%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면서 오히려 경쟁 상대가 없어지면 자기 자신들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마음에서 그 이상의 점유율을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 12:58 am: bluemosesErudition

-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은 힐러리의 성공 비결을 14가지로 정리한 책인데, 힐러리의 자서전 <살아 있는 역사>를 직접 읽는 게 독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자기계발서를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에요. 자기계발서는 그렇게 쓰는 거예요. 액션영화와 멜로영화의 관객이 따로 있는 것처럼 자기계발서와 인문사회과학서는 독자가 달라요. 그런 말씀은 대중의 선택에 대한 폭력이죠.”

- 깊이 있는 책으로 가야 할 독자들을 자기계발서가 빼앗는 면은 없을까요?

“그것도 사회과학이나 진지한 책을 쓰는 분들이 할 일 없어 하는 고민이죠. 어떻게 대중에게 사랑받을지 저에게 배워 가셔야지, 그런 걸 분석하는 순간 저에게 독자를 더 뺏기는 거예요. 지금 스마트폰 나오고 갈수록 독서환경이 망해 가는데 정신 차리셔야죠. 요즘 독자들은 우리나라 인문학자들이 발끝에도 미치기 어려운 하버드나 예일 석학들의 강의를 유튜브로 봐요. 그분들이 경쟁해야 할 건 이지성이 아니라 마이클 샌델인 거죠. 저는 그분들한테 관심이 없어요. 제 시장이 따로 있고 제 독자가 따로 있는데, 왜 자꾸 여기 와서 딴지를 걸어요. 외국 작가들이 휩쓰는 자기계발서 시장을 되찾아온 유일한 한국 작가가 저예요. 애국자인 거죠. 저의 강점을 키워줘야죠.”

이지성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온 사람입니다. 공격적인 질문에도 겸손하고 솔직하게 답변하는 태도가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저하고는 초점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를 부러워하면서도 자꾸 삐딱한 질문만 던지는 저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인터뷰였습니다. 그를 괴롭혔던 ‘노회한 아줌마 선생님’들과 그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제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 책이 안 팔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독서 멘토 역할도 맡고 있다. 정기적으로 만나 인문고전 독서법을 지도하고 때때로 숙제도 내준다. 정 부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여사가 EBS에 나온 이씨의 강연을 보고 아들에게 꼭 필요하겠다 싶어 연결시켜주면서 시작된 일이다.